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는 어떡할래?'
역질문.
내 인생은 언제나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물론 [지옥에서 천국으로]가 아닌,
[천국에서 지옥]으로 향하는 역전 현상이다.
물론, 행복과 불행을 항상 저울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불행해도, 나는 행복한 경우가 있고,
(라고 할까 대부분이 그렇다.)
반대로 내가 죽고 싶어질 정도로 불행하다 인식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 행복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과 불행의 전환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인가?
그 계기는 언제나 [결단]에 의해 생겨난다.
결단이란, 곧 [어떤 선택지를 버리고, 다른 선택지를 취한다]라는 것인데,
나는 여태껏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다.
어쨌든 간에 나는 쉴라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밀림을 방으로 초대한 뒤, 물었다.
"…혹시, 우리가 사귀는 사이야?"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그런 거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닌가 봐."
돌려 말했다간, 쓸데없는 배려심 때문에
내가 듣고 싶었던 솔직한 의견을 듣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스스럼없이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렉스는 어떡할래?' 였다.
역으로… 질문이라…, 나는 어떻지…?
밀림이랑 나라….
나는 밀림을 여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초에 여동생은 아니지….
여동생 같은 존재이긴 하나, 내게 혈육은 없고, 인종도 다르고,
정말 여성으로 의식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는 않다.
나는 밀림을 어떻게 생각─.
어라?
질문은 '어떻게 생각해?'가 아니라, '어떡할래?'였지?
"어떡할래? 라니, 무슨 소리야?"
'렉스에게 맡길게.'
내게 책임을 전가했다.
나는 우선 밀림을 정좌시킨 뒤, 설교를 시작했다.
"잘 들으세요, 밀림 씨.
교제라는 건, 두 사람의 합의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답니다.
게다가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걸 상대방에게 [맡긴다]라니, 이건 좀 아니죠."
'그런 건, 귀찮으니까…. 어느 쪽이던 상관없어.
렉스라면 계속 함께 있어도 편할 거 같고.'
맹점이었다. 확실히 그렇다─.
나는 [연애]나, [결혼]을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는 밀림이 있다.
밀림과 단 둘이 한 공간에 있어도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편안함마저 느낀다.
내 목표인 전업주부가 결혼 후,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라 가정했을 때,
편안함이라는 요소는 매우 높은 값어치가 있다.
그러니, 밀림이 내 고용주가 된다면
나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여기서 내 안에서
이것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심정 또한 존재했다.
그것은 [오기]라고 불리는 감정이다.
살아가는데 필요 없는 감정 베스트 3에 들법한
오기라 불리는 감정이 내 마음속에서 작지만,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밀림에게 길러지는 것은 역시 쪽팔리다.
쪽팔려도 좋다. 천수를 누리다 죽을 수만 있다면야.
그렇지만, 인생에는 타협이란 것이 필요한 법.
완벽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고,
나 정도로 불우하다면 완벽하게 사는 것을 바라는 것조차
제 분수를 모르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쪽팔리더라도, 천수를 누리고 싶다.
오기, 허영심, 자존심은 인생을 망치는 3대 요소이다.
[폼을 잡는다]라는 행위에는 그 세 가지가 전부 포함되어 있다.
밀림의 다리를 붙들고,
저 좀 길러주세요라며 다리를 핥으면서라도 애원해야 한다.
다행히도 밀림의 성적은 좋은 편이다.
장래에는 고액의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내 안의 오기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닥쳐! 꺼져! 그렇게 외쳐봐도,
이 고집불통은 나와 밀림의 교제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 옛 생각이 난다.
나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것들은 전부 내쳤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버리지 못한 것 때문에 죽고 말았다.
이번에는 당장 죽을 것 같지는 않다만….
하지만 장래적으로 봤을 때 분명,
지금 밀림에게 길러지는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필요 이상의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생존을 목표로 하며, 나는 끝끝내 고집을 꺾지 못하고,
편안한 인생을 손에 쥐지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시험, 해볼래?'
……시험이라.
시험. 고등학교 졸업까지 이미 일 년도 채 남지 않았다.
과연 수습기간으로서는 적절한 시간인 것 같다.
게다가 나는 경험이 부족하다. 즉, 연애의 초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편하게 보내기 위해,
일 년 정도의 시간을 시험 삼아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나는 내 안의 오기에게 물었다.
시험 삼아라는데 어때?
오기 : 시험 삼아라면야 뭐….
"그럼 잘 부탁할게.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말해줘.
나도 그런 게 생기면 말할게."
이렇게 우리들은 수습기간 삼아, 연애를 시작했다.
'웹 소설 > 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화 늪 (1) | 2022.09.30 |
---|---|
48화 비구름 사이로 (1) | 2022.09.23 |
46화 복병 (1) | 2022.09.16 |
45화 똥의 길 (0) | 2022.09.16 |
44화 새로운 생명 (0) | 2022.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