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제가 뭔가 저질러 버렸나요?
"신티아 영애,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마력의 성질을 높이겠다는 거냐?"
"…아뇨, 아직…입니다."
눈치채셨을까, 지금 그녀는
밀크 선생님으로부터 마법의 지도를 받고 있다.
삼가 아뢰옵니다, 아빠에게.
저희가 약혼한 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났습니다.
아빠,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해줘서 고마워요.
외교에서 돌아오면,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 신티아 영애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합격하기 위해, 매일, 매일, 매일마다
저택에 와서 특훈을 받고 있지요.
그런 짓 따윈 하지 않아도 반드시 합격한다고,
죽는 한이 있어도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어요.
시나리오가 개판이 될지도 모르나,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낙관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바이스,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는 건 좋은데,
쓸데없는 생각 마라."
"아, 네엣!"
"어머나…, 넋을 잃고 바라보시다니…."
볼에 홍조를 띠며,
신티아는 양손에 엄청난 양의 마력을 모았다.
합격이 확정된 사람이 더 노력해도 되는 건가?
그랬다간 정말 개판이 되는 거 아니야?
"리리스는 좀 더 마력을 낮추고, 골고루 균형 있게.
그게 마법의 정확도를 높이는 요령이다."
"네!"
그리고 옆에는── 리리스가.
설마 했던 트리플 특훈,
물론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리리스는 내가 합격하면 시종으로 부를 예정이었다.
다만 그래서는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적다.
그렇기에 그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입학시험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연약한 그녀가 할 수 있을 리 없건만,
본인 입으로 그랬으면서.
하지만 놀랍게도,
리리스는… 매우 강했다.
검술은 물론, 무술 쪽은 밀크 선생님이 인정할 정도.
마법은 지금부터인 모양이지만,
그래도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뒤처질 순 없기에, 나 또한 기합이 들어간다.
"신티아 영애, 리리스, 대련은 해본 적 있나?"
"물론이죠."
"있습니다."
엥, 리리스도 있다고!? 어, 어째서!?
마을 아이들과 놀았던 걸 대련이라고 하진 않는다고!?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초 훈련은 이 정도로
하고 실전 형식으로 진행하자. 수도 딱 맞네."
"…선생님, 저희들은 셋밖에 없습니다만…."
"내가 있잖아."
알고 있었지만,
밀크 선생님은 자신도 머릿수에 포함한 모양이다.
맞기 싫어, 맞기 싫다고, 하지만 리리스나 신티아와
싸우는 것도 조금 그렇다.
"그보다 바이스, 몰래하던 특훈의 결과를 보여주실까."
"…알고 계셨나요."
"당연하지, 실전에 쓸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
선생님의 말대로, 나는 계속해서 빛과 어둠의
혼합 마법을 다방면으로 시도해 보고 있었다.
전보다 많은 것들을 배웠으나,
선보일 타이밍을 놓쳐 곤란했던 참이다.
"우선 바이스, 너는 신티아와 싸워라.
미리 말해 두겠는데, 절대 봐주지 마라."
"제비 뽑기 같은 게… 아니었군요."
풀이 죽은 채로 신티아를 바라보자,
뭐가 그리 기쁜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기대돼서 그런 건지,
내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금사빠 녀석, 오늘도 절호조다.
"서로 거리를 두고 마주 봐라,
시작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리고 나와 신티아 영애는 거리를 벌린다.
귀족으로 보이지 않는 훈련복을 입었으나,
그녀의 미모는 그걸로 가려지지 않는다.
서로 준비가 됐을 거라 확신한 순간,
시야에서 신티아가 사라졌다.
아마도 다리에 마력을 모아,
미끄러지듯 고속으로 이동한 것이다.
"~~~~크읏!"
눈에 마력을 모으자,
신티아의 마력의 잔상과 그녀의 모습을 포착했다.
등 뒤에서 내 머리를 때리려는 것을 눈치챘기에,
휙 하고 피하며 목검으로 머리를 톡 내려쳤다.
