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th 2025. 1.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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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생에서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라고는,
타자 속도 정도밖에 없다.

 운동은 학교 체육 수업 때 했던 것 정도로,
등록했던 헬스장은 일주일 만에 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좋아! 바이스! 검을 휘두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손대중을 하지 않는 거다!"

 "알고── 있다고요오!"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일매일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문득 생각해 보니,
악역으로 전생한 지도 벌써 1년인가.

 "하하핫! 바이스, 움직임이 재밌구나! 재밌어!"

 "자, 잠깐! 밀크 선생님은 손대중해주셔야죠!"

 검과 검이 맞부딪히며 발생한 충격으로 온몸이 떨린다.
 마력 총량을 늘리는 훈련 또한 병행하고 있으나,
밀크 선생님은 검술 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솔직히 처음엔 손대중을 해줄 줄 알았다.
이럴 때는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이렇게 해야지라며
손과 발의 위치를 조정.

 다만 그런 일은 없었고,
첫 연습에서 눈치챘을 땐 이미 기절한 뒤였다.

 목검이나, 밀크 선생님은 거의 봐주지 않았다.
 골절은 당연지사, 회복 마법이 없었더라면,
포션 값으로 파산했을 것이다.

 지금도 죽고 싶지 않다는 일념하에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다.
 그런데 밀크 선생님에게 있어 그게 굉장히 즐거웠던
모양이다.

 "──오늘은 이걸로 끝이다."

 그 순간, 도저히 뒤쫓지 못할 속도로
밀크 선생님이 모습을 감추었다.

 영점 몇 초 뒤, 목검에 맞아 코가 부러진 난,
그 자리에 쓰러져 코피를 터트렸다.

 "크하아아앗!"

 "내일 아침까지 치료해 두도록.
기본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고."

 "으긱, 아아, 네에…."

 엄하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라고,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외쳤는지 모르겠다.

 "바이스 니이임!"

 하지만 곧장 리리스가 달려와,
힐 라이트로 코를 치료해 주었다.
 놀랍게도 리리스는 나를 위해,
필사적으로 마법을 공부하고 있다.
 그것도 놀라운 속도로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기쁘지만,

뒤쳐질 순 없기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하아…, 따뜻하네."

 "다행이네요…."

 리리스는 밀크 선생님과는 달리 상냥하네~.


 「밀크」 사이드 스토리

 사람에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었다.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바이스와 만나,
지금까지의 모든 상식의 틀이 깨져버렸다.

 이 녀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마치 다른 사람처럼 강해지고 있다.
 재능이나 노력,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봐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물론 처음엔 적당히 손대중을 했다.

 가르친다는 행위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감을 키워주고, 흥미를 갖게 만들어,
본인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다만, 바이스와 합을 맞추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몰입할 때가 있다.

 다만, 재밌는 것은 그때부터.
 그 순간, 바이스는 반드시 받아내 보인다.

 검을 배운 지 반년조차 안 된 귀족 꼬맹이가,
전력을 다해 휘두른 내 검을 받아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음속 깊은 곳이 뜨겁게 떨리며,
미소가 새어 나온다.

 만일 바이스가 야심을 갖고 있다면,
나는 터무니없는 괴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관없다, 재밌다, 너무나도.

 즐거운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더니만,
그 말이 딱 들어맞았다.

 "밀크 선생님, 조금 과하신 거 아닌지요?"

 "리리스냐, 이런 오밤중에 무슨 일이지?"

 무기는 갖고 있지 않으나, 살기등등하다.
 아니, 애초에 숨길 생각이 없나.

 "훈련, 좀 더 손대중을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 바이스 님이 죽으시면 어쩌려고요."

 "엄격하게 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말이야.
마법 훈련은 손대중을 하고 있다만."

 "말하는 방식이 틀렸군요…. 이건 부탁이 아닙니다."

 "그러셔, 그렇다면 힘으로──."

 다음 순간, 리리스가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사라졌고,
내 오른쪽 뒤편에서 발차기를 날렸다.
 방어했음에도 불구하고,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

 "힘으로라, 그렇게 하죠 뭐."

 "과연, 바이스 녀석 재밌는 걸 기르고 있었군."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와는 상반된 타입.

 ──암살자인가.

 그로부터 리리스와 몇 번 전투를 벌였다.

 허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바이스가 리리스의 눈앞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걸 보고서야,
비로소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평소와 같이 내 앞에 나타나선,
먼저 고개를 숙여 온 것이다.

