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th 2024. 12.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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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뭘 마실까…,
그럼 얼그레이 따뜻한 걸로 마실게."

 "당신, O 군과는 면식이 없다고 했나. 들었어,
그의 전 직장동료였던 K 씨, 였었나?
그의 사업적 동료라며?"

 "O 군, 뜬금없이 연락을 하더니만, 우기라 몇 년 전에
취재했던 ●●●●●에 관해 알아보는 작가가 있다고,
아는 게 있으면 얘기 좀 해달라나 뭐라나. 갑작스러운 것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뭐, 나도 신작 집필에
브레이크가 걸린 터라, 괜찮은 아이디어 없을까 하고
나오게 됐지만."

 "작가라며? 출판 업계도 불황이라 힘들지.
나도 최근에 초판 부수가 계속 내려가고 있어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니까. 이런 할머니는 빨리 은퇴하라
이건가? 어머나, 농담이야, 농담. 신경 쓰지 마, 후후훗."

 "O 군? 나는 그가 문화 예술 편집부에 있을 때부터
함께 일을 해왔던 사이니, 제법 오래 알고 지냈지.
벌써 20년은 되지 않았으려나."

 "라고는 해도 몇 년 뒤 타 부서로 이동하게 됐지만.
으음, 뭐라고 했더라. 아, 그래. 호러 부서. 그랬지.
○○○○ 편집부로 가버렸어.  그로부터 한동안은
연락이 없었지. 나한테 발주를 맡길 정도의 원고료조차
나오지 않았다나 봐, 후후훗."

 "그랬던 그가 지금 다시 출판사의 문화 예술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며 연락을 주고받게 됐지. 뭐,
이 업계도 좁으니까. 인연은 소중히라는 말도 있잖아."

 "아, 그래그래. 너도 ○○○○의 취재 건으로 조사하는
중이랬나? ●●●●●에 관한 거. 어라? 그럼 주간?
뭐어? 지금은 부정기 연재라고? 각박한 세상이네."

 "그래서 뭐였더라, 아, 그래그래. ●●●●● 말이지.
내 책은 읽어본 적 있으려나? 어머나, 기뻐라. 고마워."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 내 소설. 호러를 기반으로
한 게 많잖아? 몇십 년 동안 계속 연재하게 해 줘서
정말로 감사한 일이지."

 "으음, 아마 20년 정도 전의 일이려나. 당시 신입,
라고는 해도 겨우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수준의
문화 예술부 편집자인 O 군이 전임자로부터 이어받아
내 담당이 되었지."

 "O 군과 차기작의 상담을 하고 있을 무렵, 아동 서적
편집부에서도 제안을 받았어."

 "학교 괴담을 정리한 아동 서적의 기획이 있었는데,
어린이용이라고는 해도 아이들을 속이는 짓은 하고 싶지
않기에, 꼭 호러 작가인 내게 부탁하고 싶다며 말이야."

 "그때 O 군이 생각해 낸 차기작의 아이디어가
「소문의 전파」를 주제로 한 소설이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차기작 주제를 「초등학생들에
의한 괴담의 전파」로 변경해, 아동 서적의 취재와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지."

 "뭐, 결과적으로 O 군이 생각했던 차기작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렸기에, 취재와는 그다지 연관이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건 그거대로 재밌는 작품이 완성된 터라,
관심이 있다면 다음에 한번 읽어봐."

 "얘기가 다른 길로 새 버렸네. 어쨌든 난 아동용 서적은
집필해 본 적이 없었고, 관련 지식조차 몰랐기에,
현장 조사를 해보자는 얘기로 흘러간 거야."

 "아동 서적 편집부의 연줄로, 관동과 긴키의 초등학교
세 곳을 방문했고, 실제로 학생들의 취재를 진행했지.
취재는 나와 O 군이 갔어. 문화 예술부의 편집자도
같이 가려 했지만, 너무 몰려다녀도 좀 그렇잖아?"

 "그중 한 곳이 ●●●●●에 위치한 초등학교였지."


 "그나저나 당신, 유령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그래? 그렇구나."

 "나? 나는 글쎄, 호러 작가인데 의외라 여길 수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아."

 "이건 오랜 시간 호러 작가로서 활동하며 쌓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나만의 지론인데, 유령이란 사람의 공포심에서
생겨나는 거야."

 "원래 유령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걸 봐버린 사람이
얘기한다 해서 괴담이 생겨나는 게 아니란 소리지."

