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인터뷰 테이프 첨부 (2)
"아, 네. 저도 아이스커피로 부탁드립니다."
"F 씨와는 꽤나 오래전부터 소식이 끊겼기에,
이번 건으로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네, 아직 작가로 활동하시는 것 같더군요."
"이거 월간 ○○○○의 취재인 거죠?
아, 지금은 월간이 아니겠네요."
"오늘은 그 편집자분은 안 계신가요? 이름이,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라 까먹어버려서요….
아, 그렇지. K 씨였죠."
"네? K 씨, 그만두셨나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왜 그렇게까지 옛날이야기의 추가 취재에
힘쓰시는 건가요? 제가 취재받은 졸업 연구 이야기도
실제로 연재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 아뇨, 딱히 화가 난 건 아닙니다. 그때는 K 씨에게
불제를 할 수 있는 분을 소개받아 큰 도움이 됐거든요."
"덕분에 1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잘 살고 있고요.
내년에는 아이도 태어난답니다."
"다만, 흐음…, 초면에 대뜸 이러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겠지만, 실은 F 씨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면
이번 취재는 거절했을 겁니다."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K 씨에게 조금 무례한
태도를 취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뇨, 당신은 무관한 일이니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K 씨도 직업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그때는 저도 필사적이었답니다. 무섭기도 했고요.
그래서 K 씨가 불제를 할 수 있는 분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셨을 땐 정말이지 구원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다만,
당연하게도 K 씨에게 있어 저는 수많은 취재 대상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모양이지만요."
"제 이야기가 사실이 맞는지, 실은 관심을 받고 싶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대로면 재미가 없으니
이 부분을 이런 식으로 과장해도 되는지, 같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죠. 왠지 제게 일어난 일을 오락거리로 취급하는
느낌이라 당시에는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답니다."
"생각해 보면 사실 당연한 거죠. 무서운 이야기라는 건.
실화라면 체험자에게 있어 불행 그 자체입니다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봤을 땐 익숙한 일일 테니까요."
"저도 당사자가 된 이후로는 호러 관련 분야와는
확실히 거리를 두게 됐네요."
"아, 물론 제작자들이 모두 그렇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당신은 지금 제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주시고 계시니까요. 한 귀로 듣고 흘려주세요."
"그렇네요, 그 취재의 후일담이라."
"K 씨에로부터 취재를 받는 대신, 영능력자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그런 쪽은 잘 모릅니다만,
다마에서는 제법 유명한 절이라는 것 같더군요."
"제가 찾아갔을 때, 스님께서 「아아….」하고
탄식을 하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필사적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죠.
졸업 연구를 계기로 이상한 여자가 방안까지 들어와
버린 것. 취업을 위해 이사를 할 예정인데 그 집까지
그 여자가 따라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 같은 걸요."
"그런데 스님이 말씀하시길, 그 여자가 보이질 않는다
하시더군요. 최소한 씌진 않았다고요."
"다만, 아마도 그 여자가 더 성가신 존재를 불러들이고
말았다며,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했습니다."
"바로 제령을 부탁했습니다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더군요."
"일반적인 귀신이라면 액막이 정도로 끝낼 수 있는데,
저와 얽힌 귀신은 한 단계 위의 존재라고 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신에 가까운 존재라고 했죠."
"이런 종류의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대처할 수 없으며,
액막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 나는 끝장이구나 싶은 말을 듣고, 한심하게도
울며 불며 애원했습니다."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냐고 외치면서요."
"스님께서도 몹시 난처해했으나, 너무나도 필사적인
저를 보고는 상당히 오랜 시간 고민하더니 제게 이리
말씀하셨습니다."
"생물을 기르세요라고. 다만 그 방법이 득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그 이후는 스스로 판단하라 하셨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돌아오는 길에,
애완동물 분양샵에 들렀습니다."
"지금까지 동물이라고는 키워 본 적이 없었기에,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동물을 점원께 추천받아,
송사리로 결정했습니다."
"그때 점원분께 작은 새우도 함께 권유받았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미나미누마 새우라고 하는데,
송사리와 함께 키우면 먹다 남은 사료를 먹으며,
수질을 정화시켜 주어 함께 키우기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는 송사리와 함께 작은 새우 몇 마리,
거기에 작은 수조와 자갈 같은 것들을 사서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살던 맨션에서 원룸으로 이사를 마치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일을 하기 시작했죠. 물론 송사리들과
함께요."
"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지켰기에 송사리들이 저를 악한 것으로부터 지켜주었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던 것 같네요."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 같은 게요."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저 멀리서 멍하니 서 있더군요.