아니, 정확히는 기세 좋게 따악 하고 때려버렸다.
"아, 아파요…."
"미, 미안…."
신티아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쭈그려 앉았다.
그런가, 고속으로 이동한 탓에, 가볍게 목검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카운터처럼 된 모양이다.
"…어떻게 아신 거죠?"
"응? 평범하게 보였을 뿐인데…."
"마, 말도 안 돼…. 지금까지 몇 번 정도 집에서
겨뤄본 적이 있습니다만, 이렇게 쉽게 피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티아는 놀라고 있지만,
정말 평범하게 보였을 뿐이다.
고작 이 정도로…라는 생각을 하고 있자,
리리스가 눈을 크게 뜬 채로, 밀크 선생님은
팔짱을 낀 채로 감탄하고 있었다.
"저는… 눈으로 쫓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거의 보이지 않았어요."
"바이스,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신티아의 고속 이동은 빠르다고."
두 사람의 반응으로 보아,
아무래도 눈에 마력을 모은 게 잘못이었던 걸까?
아니, 결과는 좋았던 것 같다.
어둠 마법과 빛 마법을 혼합하여,
「관찰안」을 습득한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신티아에게 손을 내밀자,
그녀는 평소보다 분해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겼다.
괘, 괜찮으려나.
"굉장하시군요, 바이스 님!"
"어, 그, 그러니까 미안해…?"
…머리카락이 불룩하고 올라와 있을 정도로,
튀어나와 있다.
괜찮으려나, 영애인데, 약혼자한테
이런 혹을 만들다니, 역대급 아니야?
"괜찮습니다, 제가."
씩씩하게 걸어온 리리스가 회복 마법으로
치유하기 시작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혹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고마워요, 리리스 양."
"정말 강렬하네요, 바이스 님의 일격은.
후후훗, 추억이 또 하나 생겼어요."
이런 걸 추억이라 할 수 있나 싶었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다음은 밀크 선생님과 리리스의 대결이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다시 내가 지명되었다.
불평을 해도 의미가 없기에, 다시 대치,
이번엔 선수의 연습이라 생각하며 리리스가 움직이기 전에
땅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내가 만들어낸 복합 마법이다.
리리스는 강하니, 조금 세게 가볼까.
「치유의 가호와 파괴의 충동」
그 순간,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지며 정원을 덮었다.
리리스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함께 훈련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마치 역전의 용사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하아압!"
목검을 내 정수리에 있는 힘껏 휘둘렀다.
좋은 걸, 봐주지 말랬으니까.
하지만 그 공격은── 내게 닿지 않았다.
영구적으로 발동되는 불가침 영역에,
목검이 튕겨져 나갔다.
리리스는 몇 미터 정도 튕겨져 나간 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왜 그러냐, 리리스. 그걸로 끝이야?
…시합 종료! 바이스, 빨리 마법을 해제해!"
"네? 아, 네에!"
밀크 선생님이 처음 보는 초조한 얼굴로
리리스를 향해 달려간다.
나도 급히 마법을 해제, 선생님은 무려,
주머니에서 상급 포션을 꺼내 들었다.
"정신 차려라, 리리스!"
"허억… 허억…."
서둘러 리리스에게 포션을 먹이자,
안색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바이스, 그 마법은 대체 뭐냐?"
"그게 저기…."
마법진 내에 있으면 신체 약화, 체력 감소, 기력 감소,
마력 감소, 마법 방어력 감소, 물리 방어력 감소,
공격 속도 감소, 이동 속도 감소 등의 모든 디버프가
상대에게 걸린다.
그리고 내게는 그와 정반대의 버프가, 모든 것이 강화된다.
게다가 상대로부터 빼앗은 만큼 추가적으로 버프가
걸리기에, 인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진다.
마력 감지와 기척 감지의 마법도 복합되어 있기에,
실수로라도 동료에게서 빼앗는 일은 없고,
내가 아군이라 인식한 상대에게 또한 버프가 걸린다.
라고 설명을 하자,
세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밀크 선생님조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라, 내가 뭔가 저질러 버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