 "초등학교 과학실에서 밤마다 인체 모형이 춤을 추면
그야말로 대사건이잖아."

 "예를 들자면 그래, 원래 초등학교 안에는 과학실이라
불리는 평범한 교실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이 있어.
그런 교실은 보통 특별동 같은 장소에 위치해 있지.
당연하게도 그런 공간은 보통 교실에 비해 인적이 뜸하고.
사람의 왕래가 적다 보니 어떠한 계기로 자신이 그곳을
방문하게 됐을 때, 적잖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어있어.
공포의 정체를 모른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포가 커지지.
그런 막연하고 커다란 공포감을 남과 공유하기 위해,
춤추는 인체 모형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통 인식을
만들어 내는 거야."

 "지금은 예시로서 장소를 들었지만, 공포의 대상은
사실 뭐든 상관없어."

 "한때 화제가 됐던 인민견도 일설에선 아이들의 들개를
향한 공포심으로 그 정보가 와전되어 퍼졌다고 알려져
있지."

 "들개 자체를 무서워해도 좋아. 다만 아이들 중에는
당연히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어서 들개를 별로
겁내지 않아 하는 아이도 있어. 그런 아이에게 들개가
무섭다고 한들 그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지.
그래서 본인이 가진 공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공통 인식으로서, 미디어에서 발하는 인민견이
폭발적으로 유행한 걸지도 몰라."

 "인민견이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것처럼, 공포의 대상은
말하자면 전국 공통이지. 그러니 대체로 어느 학교든
화장실에서 하나코 씨가 나오고, 병원 영안실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공포의 대상이 전국 공통인 동시에, 시대를 초월해
지속적으로 이름이 바뀌며 유지되는 경우도 있어."

 "메리 씨는 유선전화가 사라진 지금,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오고, 혹은 문자나 메일로 연락을 해오기도 하지.
더는 메리 씨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시대를 초월하고도 계속 남아 있는 거야."

 "산과 강 그리고 바다에 관련된 괴담이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것도 그런 비숫한 이유지.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자연을 향한 두려움이 그 시대에 맞춰,
다양한 이름들로 불리며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거야."

 "다만, 일부 예외도 존재해."

 "극히 좁은 지역에서만 알려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건 지역 특유의 괴담으로 이어져 내려오곤 해.
●●●●●에 위치한 초등학교가 딱 그런 케이스였어."

 "K 씨를 통해, O 군에게서 내가 쓴 책은 받았으려나?"

 "맞아, 그거야. 옛날 생각이 나네. 벌써 다 읽었구나."

 "이 「학교 9대 불가사의」랑 「학교 주변의 괴담」 중
2화가 ●●●●●에서 했던 취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야."

 "애초에 2화를 연재할 예정은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1화가 큰 호평을 받고 시리즈화되면서 학교 괴담만으론
소재가 부족해진 거지. 그래서 후속작은 학교 주변까지
범위를 넓혀 썼어. 그렇다 보니 취재와 게재까지의 시차가
제법 나는 편이지."

 "다른 초등학교에서 취재한 내용과 비교했을 때,
●●●●● 조금 특이했어."

 "취재 당시로부터 몇 년 정도 전에 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 학교 괴담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거든."

 "읽었다던 「학교 9대 불가사의」, 그건 몇몇 학생들을
인터뷰해 공통적인 에피소드를 이야기로 엮은 거야."

 "학생들이 얘기한 괴담 중 7가지는 사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별 특징이 없는 얘기들 뿐이었지.
다만, 꼭 두 개의 괴담만은 마지막에 얘기하더라고."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이유를 묻자, 그 두 괴담은 최근 들어
학교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거라더군. 그래, 원래는
9대 불가사의가 아닌 7대 불가사의였는데, 최근에 2개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9대 불가사의가 된 거야."

 "그 두 가지 괴담이란 게 바로, 「하교 종소리」와
「아키오 군」이야."

 "또 9대 불가사의와는 별도로 학교 밖에서 퍼지기 시작한
괴담이자, 최근에도 화제가 된 「점프녀」와
「아키토 군의 공중전화」도 있었어. 아참, 하나 더 있었네.
게재는 되지 못했지만."

 "제법 흥분에 차 있었지. 소설의 주제로 삼으려던
「초등학생들에 의한 괴담의 전파」와 딱 맞아떨어졌으니까."

