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th 2022. 8. 19. 20:30
반응형

푸르른 하늘이 원망스럽다.

묘하게 어수선한 공기가 교실에 흐르는 가운데,
그런대로 빠른 속도로 봄이 지나가고,
기어코 교사까지의 언덕길을 오르기만 해도 땀방울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무더운 계절이 왔다.

들떠있는 분위기는 여름의 열기 탓에 교실 안,
아니, 2학년이 생활하는 2층 그 자체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모든 것은 [연애] 때문이다.

연애라는 이름의 열병은 여름의 열기에 달아올라,
점점 더 심각한 질병으로 변화하고 있다.

나는 연애에 흥미가 없다─.
흥미가 없지만, 어딜 보나 이 열병에 걸린 녀석들만
보이는 상황이기에 연애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나는 솔직히 굉장히 분노하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본 적 있겠지.
관심 없는 화제인데, 온 세상이 그 얘기만 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싫증이 나버린 적이.

나에게 있어서 연애가 그런 것이다.
지금은 연애 열병에 걸린 환자의 곁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강한 기피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열병에 걸린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나에게 있어,
여름방학이 다가온 것은 정말 천운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고등 학과 2학년의 여름방학이다.
나는 미래를 위해, 살아남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
성적을 더욱 향상해 미래를 위한 주춧돌을 쌓고 싶다.

그렇기에 마틴이나 친구들로부터 여름방학 동안의 일정에 관한 질문에
항상 [혼자서 공부]라는 말로 단호하게 선을 그어 놓았다.

지난번부터 협정을 맺은 쉴라라면 함께 공부해도 되고,
안나 양이나 밀림과 만날 예정은 있지만….

연애 열병 환자는 [남들도 나와 같은 열병에 걸렸다]
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놈들은 이성과 약속이 있다고 하면 [너도 연애하냐?]
라며 몸을 내밀고 질문해오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너무 귀찮았던 나는 여름방학 동안에는 단호하게
[혼자서 지낼 거야]라는 태도로 일관하면서도,
안냐 양과 밀림과 만날 약속을 잡아 놓았다.

그런 이유로 내 여름방학은 공부로 시작해, 공부로 끝이 난다.

이렇게까지 공부해서 뭐하냐?
라고 스스로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연애에 흥미를 쏟는 것에 치를 떨며,
[공부]의 상극은 [연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공부에 열을 쏟았다.

뭐, 결국 그렇다는 얘기다.

이런 내 여름방학 계획을 들은 밀림에게조차
[좀 나가서 노는 게 좋을 거 같아]
라고 한 소릴 듣게 된 나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발신인을 본 순간, 너무나도 큰 그리움에 나는 마치
중등 학과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문자를 보낸 것은 내가 고등 학과에 들어가고
연락이 뜸해진 카리나였던 것이다.

과거의 동지, 함께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자,
[암흑 영애], [마염을 조종하는 자]…….


중등 학과 시절의 기억은 괴로움과 함께
내 뇌리 깊숙한 곳까지 새겨져 있다.

내가 왜 그랬지….

충격에 잠시간 어질어질해진 나는
그녀에게서 온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오랜만에 연락을 한 그녀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내게 이런 권유를 해왔다.

[축제 때, 가게 열지 않을래?]

그것은 예정된 재회.

일찍이 전생에서부터의 인연.
그렇기에 나와 함께 했던 동지가 부탁을,
타인에게는 부탁할 수 없는 도움을 바라는 의뢰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