그런데 저건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란 걸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반팔, 반바지 차림을 한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생 정도 되는
남자아이였습니다만, 아무도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요. 보이는 건 저뿐이었던 모양입니다."
"혼잡한 거리 한 가운데에 서 있을 때도 있고, 전신주 그림자
뒤에 서 있거나, 때로는 회사 창문으로 보이는 건너편 빌딩
옥상에 서 있곤 했습니다."
"계속 저를 멍하니 쳐다봐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엄청 무서웠죠. 지금까지 귀신같은 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 여자도 얘기로만 전해 들었을 뿐 직접 보진 못했고요.
바로 절에 연락했죠. 스님이 말씀하시길 생물을 키우는 한
괜찮을 거라고만 하시더군요."
"딱히 무슨 짓을 해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먼발치에서
저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른 척하기로
결심했죠."
"그 왜 졸업 연구 때 영감이 있는 사람이 말한
「못 본 척하는 게 제일」이라는 걸 실천한 거죠."
"어느 날 밤, 일을 끝마치고 집에 돌아온 때였습니다."
"저는 항상 집에 오면 양말부터 벗는데, 그때도 자연스레
양말을 벗고 세탁기에 집어넣은 뒤 원룸에 놓인 수조
앞을 지나갔을 때였어요."
"발바닥에 위화감이 느껴져 아래를 봤더니, 바닥이
젖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물이랑 같이 뭐가 밟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작은 새우 한 마리가 죽어있더군요."
"아니, 죽어있던 걸까요? 제가 밟아서 죽은 건지,
죽어있던 걸 밟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닥에는 물 웅덩이가 고여 있었습니다. 수조의 수위가
절반 정도로 줄어있고 남겨진 송사리와 새우들이 힘겹게
헤엄을 치고 있더군요."
"그날은 딱히 지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수조에서 물이
절반 가량 넘친 원인은 도저히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우연히 옷 같은 곳에 걸려,
쏟아진 물과 함께 새우가 딸려 나온 것은 아닐까 싶었죠."
"작다고는 해도 생명. 미안해서 합장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남자아이는 그 후로도 먼발치에서 저를 바라봤습니다."
"한 달 뒤, 이번엔 송사리가 한 마리 죽었습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 변기 앞에 섰는데,
변기 안에 둥둥 떠 있는 걸 발견했어요."
"더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었죠."
"하지만 송사리도 새우도 아직 수조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간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남자아이는 여전히 보이긴 했지만요."
"어느 날, 저녁거리를 사러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집에
오는 길에, 먼발치에서 그 남자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가로등 밑, 길 한복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요."
"평소처럼 무시할 생각으로 시선을 피하려던 때였습니다."
"갑자기 뛰기 시작한 거예요."
"탁탁탁탁 발소리를 내며 이쪽을 향해 말이죠."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머리가 뜀박질에 맞춰 휘청휘청
사방팔방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던 게 아니라,
단순히 고개를 똑바로 세울 수 없던 것 같네요."
"그렇게 전 집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근처였던 터라 문을 잠고 나오지 않은 게 천운이었죠."
"몸통 박치기를 하듯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
뒤를 돌고 자물쇠를 채운 순간."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미친 듯이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어요."
"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힘으로요."
"저렴한 원룸이었던 터라 문의 이음새가 잘 맞물리지
않아서 그런지 유독 크게 흔들리고 울리더군요."
"이러다 정말 문이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갑자기 소리가 멈췄습니다."
"저는 한동안 현관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몇 분 정도 지나고 나서 조심스래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만,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 대신, 제가 닫은 문틈에 커다란 도마뱀붙이가
끼여 죽어 있었습니다."
"방의 수조에선 송사리와 새우 모두 기운차게
헤엄치고 있었죠."
"그렇게 저는 약간 무리를 해서 애완동물과 함께
살 수 있는 건물로 이사를 했습니다."
"물론 애완동물을 키우기 위해서였죠."
"햄스터를 키웠습니다."
"1년 뒤, 겨울잠에 든 뒤 깨어나질 못했죠."
"그 다음은 앵무새였습니다."
"3년가량 잘 살았는데, 창문에 부딪혀 날개뼈가
부러지며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해서 집 한 채를 샀습니다."
"작년에 6년간 키운 고양이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죠."
"아내가 매우 슬퍼했습니다."
"지금은 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골든 리트리버 품종의 새끼 강아지랍니다."
"남자아이요? 네, 지금도 보여요. 저기 보세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큰 길가에서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나요? 하기사 그렇겠죠,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