 "괴담의 발상에는 막연한 공포가 연관되어 있다고 방금 전에
얘기했는데, 당시의 나 또한 무엇에 대한 공포심이 이러한
괴담을 낳게 되었는지 알아보려 했었어."

 "알게 된 사실은 한 학생과 그 부모가 자살한 사건이었지."

 "당시 신문 기사의 복사본인데, 취재 수첩에 끼워져 있더라.
꼼꼼하면 여차할 때 도움이 된다니까, 이 부분을 봐봐."

 "사망한 건 당시 11살이었던 ○○ 아키라 군.
그래, 「了」라고 쓰고 아키라라고 읽어."

 "어머니 쪽은 신문에 실리진 않았지만, 아키라 군이
죽은 지 1년도 안 돼서 자살했다는 것 같아."

 "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부모로부터 아키라 군의
자살에 관한 얘기만은 재미 삼아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들은 모양이라, 대부분 얘기해 주지 않았지.
물론 선생님들 또한 마찬가지. 다만, 하교 종소리가
몇 분 늦어지는 건 실제로 있었다고 해."

 "우리는 주변을 탐문하기로 했지. 적당한 이유를 대가며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주부들에게 사정을 묻고 다녔어.
그런 건 O 군이 잘했던 터라 나는 업혀갔어."

 "대화를 나눈 사람들 중 우연히 아키라 군의 자살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초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맨션에 거주하던 주민으로, 그날도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나 봐. 하교 종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맨션까지
이어진 언덕길을 장바구니를 실은 자전거를 밀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맨션 부지 내에 있는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고 해."

 "공원에 심어진 커다란 나무에 아이가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나 봐."

 "그 나무 아래에선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자식을 끌어내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손을 치켜들며
펄쩍펄쩍 뛰었다고 해."

 "하교 시간이었던 터라, 수업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던 많은 아이들이 그 장면을 목격했고."

 "그 사람은 황급히 달려가, 아이들 중 한 명에게 어른을
불러오라고 시킨 뒤, 주변으로 몰린 아이들을 해산시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해. 그런 끔찍한 광경을 보여줘서
좋을 거 없으니깐."

 "경찰과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계속해서 울부짖으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는 것 같아.
아이를 내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것처럼 보였다 했지만."

 "경찰도 함께 부른 이유는 초등학생의 신장으로는 닿지
않는 커다란 나무에 목을 매달았는데, 받침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다만 얼마 안 있어, 신문에는 자살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해."

 "또 한 사람, 자세한 얘기를 해준 사람이 있었어.
이번엔 어머니 쪽에 관한 이야기야."

 "자살한 부모와 자식은 초등학교 근처에서 살고
있었던 모양이야."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 같았고,
외딴집에 엄마와 자식 둘이서 살고 있었다 해."

 "붙임성도 좋은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다만 조금 특이한 
종교에 속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나 봐. 그렇다고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거나 한 적은 없었다네."

 "아이가 자살한 뒤로는 근처에서 만나더라도 상당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고 해. 그야 당연하겠지만."

 "다만 그러다 몇 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졌다는 것 같아."

 "거리에서 마주치면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고, 활발하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다녔다나 봐."

 "뭐, 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수상한 자살이라며, 타살설이나
왕따설, 심지어는 학대설까지 다양하게 떠들어 댔으니까.
다들 그 여성을 딱하게 여기며 노골적으로 피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고 해."

 "그러다 묘한 부적 같이 생긴 스티커들을 붙이기 시작했대.
자신의 집 담벼락이나 창문 같은 곳에 빽빽하게.
어느 날, 이웃이 회람판을 가지고 갔는데 현관에서 보이는
집 안의 벽과 바닥, 천장까지 빽빽하게 붙어 있는 걸 봤대."

 "집에 부적을 붙일 장소가 없어지자, 이번에는 거리의
전봇대나 동네 게시판 같은 곳에도 붙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마저 부적을 나눠주기
시작했다나 봐."

 "「대발견입니다!」라던가 「가호가 있기를!」이라며
나눠줬다나 뭐라나."

 "완전히 미쳐버리고 만 거지."

 "그러다 얼마 안 있어 집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 것이
발견됐다고 해."

 "아까 게재하지 않은 게 있다고 했었지?
그게 바로 이 집에 관한 이야기야."

 "그 일이 있던 이후로 빈집이 된 그 집은 주민들에게
「부적 저택」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새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대."

 "아이 엄마가 빨간색 코트를 자주 입었던 모양이야."

