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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중단))

39화 시간이라는 자원의 효율적인 소비와 비효율적인 소비

by Hellth 2022.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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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이런.

시간은 누구에게나 유한한 자원이다.

나는 그 자원의 사용법이 생존 이유에 따른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로 [사회]에 속하는 생명체가 이에 해당한다.

[사회]에 속하는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는 데에,
스스로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자면 지금의 나처럼─.

5월에 시작된 연휴는 햇볕이 쨍쨍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강풍과 직사광선에 노출된 입술은 거칠거칠해졌고, 몸은 건조해진 상태.
다서 후덥지근한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는 사막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휴가 반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영화관에 와 있었다.

영화란,
대형 마도판 스크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오락이다.

커다란 화면, 높은 음량으로 감상하는 영상은 확실히 박력은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용으로 전달되기도 하기에,
나로서는 일부러 돈과 마력을 사용하면서까지,
극장을 찾을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영화 감상은 내게 있어 시간이라는
자원을 소비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사회에 속하는 생명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즉,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 하지만,
[교제]라는 이름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시간이라는
귀중한 자원을 소비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디 보자, 영화 시작 시간까지 앞으로 10분.

무슨 일이든 만반의 준비를 끝마쳐두고 싶은

나로서는 슬슬 좌석에 앉아 준비하고 싶은 시간이다.
햇볕은 뜨겁고, 바람은 강하고, 영화관에 많은 인파가 흘러 들어가고 있다.

몹시 초조하다. 그보다 티켓 구매에 늦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미리 사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나는 초조해지고 싶지 않다…. 초조함은 스트레스다.
나는 이번 생에서 약 90년 정도는 살아야,
[천수를 누렸다는 판정]이 나오기에,
스트레스 등으로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은 피하고 싶다.

그런데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마틴은 그렇다 치자. 그 녀석은 지각하는 일이 잦으니까.
다만, 쉴라는 지각할 만한 녀석은 아닌….
잠깐만, 아니지 아니야. 단순히 이미지가 그런 느낌일 뿐,
애초에 쉴라와 약속을 잡고 만나본 적이 없다.

당했다…!

약속시간보다 20분 빠르게 도착한 나.
이건 혹시 어쩌면 나에게서 공부 시간을 빼앗으려는
쉴라의 악랄하고도 비겁한 함정일지도 모른다.

쉴라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내가 있기에,
그럴 가능성도 의심해야만 한다.

함정이든, 습격이든, 악의적인 행동은
반드시 의외의 상황에서 찾아온다.

이상적인 것은 항상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기에 그것은 피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의심해야 할 것과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을
신중하게 구분 지었고, 쉴라가 간계를 꾸민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로 결론 내렸는데…, 그 판단이 안일했다는 것인가.

혹시 쉴라는 [적]이 아닐까?

막상 그렇게 생각해보니, 의심스러운 점들이 많았다.

나는 [눈에 띄지 않는다]라는 목적을 가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초등 학과 때는 쉴라에게 성적으로 대항하며,
내 바람이 덧없이 무너져 버렸다.

중등 확과 때는 비교적 눈에 띄지 않으며 지냈기에, 학생 회장이 되었을 정도다.
그러나, 고등 학과에 진학하며 쉴라와 재회하자마자,
어느새 에스컬레이터 진학반의 대표자 같은 위치에 놓여,
외부 입학반 대표자 같은 느낌의 위치인 쉴라와 겨루며, 눈에 띄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좀 이상하다.

쉴라가 [적]이라면 명백하게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건 적이 [투쟁심을 빼앗는다]라는 방침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인데,
쉴라는 노골적으로 투쟁심을 드러내며 나를 자극했다.

어느 쪽이 틀린 거지?
쉴라가 [적]이라는 판단이 틀린 건가?

그게 아니면, [적]이 투쟁심을 빼앗는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이 틀린 건가?

고민에 잠겨 있을 무렵,
시야 가장자리에 빨간 머리의 여자가 나타났다.

쉴라였다.

