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파묘 알바 ⑤】
모노베에게 보고하기 위해,
난 묘지 부지 내에 유일하게 자리한 장엄한 건물로 향했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본 건물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양쪽으로 열리는 문 위에는 아까 그 조각상과 같은,
얼굴과 팔다리가 여러 개 달린 인간 형상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조각상을 봤을 때부터 정상적인 시설은 아닐 거라 각오했으나,
묘지라기보단 사이비 종교 단체의 시설처럼 느껴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멋대로 안에 들어가도 되는 건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문이 열리며 무슨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수상한 얼굴을 한
모노베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노베 씨……, 일이 끝났기에 보고 드리려 왔습니다.」
「아하,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로 해산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나도 모르게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무덤을 파내기만 하면 된다고 듣긴 했지만,
다시 묻는 작업은 돕지 않아도 되는 걸까.
화장에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어서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그만한 크기의 관을 다시 땅속에 묻는 것도
상당한 중노동일 것이다.
일손은 많을수록 좋다.
애초에 그래서 알바생들을 고용한 것 아니었나?
「출구는 이쪽입니다.
딴 길로 새지 마시고 곧장 귀가해 주십시오.」
「저어, 다른 알바생분들은…….」
모노베는 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더욱 짙게 지을 뿐이었다.
쓸데없는 건 캐묻지 말라는 뜻이 역력했다.
어찌 됐든 얌전히 따르는 수밖에 없다.
찜찜한 품에 안고 묘지를 벗어나 홀로 귀가하던 도중.
「어라, 카타기리 씨 아니세요?」
「저어…….」
스스럼없는 말투로 날 부른 사람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TV에서나 볼 법한 흰색 모자이크로 뒤덮여 있었고,
목소리마저 기계로 변조한 것처럼 거칠게 들렸다.
나는 분명 이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누구였지?
이렇게 특징적인 사람을 잊을 리가 없는데.
「접니다, 야마다. 야마다 타로.
인형 공양 알바 때 같이 일했었잖아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야마다가
황급히 자기소개를 덧붙였다.
그러자 흐릿했던 기억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그렇다, 야마다 타로는 가명 같은 흔해빠진 이름과는 달리
전설이라 불리는 우라바이트생이다.
그의 말대로 예전에 인형 공양 아르바이트도 함께했었다.
나는 황급히 무례를 저지른 것에 사과했다.
「오랜만이네요. 죄송해요, 바로 못 알아봐서.」
「아뇨, 그럴 만도 하죠. 보시다시피 제가 이런 몰골이잖아요.
남들이 제 얼굴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네에…….」
애매한 대답에도 기분 나빠하는 기색 없이
그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카타기리 씨는 이런 곳에서 뭐 하고 계셨어요?」
「일이요 ――우라바이트를.」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일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나는 조금 전까지 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업무 내용을 발설해선 안 된다는 규칙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우라바이트생이다.
어쩌면 내가 품고 있던 의문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또한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야마다는 뭔가 짚이는 게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하, 그거였군요. 저도 전에 그 일을 해본 적이 있는데,
무덤을 파내기만 하면 된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실상은 신흥 종교와 관련된 일이었어요.
나중에 조사해 보고 알았는데, 천옥교라는 단체가
모노노베 텐고쿠의 사상을 계승해 재현하려는 단체라더군요.」
「모노노베 텐고쿠라면……
일본을 멸망시키기 위해 주물을 만들었다는 그 사람이요?」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인터넷 괴담 중에는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두 얼굴과 네 팔을 가진 괴물·료멘스쿠나를 본떠 만든 주물,
〈료멘스쿠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모노노베 텐고쿠는 바로 그 료멘스쿠나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과거 모노노베 텐고쿠는 구경거리 오두막에 있던 기형아들을
한 곳에 가둬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고독을 치른 뒤,
살아남은 샴쌍둥이를 강제로 즉신불로 만들었다.
그렇게 료멘스쿠나가 된 샴쌍둥이가 품은 강대한 원한은
주물이 옮겨지는 곳마다 재해를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덧붙여, 정작 모노노베 텐고쿠 본인은 「일본이여 멸망하라」
라는 유언을 남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맞습니다. 우리가 파낸 그 관은
신흥 종교 단체가 재현한 료멘스쿠나였던 거죠.
만약 관의 뚜껑을 열었다면 분명 큰일이 벌어졌을 겁니다.」
무덤 위에 세워져 있던 불길한 조형물.
그것은 여러 얼굴과 여러 팔을 가진
료멘스쿠나를 본떠 만든 것이었으리라.
그렇다면 관리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모노베는
모노노베에서 성을 따온 것이고,
‘헤븐즈 메모리얼 힐’이라는 이름 역시 천옥(天獄)
――천국과 지옥을 조합하여 비튼 이름인지도 모른다.
내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어왔던 남자를 비롯해
다른 알바생들은…… 관을 열어버리고 만 것일까.
료멘스쿠나가 안치되어 있던 그 관을.
그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왜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건가요?
전에는 세세한 거나 쓸데없는 일은 모르는 편이 낫다고 하셨잖아요.
전에 제가 계속 끈질기게 캐물어서 그런 건가요?」
「흐음……, 뭐랄까, 카타기리 씨를 보고 있으면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꾸 참견하게 된다 해야 할까요, 귀찮으시죠?」
고개를 갸웃거리며 쓴웃음을 짓는 야마다 자신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참견이라뇨. 전 형제가 없거든요,
만일 오빠가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이네요.」
야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그는 방금 전 내가 옛날의 자신과 닮았다고 했다.
지금이야 산전수전 다 겪은 전설의 우라바이터라 불리는 야마다지만,
과거 ――처음 우라바이트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저어……, 야마다 씨는 왜 이런 우라바이트를 하시는 거죠?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카타기리 씨와 똑같습니다. 제게도 목적이 있고,
그걸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뭐……, 이제는 점점 돈을 버는 행위 자체가 이유가 되어가고 있지만요.」
야마다는 공허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걸 잃었습니다.
카타기리 씨도……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괴담 > 우라바이트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1. 【해변의 표착물을 줍는 알바 ①】 (0) | 2026.09.26 |
|---|---|
| 50. 【해변의 표착물을 줍는 알바 : 개요】 (0) | 2026.09.26 |
| 48. 【파묘 알바 ④】 (0) | 2026.09.25 |
| 47. 【파묘 알바 ③】 (2) | 2026.09.24 |
| 46. 【파묘 알바 ②】 (0) | 2026.09.24 |
Hellth
Writer일본어 유료 번역 커미션 및 외주도 받고 있습니다. 관련 문의는 [hellth@kakao.com] 로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