 "아무리 그래도 실제로 존재하는 폐허에 관해선 쓸 수가
없더라고. 쓰려했다간 실제 사건을 너무 많이 언급하게
될 것 같기도 했고, 윤리적으로 아웃이었지."

 "그래서 보류한 거야."

 "실제로 게재된 「점프녀」 또한 아마 이 아이의
엄마가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괴담 아닐까 싶네."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얘기를 해줬던 아이들이
하나같이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리고 말했거든.
거기에 점프를 하는 것까지 동일했고."

 "아키라 군 괴담도, 사실 게재할지 말지 망설였는데,
O 군과의 상의 끝에 게재하기로 했어. 「아키오 군」,
「아키토 군」으로 이름을 살짝 꼬고, 자살한 학생에
관한 얘기는 삭제한 채로 말이야."

 "아키라 군의 괴담에 관련해선 조금 보충할 게 있어.
9대 불가사의에 포함했다간, 복잡해질 것 같아서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이야기로 썼지만 말이야."

 "확실치는 않지만, 아키라 군이 「마시로 씨」의
대역으로 희생된 거라는 얘기가 있더라고."

 "맞아, 9대 불가사의에 나온 「마시로 씨」말이야."

 "그건 「소의 목」이라 불리는 괴담이 바탕이 된 걸로
보이는데. 내막을 아는 사람이 전원 사망했으니, 아무도
내용을 모른다는 류의 이야기지.  괴담은 돌고 도는 법이니까."

 "얘기를 해줬던 학생 중 지금은 졸업한 형제가 있는
애한테 들었는데, 아키라 군은 누군가를 대신해
희생되었다나봐."

 "그 「마시로 씨」에게 들킨 다른 학생이 아키라 군을
대역으로 삼았고, 그 탓에 아키라 군이 희생됐다고."

 "아키라 군의 자살 원인이 일부에선 왕따가 원인이
아니냐고 떠들어 댔기에, 그 영향으로 그런 소문이
생긴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실은 그 초등학교에서 자살한
학생은 한 명이 아니었어."

 "내가 듣기로는 아키라 군 외에도 한 명 더 있었어."

 "그 건은 동일한 시기에 전국적으로 큰 사건이 있기도 했고,
상황상 자살 이외에는 생각하기 어려웠기에, 지역 신문에나
작게 게재된 정도로, 아키라 군 때처럼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다고 하던데."

 "여자아이고, 아키라 군이 자살했던 공원의 어느 맨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고 해. 아키라 군이 자살한 지
몇 년 뒤에 말이야. 자살도 반복되는 걸까."

 "그 여자아이에 관한 괴담은 없냐고? 응, 없어."

 "아키라 군과는 달리 목격자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고,
그다지 유명세를 타지는 못 했으니 그런 거 않을까."

 "다만, 그 여자아이가 자살한 원인이 아키라 군과
친구가 되었기에, 잡아먹힌 거 아니냐는 얘기는 있었어."

 "잡아먹혔는데 자살이라니 영문을 모르겠지만 말이야.
뭐, 소문이란 건 그런 거니까."

 "아키라 군의 자살 이후, 「아키토 군의 공중전화」
괴담이 퍼진 상태였는데, 자살한 여자아이는 그
공중전화에서 아키라 군에게 부탁을 해버린 건 아닐까."

 "하기사, 사람이 죽을 때마다 괴담이 늘어나는 거라면,
학교 괴담의 수도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겠네.
「마시로 씨」와 아키라 군의 이야기만 해도, 원래 있던
어떠한 괴담과 짜집기 되어 파생되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긴 해. 아키라 군은 그것과는 별개로, 괴담으로서
성립되어 버린 모양이지만 말이야."

 "아키라 군의 이야기도, 아이 엄마에 관한 이야기도,
학생들 사이에서 구전되던 대략적인 스토리는 동일하나,
이야기의 세부적인 디테일은 각색했지."

 "목격자가 행방불명이라면, 대체 누가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데. 후후훗."

 "내가 아는 ●●●●●에 관한 이야기는 이게 다려나."

 "묻고 싶은 거? 그렇네…. 신작의 힌트를 얻을까 싶어
왔다고는 했지만, 실은 딱히 당신에게 묻고 싶은 건 없어."

 "그저 동업자로서 충고하러 왔을 뿐."