약속시간보다 25분이나 늦게 나타났다. 그렇기에 뛰어 온 거겠지.
숨을 헐떡이며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는 데에는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미안해, 오늘 오기로 한 두 사람이 갑자기 못 온다고 하길래….
무슨 사정인지 묻느라 조금 늦어버렸어.'

두 사람이 갑자기?

한 명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동시에?
이걸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의문을 품고 있는 와중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마틴과 더불어 오늘 영화를 함께 보기로 했던
남자에게서 온 연락이었고,
두 사람은 단톡방에서 이런 말을 했다.

'ㅈㅅ, 오늘 못 갈듯'

……생각하자.

이런 우연은 있을 수 없다.
여섯 명 중 네 명이 갑작스레 불참?

애초에 마틴은 지각이 잦기는 하지만,
최소한 지각할 때에는 항상 먼저 연락하는
매너 정도는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이건 함정이다.

뭔가의 함정인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무엇을 노리고 있는 지를 모르겠다.

쉴라를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그렇다는 것은 쉴라 또한 나처럼 함정에 걸린 쪽일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잇겠지만, 생각할 시간이 아깝다.
그렇기에 쉴라와 내가 모두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생각해야만 한다.

이 계락을 꾸민 자는 나와 쉴라를 영화관으로 보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나와 쉴라의 공통점이 뭘까?
어째서 마틴 일행이 우리를 함정에 빠트린 걸까?

……그렇군, 그렇게 된 건가.

나는 쉴라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얘들이 이번 시험에서 반 1등을 노리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와 쉴라는 반에서 성적 1, 2등을 다투고 있다.
참고로 나는 전교 1등이고, 쉴라는 전교 3등이다.

우리 둘만을 영화관에 보낸다는 것은…
즉, 나와 쉴라의 시간을 공부 이외의 것에

낭비시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시간은 유한한 자원이다.
영화를 보고 있는 약 2시간 동안, 우리는 강제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관내는 어두워지기에, 공부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의 목적은 명백하다.

그 녀석들은 우리에게서 공부 시간을 빼앗고,
이번 시험에서 자신들이 1등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좋은 악랄함이라 평가할 수 있다.

슬슬 성적이 인생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기 시작한 고등 학과 2학년,
대학 진학을 꿈꾸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을 것이다.

외부 수험이라면 결국 실력 전이기에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는
의미가 적지만, 추천 입시를 노리는 사람에게 있어선,
[반 1등], [전교 1등]은 매력적인 자리일 것이다….

'그렇게 비겁한 짓을 하려나?'

"쉴라, 너는 생명체의 악랄함을 모를 뿐이야."

사소한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고,
선의의 칼날로 악인을 찔러 죽이는 것이
사회를 형성하는 생명체의 근본이다─.

뭐, 이렇게 말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쉴라는 아직 첫 번째 인생일 테니,
분명 자신과 같은 종족을 믿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악랄한 함정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억울하다거나 배신당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해볼 테면 해봐!]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래,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마틴 일행이 나와 쉴라를 함정에 빠트렸다는 것은
즉, 남자 둘과 여자 둘이 사전에 상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마틴이 신경 쓰인다]는
어디까지나 나를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구실일 뿐만 아니라,
마틴에게 고백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보다 가슴 아프고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

……물론 나는 성적 톱을 유지하고 싶고,
내 목적을 위해 공부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대로라면 마틴을 내 적이라 판단 내렸을 만도 한데….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의 나는 [나를 함정에 빠트린 걸 후회할 정도의 실력으로 짓눌러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극히 호전적인 상태였다.

그렇기에 나는 쉴라에게 말했다.

"쉴라, 공부하자."

치졸한 함정을 파놓은 마틴 일행을 철저하게 깨부수기 위해,
공부하자.

'정말 그럴까?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은 안 할 거 같은데….'

역시 쉴라는 인간을 믿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눈이 부실 정도의 솔직함.
첫 번째의 인생을 살 때의 내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인생의 쓴맛을 질리도록 맛본 나에게는
첫 번째 인생의 일 따위, 너무 눈이 부셔 보이지도 않았다.

이렇게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인 우리들은
그 근처 카페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나도, 쉴라도 당연하다는 듯이 교과서와 문제집을
지참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프로의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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