 "──제게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날 이후로,
리리스는 마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회복 마법은 재능이 없으면 습득할 수 없으나,
그녀는 마법의 재능 또한 타고난 모양이다.

 지금은 바이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결코 그런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

 정말이지, 지루했던 인생을 잊어버릴 것만 같다.


 검술은 나름대로 몸에 익혔으나,
마법에 관해선 여전히 기초 훈련뿐.
 기절할 때까지 마력을 방출한다, 오로지 이것뿐.

 학원의 입학식까지 1년 하고도 조금 더 남았으나,
역시 슬슬 마법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말대꾸는 아니지만,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라고,
다만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대로면 낙오되는 거 아닌가 하고 초초해하는 거냐?"

 "아, 아뇨…, 그건 아니지만,
왜 이것만 계속하는 건가 싶어서요."

 "설명을 원한다, 이거지?"

 "뭐어, 그렇습니다…."

 별 수 없다는 듯이,
밀크 선생님은 왼손으로 불 마법을 발동시켰다.
 작지만, 안정적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명확한 수치는 없지만, 예를 들어 이게
30에 해당하는 불 마법이라고 치자,
그리고── 이건 60이지."

 반대 손으로 다시 불 마법을 발동시켰다.
다만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보통이라면 배 이상으로 부풀었을 텐데.

 "바이스, 이 차이를 알겠냐?"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그래."

 "딱히… 차이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만."

 "그래, 표면상으로는 그렇지."

 무슨 뜻인지 몰랐다.
 밀크 선생님은 마력량을 높이면,
수단과 위력이 오른다고 하셨다.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보여준 것은 정반대의 결과였다.

 "좋은 얼굴이군, 두뇌 회전을 멈추지 마라.
다만, 넌 본질을 간파하지 못했어, 잘 봐라."

 그러자 밀크 선생님은 30의 마법을 땅에 던졌다.
풀이 타오르고,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이어서 60의 마법을 던지자── 놀랍게도
두 배 이상, 아니 세 배 가량 정도 되는 불기둥과
위력으로 땅이 타올랐다.

 수치만 따지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겠어?"

 "…외견은 동일하나, 위력은 두 배 이상…."

 "그래, 물론 고등 기술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마력량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해서
크기 또한 두 배로 커질 거란 생각을 가진 시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거다. 쓸데없이 적을 경계시킬 뿐이지.
전투의 본질은 선수, 그리고 속이는 거다.
준비, 시작하는 과정이 있을 리 없지. 아주 작은 방심,
그게 곧 죽음과 직결된다."

 겉모습은 동일하나, 마력의 밀도가 다르다.
 밀크 선생님은 그리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

 역시 내 머리는 아직 게임 뇌였던 모양이다.
 여러 기술을 배워, 적을 유린해 간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숙청당한 기분이었다.

 "마력의 총량만은 근력 운동과 동일하지.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시간을 들인 만큼 늘어난다.
나이를 먹다 보면 잔재주들이 늘어나지만 말이야.
지금의 내가 딱 그런 상황이지. 하지만, 바이스,
넌 아니야. 아직 젊어…. 성실하게 노력을 할 수 있지.
지루한 건 이해한다만 조금만 더 힘내라."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말한 건 처음이지 않나 싶다.
 힘내라니.

 지금까지 나 자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죽고 싶지 않다고, 파멸하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응원해 주는 리리스나 밀크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노력하고 싶다.

 "알겠습니다, 노력할게요!"

 "그 마음가짐이다, 좋아, 죽을 각오로 해라."

 "네!"

 또 죽을 각오로 마력을 방출.
 음…, 그래도 역시 괴로운 건 어쩔 수 없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스테이터스에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밀크 선생님이 「슬슬 인가」
라고 중얼거렸다.

 "슬슬 이라뇨? 뭐가요?"

 "전에 말했잖아, 실전 테스트다."

 실전 테스트──,
평소와는 다른 미소를 짓고 있다.
 무서워, 도망치고 싶어, 벗어나고 싶다!
 이런저런 추측을 해봤지만,
아마도 마물과 싸우는 게 아닐까 싶다.

 다만 조금 설레기도 한다.
 나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어떤 마물과 싸우는 겁니까?"

 "마물?"

 나도 모르게 무심코 입에 담아버렸다.
 그런데 밀크 선생님이 실소를 하며 얘기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

 "실전 테스트는 진짜 사람으로 할 거야.
그것도 네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말이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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