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조언자가 있는 삶은 행복하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그것은 [조사 부족], [지식 부족], [상상력 부족]뿐만이 아니라,
내가 나이기에─.
즉, 내가 남자이기에, 고3이기에, 혹은 그 부모님의 아들이기에,
안나나, 밀림과 아는 사이기에 모르는 것들이 존재한다.
반대로 여성이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고2가 아니어야 알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달랐더라면 안나와 밀림과의 접점이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백만 번이나 전생시킨 전지 무능한 존재가 아니고서야,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지 무능한 그 녀석조차, 전지전능한 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조언자가 필요하다.
우선 나는 여성에 대해 알고 싶다.
여성의 기분, 소망….
아니, 까놓고 말해서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나를 전업주부 혹은 기둥서방으로
고용해 수 있는 존재라면 인종, 성별, 연령, 모든 것이 상관없다.
하지만, 장시간 고용되는 것을 중점에 둔다면
동성보다는 여성 쪽이 좋다고 생각하며,
연령도 엇비슷한 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즉, 내 또래의 여성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
하지만, 내가 인기가 많아진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언제나 여성에 대해 이해해보고 싶었지만,
이해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언자를 찾고 싶다.
내 또래 여성의 마음을 알고 싶으니,
조언자 또한 내 또래의 여성이어야 할 것이다.
나는 보통 이럴 때마다 밀림에게 의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밀림은 신뢰가 가고, 의지가 된다만,
결과로 판단하자면 조언자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다면 누가 적당할까?
그렇게 결론내린 결과,
나는 주말에 쉴라를 조금 세련된 카페로 불러냈다.
"실은 있잖아…. 여자에 대해 알고 싶어."
'어? 에? 엉? 하? 뭐, 뭐라고? 그,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의미를 모르겠을 정도로 혼란스러워했다─.
확실히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말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돌려 말하다 흐지부지 되는 것보다는
거짓 없이 나의 신념을 쉴라에게 털어 넣는 쪽이 좋다고 판단했다.
"장래희망 중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게 전업 주부야.
그래서 나를 데려가 줄 상대를 찾고 싶어."
'어떡하지, 설명을 들어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하지만, 처음에 비해 쉴라는 침착했다.
아마 커피 향이 그녀를 진정시켰을지도 모른다.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이 카페를 고른 보람이 있다.
나는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준비한 자료를 봐주시길. 이 원형 그래프가 제 가능성입니다.
요즘 학력이란, 장래를 구입하기 위한 통화나 다름없으며,
제 학력은 쉴라 씨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럼, 두 번째 장을 봐주시길.
현재 제 학력으로 취업이 가능한 직업들을 목록화해봤습니다.
직업의 중요도와 직책 및 평균 수명까지 정리해 뒀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인은 다양하나 모두 80세 정도가 평균 수명입니다."
"제 목적은 9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
이 직업들의 평균 수명이 낮은 이유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인간관계,
그리고 수면시간 부족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즉─…."
'자, 잠깐! 잠깐만! 머리가 따라가질 못 하겠어!
그래서 뭐야? 논점이 뭔데?'
"오래 살고 싶어─."
이를 위해선 가장 좋은 직업이 전업주부라 결론지었다.
전업주부가 되기 위해선 고용주, 즉, 상대를 찾을 필요가 있다.
그런 상대를 찾고, 접근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기를 바랐다.
'우선 그보다 왜 나를 선택한 건데!?'
어쩔 수 없이, 밀림에 관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밀림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쉴라에게 보여줘도 괜찮을 것 같은 사진….
고등학교 입학식 때 찍은 사진이면 괜찮을 것이다.
교복을 입은 밀림과 내가 나란히 서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이게 네 여자 친구?'
"아닙니다."
'그래도 사진을 보면 누가 봐도 연인 사이잖아?'
그렇군, 쉴라는 유치원 때 넘어온 거라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보육시설 제도를 설명해야 했다.
보육 시설에서는 아이가 아이를 돌보게 되고,
돌봐준 쪽과 돌봄 받은 쪽의 교제를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나는 밀림의 기저귀를 갈아준 즉, 남매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건 둘째 치고, 어째서 밀림에게 먼저 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밀림에게 내가 "실은 놀러 가기로 했는데…"라고 얘기를 꺼내면,
'나한테는 권유하지 않았어'라는 반응을 보이고,
"실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라고 변명하면,
'나, 권유받지 못했어'라고 말하기에, 어찌 됐든 권유받고 싶어 한다….
게다가 밀림에게 썸 타는 상대가 있냐고 물으면,
매우 이상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볼 뿐,
전혀 대화가 통하질 않는다….
그렇기에 조언자로서는 부적합했고,
지금까지는 오빠라는 역할로서 밀림에게 의지해 왔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조언자로서 적합한 상대를 찾았다.
"그런 이유로 선택된 것이 당신이랍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그보다 밀림 쨩? 은 자기가 네 여자 친구라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하지만 조언자가 하는 말에 단도직입적으로
"그건 아니지"라 단언한다면 조언을 구하는 의미가 없다.
밀림이 내 여자 친구라고?
집히는 점이 전혀 없지만, 그건 내 기준일 뿐이고,
다른 사람의 경우엔 또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
"알겠어, 밀림에게 확인해 볼게."
"그래서 조언자에게 바로 질문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너, 내 여자 친구야? 라고 물어봐?"
뭐가 됐든 간에 쓰레기 같은 질문이란 것은 변함없다….
'아…, 음…, 그, 그렇네…'
'나랑 사귀어줘로.'
'에?"
밀림이 여자 친구인지 확인하는 데, 사귀어줘?
"…아니, 아니, 그건 아니지."
쉴라는 끈질겼지만, 내가 밀어붙인 끝에,
결국에는 내 제안 쪽을 승낙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밀림에게 "너, 내 여자 친구야?"라는
앞으로 몇 번의 전생을 경험하더라도 해보지 못할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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