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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중단))

43화 생명과 존엄

by Hellth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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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최우선이고,
그 이외의 것은 전부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죽음]을 느낄 수 있을만한 것들과
접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 이번에는 특히 카리나와 그녀의 동료들로부터

'왜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하는 거야?'

라는 말을 들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죽지 않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피로를 축적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생존]을 얕보지 않기에, 철저하게 전략을 세운 노력이
내 계획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우리는 어떻게든 마감 시간을 제때 맞추어,
인쇄를 무사히 끝마치고 여름 축제로 떠났다.

인쇄한 책들은 인쇄 회사 측에서 회장으로
직접 보내준다고 한다.

작년에는 근처의 복사기로 복사한 뒤,
수작업으로 제작한 다음 손수 운반했다는 것 같다만,
이 또한 계획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불필요한 고생을
하지 않은 좋은 예시라 할 수 있겠다.

우리들은 회장에서 6시간에 걸쳐,
대략 60부 가량의 책을 판매하게 된다.

완판은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이며,
손님은 평균 최대 10명 내지 였으며,
서서 읽는 손님을 포함한들 30명을 넘어서지 않았다.

꿀 같은 업무다.

코스프레 판매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틀림없이
코스프레한 캐릭터에 맞게 행동을 해야만 하나 싶어서,
멋대로 냉소를 지으며 있었지만,
[옷을 입고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라기에,
쓸데없이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혹시 모르기에 캐릭터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물론 우리 가게 (서클이라고 하는 것 같다)는
4명이나 있기에, 교대로 가게를 봐줄 수가 있어,
휴식시간이 생겨났다.

시작된 즉매회는 개장 직후라,
많은 인파가 밀려 들어왔고, 손님들 또한 많았다.

카리나 일행의 고정 팬도 있는 것 같았으며,
그 사람들이 잠깐 인사를 나누고, 책을 사 갔다.
그런 나는 응대하는 카리나 옆에서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됐다.

1시간 정도 지나자, 북적임도 적어졌고,
카리나에게 휴식을 받았다.

휴식이라 한들, 딱히 할 일은 없다.
화장실과 식사 정도일까.

홀로 잘 모르는 회장에 나와도,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취급하는 책들은 일반 서점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것들뿐이라, 그냥 가기에는 아까웠다.
나는 책을 싫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다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구하러, 회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회장은 몇 개의 블록으로 나누어져,
제각기 취급하는 장르가 다른 것 같다.

카리나 일행은 소위 여성용 2차 창작물로,
한때는 오리지널 책도 냈으며 남성용 2차 창작물,
소설과 같은 것들도 취급한 적이 있다고 했다.

적당히 둘러보자, 우선은 화장실부터─.
라는 생각으로 회장 내 지도를 보며 계획을 세웠다.

이때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즉매회장이 얼마나 붐비는가를.

서클에서 보는 경치와 손님으로서 보는 경치는 전혀 달랐다.
길게 늘어진 줄이 화장실 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은 어느 서클의 줄 맨 끝이었고,
화장실에 가려던 나는 왠지 잘 모르는 캐릭터의 2차 창작물을 구매하고 있었다.

줄 선 거로 30분이나 까먹다니, 장난하냐!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1시간.
이미 반이나 날려버린 셈이다….

모처럼 줄을 선 게 아까워, 그냥 가기에도 뭐하다는 생각으로
구입한 얇은 책을 품에 껴안으며 생각했다.

화장실, 화장실은 무리야.

지금부터 저 줄을 선 뒤, 30분 이내로
카리나의 서클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무리다….
나는 내 방광에게 물었다.

괜찮겠어? 무리야? 어떻게든 해봐. 알겠어, 알겠어.
가능한 네 조건에 맞춰줄게.
뛰지 마라, 하복부에 충격을 받지 마라,
더 이상 물을 섭취하지 마라….

알겠어. 하지만, 회장은 더워.
열사병과 실금 중 선택하라면 실금을 선택할 것이다.
사람은 수치를 입는다 한들 죽지는 않지만,
땀을 흘리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이해했지? 좋아, 계약 성립이야.

방광과 얘기가 끝났다.

