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 전체 글 (629)

괴담/영괴신범 2026. 10. 29. 00:00

07. 【사람을 먹었던 신 ②】

「우리 할망구는 정말이지 지독한 인간쓰레기였어…….」 혼잣말 같은 카라하라의 목소리는 묵직한 반투명 유리 미닫이문이열리는 소리에 거의 묻혀버렸다. 그걸 핑계 삼아 나와 미야키는못 들은 척했다. 나뭇결을 흉내 낸 도장이 벗겨진 구슬발을 손가락으로 튕겨 올리며집 안으로 들어선다. 뼛속까지 냉기가 스미는 현관 너머로 보이는 마룻바닥 복도에는돌돌 말아 놓은 달력과 빈 액자, 골판지 상자에 접이식 의자인지손수레인지 모를 뼈대까지, 발 디딜 틈도 없이 물건이 여기저기에널브러져 있었다. 「정리해서 파는 것도 귀찮아서 말이야, 휴무 날에는 여기 와서벌레가 꼬이지 않는지만 확인하고 있어. 거의 손도 안 대서지저분하긴 하지만…….」 끈적거리는 마룻바닥을 밟으며, 아직 해 질 무렵임에도 몹시어두컴컴한 집 안을 물건..

괴담/영괴신범 2026. 10. 28. 00:00

06. 【사람을 먹었던 신 ①】

비좁은 차 안이 커피 냄새로 가득 차 있다. 조수석의 미야키가 반으로 가른 붕어빵에서 흘러넘치는 팥소를내려다보며 앗 하고 중얼거렸다. 「이거, 고운 팥 앙금이었네요.」 「둘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완전 다르거든요.」 미야키는 손에 묻은 팥소를 물티슈로 닦고는 체념한 듯 붕어빵을한입 베어 물었다. 히터의 열기로 김이 서린 차창을 양복 소매로 닦자, 요즘에는보기 드문 목조 역 건물 옆에 있는 붕어빵 가게가 보였다. 수증기 속에서 철판 위의 붕어빵을 뒤집던 여주인과 눈이 마주치자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웃고 있어도 슬퍼 보이게 만드는 눈물점이,한동안 함께 살았던 여자의 얼굴이 떠올라 나는 고개를 돌렸다. 「사람도 없는데 노점을 차릴 바엔 차라리 역무원이나 한 명 두지.」 나는 젖어서 ..

괴담/영괴신범 2026. 10. 27. 00:00

05. 【서장 : 사람을 먹었던 신】

우리 할망구는 정말이지 지독한 인간쓰레기다. 장례식에서는 다들, 그렇게 좋은 분이 또 어디 있느냐고 떠들어댔지만,나만은 알고 있다. 그 할망구가 했던 말 중 사실인 건 단 하나도 없다. 우리 집만 그런 건 아니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대개 어릴 때부터「나쁜 짓을 하면 산속의 "사람을 먹었던 신"이 데려간다.」는 협박을들으며 자랐다. 그 정도야 별 상관없다, 어디에나 흔히 있는 이야기니까. 우리 집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렸고,어머니는 하루 종일 일만 했기에, 할망구가 엄마 대신 날 돌봐줬다. 주변에서는 손자를 정말 잘 돌봐주시네, 참 좋은 분이셔 라고들하길래 어릴 때는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할망구는 아들을 갖고 싶어 했지만 딸밖에 낳지 못했기에,날 ..

괴담/영괴신범 2026. 10. 26. 00:00

04. 【하나씩 내려오는 신 ③】

나와 미야키는 마을 회관에서 솜이 얇아 다다미의 감촉이그대로 전해지는 방석에 앉아, 쓴웃음을 짓는 주민들과 마주하고 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미야키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이런 교섭 자리에서적절한 표현을 골라 말하는 데에 내가 영 소질이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저 눈알이나 귀는 떨어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저건 이 땅의 산이나 땅속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마을의 촌장이라는 노인과 그의 비서인 중년 여자가 서로얼굴을 마주 봤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비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저 정도 크기의 물체가움직이기 시작한 경우, 헛간이나 주유소 정도의 피해로는끝나지 ..

괴담/영괴신범 2026. 10. 25. 00:00

03. 【하나씩 내려오는 신 ②】

소형 크레인 차량이 수면을 쪼는 새의 부리처럼 움직이며,주유소 지붕을 뚫고 떨어진 거대한 귀를 집어 들어 올린다. 크레인 바로 아래에서 기다리던 트럭이 후진해 적재함을 내밀자,가득 깔아놓은 완충재 위로 귓불이 툭 떨어졌다. 「아주 익숙해 보이는걸.」 노란색과 검은색 테이프로 통제된 현장을 바라보며,먼지투성이가 된 나와 미야키는 쓴웃음을 지었다. 양복 위에 우비를 닮은 노란 비닐 재킷을 걸친중년 남성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우리에게 달려온다. 「이야, 많이들 놀라셨죠……. 이런 일이 가끔 있다고 해야 하나,있어선 안 되는 일입니다만, 아무래도 타 지역 사람들에게설명한들 도통 이해를 못 해주는 일인지라…….」 지역의 유지 정도 되는 사람일 테지.우리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미소 뒤편에는 초조함과 더불..

괴담/영괴신범 2026. 10. 24. 00:00

02. 【하나씩 내려오는 신 ①】

흔히 볼 수 있는 시골 풍경이었다.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넓은 정원이다.집을 둘러싼 푸릇푸릇한 산울타리에는 겨울이 되면 동백꽃이 피겠지. 나뭇가지가 도로를 약간 침범하고 있지만,이웃 주민들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정원 한구석에는 새로 지은 하늘색 헛간이햇빛을 반사해 반짝이고 있었다. 「손주가 와서 칠해줬어요.너무 화려해서 집이랑 안 어울리는 거 아니냐고 하긴 했지만요.」 이 집의 주인인 노파가 자줏빛 얼룩이 물든양손을 비비며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나도 붙임성 좋게 웃어 보였지만 제대로 웃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헛간이 말씀하신, 그겁니까?」 노파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양복 주머니에서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뒷면에는 볼펜으로 날짜가 적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