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베에게 보고하기 위해,난 묘지 부지 내에 유일하게 자리한 장엄한 건물로 향했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본 건물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양쪽으로 열리는 문 위에는 아까 그 조각상과 같은,얼굴과 팔다리가 여러 개 달린 인간 형상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조각상을 봤을 때부터 정상적인 시설은 아닐 거라 각오했으나,묘지라기보단 사이비 종교 단체의 시설처럼 느껴졌다. 「무슨 일이십니까?」 멋대로 안에 들어가도 되는 건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문이 열리며 무슨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수상한 얼굴을 한모노베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노베 씨……, 일이 끝났기에 보고 드리려 왔습니다.」 「아하, 감사합니다.그럼 이걸로 해산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나도 모르게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무덤을 파내기..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25. 00:00
48. 【파묘 알바 ④】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모노베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망치려 해도 죽는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당하기 전에 먼저 죽여야만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짐작 가는 원인은 단 하나뿐이었다. 관 속을 들여다봤기 때문? 그 미라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주물이라도 됐던 건가. 그런 걸 묻어두고 있었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이 일은 대체 뭐야.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를 제외한 모두가흙바닥 위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빨리 도망쳐야 해…….」 그 여자나 모노베가 돌아오기라도 하면아무리 그래도 변명할 길이 없다. 경찰에 신고해 끈질긴 조사를 받게 될 게 뻔했다..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24. 00:30
47. 【파묘 알바 ③】
「제가 가서 모노베 씨를 불러올게요.」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누구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서둘러 구덩이 밖으로 기어 올라갔다. 땀 냄새나는 남자들과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저기 있잖아……, 슬쩍 들여다볼까?」 모노베와 여자를 기다리는 동안, 한 사람이 말을 꺼냈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궁금했던 것이다. 저 불길한 석상의 밑에 묻혀 있던 시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게다가 하지 말라고 하면,되려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누구나 어느 정도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으니까. 다 같이 입만 맞춰 시치미를 떼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시신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언제쯤 묻힌 걸까. 매장된 시기에 따라서는 한창 부패되어가는 중인끔찍한 시체를 눈앞에서 마주하게 될 수도 있..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24. 00:00
46. 【파묘 알바 ②】
다른 참가자들과도 딱히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모두가 마치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처럼고개를 숙인 채 묵묵하게 기다리고만 있던 그때. 「아이고, 다들 모이신 모양이군요.약속 시간을 철저히 지켜주시다니 훌륭합니다.」 묘지 안쪽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다시 한번, 오늘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저는 헤븐즈 메모리얼 힐의 대표인 모노베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모노베는앞머리를 7대 3으로 반듯하게 가르고검은 정장을 빈틈없이 차려입고 있었다. 묘지를 관리하는 대표라기보다는어딘가 수상쩍은 세일즈맨이라고 하는 편이더 잘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여러분께서는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부디 잠시만 제 설명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예로부터 이 지역에는 토장 풍습이 이어져 왔..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23. 00:30
45. 【파묘 알바 ①】
지금이야 죽은 이의 시신을 화장하는 것이 당연해졌지만,과거에는 일본에서도 토장이 주류였다고 한다. 『일본서기』에도 옛날부터 시신을 땅에 묻었다는 기록이남아 있다고 한다. 그 후로도 토장 문화는 계속 이어졌고,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야비로소 화장이 주류가 되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메이지 시대 이전의 일본인들에게는좀비나 강시 같은 괴물도 제법 친숙한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근래에는 토장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토장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 위생 문제나 토지 확보 등의 이유로 조례를 통해토장을 금지하는 지자체도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시신을 그대로 땅에 묻던 시절이었다면도굴꾼도 꽤나 기승을 부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인을 위해 함께 묻은 장신구뿐만 아니라,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명..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23. 00:00
44. 【파묘 알바 : 개요】
☆매우 급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업무 내용】 지자체의 조례 개정으로 인해 토장이 금지된 구역에서,과거에 토장 된 유해를 발굴하여 다시금 화장합니다. 그 작업을 도와주실 분을 구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힘쓰는 데 자신 있는 분 환영! 여러분의 힘을 꼭 보태주세요! 이런 분들을 기다립니다!・ 체력에 자신 있는 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분. 【모집 요강】・ 복장 : 더러워져도 되는 옷과 장화.・ 준비물 : 없음.※ 삽 등 필요한 도구는 이곳에서 준비합니다.・ 필수 자격 : 없음.・ 연령 제한 : 없음.・ 정원 : 8명 이상.・ 근무지 : 헤븐즈 메모리얼 힐 (■■시 ■■구 ■-■-■).・ 근무 시간 : 오전 11시 ~ 파묘가 끝날 때까지. 【보수】 일당 십만 엔. 【주의 사항】 파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