나는 신중하게 카리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가 줄어들었지만,
내가 있는 남성용 블록은 여전히 사람이 많고, 더웠다.
그리고 이상한 냄새도 났고….

나는 인파의 흐름에 되도록이면 거스르지 않게 걸었다.
방광과의 계약이 있어, 그다지 거칠게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밀려내려와 겨우 남성용 블록을 벗어난 시점에서 10분.
제때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을 보고,
카리나에게 연락을 하려 했지만, 화면에는 통신 불가라 적혀있었다.

마법 세계다.
그곳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안테나 역할을 하는
이 휴대폰은 너무 많은 사람과 사념이 뒤섞이면
그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다.

초조하다. 하지만 서두르지 마라….
초조함은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곧 수명을 단축시킨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방광이 소리친다. [얘기한 거랑 다르잖아!]
아니, 다르지 않아. 뛰지는 않았어.
뛰는 것은 회장 내에서 규칙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빨리 걷는 것뿐이다.

여성용 블록에 돌아왔을 때,
내 머릿속은 오줌이라는 단어로 가득 찼다.

내 사고가 오줌에 지배당하고 있다….
나는 사람인가, 아니면 오줌인가.
애초에 사람은 오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사람은 몸의 대부분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변은 대대분 수분이며 성분은 혈액과 가깝다….
이뇨작용이 있는 음료는 대부분 심박수 증가를
촉진하는 효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심장이 흥분작용으로 맥박 쳐, 온몸으로 혈액이 돌며
소변 또한 방광을 목표로 돌고 있는 것이다.
즉, 혈액이란 소변이다.

나는 혈관 속을 헤집고 다니는 소변의 흐름을 느끼며,
카리나의 부스로 향한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지만, 역으로 생각하자.
사람은 소변, 혈액도 소변, 그렇다면 땀도 소변이나 다름없다.

나는 허락된 휴식시간을 초과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마에서 소변을 흘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소변을 보내며 종종걸음으로 부스로 향했다.

카리나의 모습이 보인 시점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몇 초 정도 남았다. 다행이다….
나는 이마에 흐른 소변을 닦으며 카리나의 곁으로 다가간다.
다행이다. 너무 초조해서 입에서 소변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여기서 소변은 심장이다.

때마침 우리 서클은 접객 중이었고,
카리나는 응대를 하고 있었다.

일부러 인적이 드문 타이밍을 노린 건지,
손님은 카리나와 꽤나 길게 얘기를 나눴고,
카리나 또한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과거 중등 학과에서는 친구가 없었던 카리나에게
취미가 맞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수많은
동지들을 발견했다.

이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카리나가 스스로 해낸 일이다.
온전히 카리나의 힘인 것이다.
그렇게 알고는 있지만, 왠지 내가 다 자랑스러웠다.

'아, 렉스!'

카리나가 말했다.
나는 소변처럼 가볍게 손을 들어,
손님이 마침 딱 적절한 타이밍에 왔다는 느낌으로
카리나에게 작별을 고했다.
딱 내가 손님과 스쳐 지나가는 타이밍에.

돌아선 손님의 오른손이 내 아랫배를 건드렸다.

'아, 미안해요.'

가벼운 사과. 사실 큰 대미지가 있지도 않았다.
그저 톡 하고 손이 배에 부딪혔을 뿐.
하지만 그것조차 지금의 나에게는 치명타였다.

싼다? 그래도 되지? 방광이 말한다.
나는 [아니]라고 답했다. 나오지 마.
사람은 수치를 입어 죽지는 않아도,
고등 학과 2학년 남자가 코스프레한 채로,
한 살의 연상녀 앞에서 실금 하면
어떤 면으로는 죽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손님을 배웅한 뒤, 깊이 숨을 내쉬었다.
폐 속의 공기를 내쉬자, 전신으로 요의를 느꼈다.
이마에서 소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숨을 짧게 들이마신 뒤, 길게 내쉬었다.

'렉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 휴식이 누구였지? 교대하자.
나의 이성은 그렇게 말하려 했다.

다만, 실제로 내가 말한 것은

"화장실 가고 싶어…, 살려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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