 "O 군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전해 들었어.
●●●●●에 관하여 공통된 괴담들이 전국적으로
회자되고 있다며. 벌써 사망자까지 나왔고. 게다가
내가 얘기했던 여성과 아이와 연관된 이야기도 연관이
있다고 했지?"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일이네."

 "아니, 딱히 널 의심하는 게 아니야.
생각해 봐, 인식의 문제야."

 "나는 지금도 여전히 유령을 믿지 않아. 다만 이번 건에
한해서는 너무 깊이 파고들 생각도 없어."

 "이유? 간단해. 지금까지의 내 인식을 뒤엎고 싶지 않거든."

 "만일 유령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당신에게 들었다고 치자,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떻게 유령을 마주하면 좋지?"

 "만일, 만약에 말이야. 정말로 유령, 혹은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존재하고 이게 인간에게 해가 된다고 치자.
그럼 유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랑 비슷하다고 보면 될까?"

 "일단 관계되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피해의 정도 또한 가지각색. 아주 부조리하네."

 "유령이 그런 거라 치면, 나는 지금까지 취재한 괴담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해로운 것을 퍼트리고 있던 게 되잖아."

 "아니, 그럴 리 없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 점을 감안하고 충고하고 싶어.
노인의 헛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줘."

 "믿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에게 있어 없는 것과 같아.
나는 유령을 믿지 않아. 하지만, 당신은 이번 건이
유령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심지어 그 근원이 되는 정체를 밝혀내려 하고 있어.
내가 하려 했던 학교 괴담의 근원을 알아내는 작업과는,
하는 일은 같더라도 목적이 달라."

 "쓴소리는 하지 않을 테니, 그만둬."

 "유명한 속담을 빌리자면, 「유령인 줄 알았는데,
마른 억새였다.」라는 말이 있잖아."

 "유령의 정체가 마른 억새풀이라면 차라리 안심이지.
그런데 만일 그게 억새풀이 아닌 무언가라면 당신은
어쩔 셈이야?"

 "나는 점프녀와 어린이 괴담에서, 부모와 자식이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에 관한 공포로부터 생겨난 소문이라는
억새풀을 봤어. 그런데 당신은 대체 뭘 보려는 거야?"

 "……그래, 포기할 생각이 없구나?
알겠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더는 말리지 않을게."

 "그럼 내가 하나 더 얘기해 줄게."

 "실은 내가 아는 가족도 ●●●●●에 있는 댐에서 죽었어."

 "분명 6년에서 7년 정도 전이려나. 살인, 이라고 해야 할까."

 "남편분이 출판업계 디자이너셨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며, 내 책 표지를 담당해주신
적도 있어. 나가노 쪽에서 근무하셨는데, 근방에 갈 일이
생기면 항상 편집자까지 껴서 셋이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할 정도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지."

 "그런데 그 남편분이 부인과 딸을 댐에 빠트렸대."

 "경찰도 다방면으로 조사한 모양이지만, 결국엔 억지로
부인과 딸을 죽였지만, 자살을 하기엔 두려워 차마 죽지
못한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지."

 "개인적으론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아내분은 물론 따님도 무척이나 아끼셨으니까."

 "부인과의 사이에서 좀처럼 자식을 얻지 못한 모양이야.
그러다 아내와의 상의 끝에 입양을 했다고 했어.
친딸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애정으로 아이를 보살폈지.
곧잘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고, 귀여운 여자아이였어."

 "이 나이를 먹고도 독신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얘기를
듣고 있는 사이 마치 내 손자처럼 느껴졌어. 그도,
다음번엔 딸도 함께 데려 오겠다는 말까지 했었는데…."

 "우연히도, 그런 일이 벌어졌어. 우연이지.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해. 판단은 자유지만."

 "……그나저나, 당신은 어때? 결혼을 했으려나?
아아, 독신이구나. 이쪽 업계는 그런 경우가 많지.
남말 할 처지는 못 되지만 말이야."

 "응? 어머나, 그렇구나. 이혼을. 뭐, 요즘 시대엔
드문 것도 아니지."

 "밥은 잘 챙겨 먹고? 혼자면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큰일이라니까. 보아하니 끼니도 대충 때우고 그러지?
안색이 안 좋아 보여. 편의점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런 괴담만 쫓아다니니 기분도 우울해지는 거야.
괜찮으면 내가 아는 아이라도 소개해 줄까?
똑 부러지고 착한 아이인데."

 "어머나, 미안해라. 나도 모르게 그만.
나이가 들면 여러모로 뻔뻔스러워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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