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에 도착한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영구차에서 꺼낸 관을 화장하기 전,마지막 작별 인사가 이루어졌다. 가족이나 친한 지인이었다면 눈물이 쏟아질 만한 자리이나,아무런 인연도 없는 인형을 상대로 어떠한 감정도 솟아나지 않았다. 화장이 끝날 때까지우리는 화장터 안의 대기실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들 지루하다는 듯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심심하네요. 이야기라도 좀 나눌까요?」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침묵을 견디다 못했는지참가자 중 한 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실실 웃음을 띠고 있는, 딱 봐도 가벼워 보이는 남자다. 「이렇게 같은 알바를 하게 된 것도 다 인연이잖아요.이왕 이렇게 된 거 친목이나 좀 도모해 보죠.그런 의미에서, 다들 왜 이 ..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10. 00:00
18. 【인형 공양 알바 ①】
예로부터 인형은 인간의 대역으로써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인간의 형상을 본뜸으로써,인간의 부정이나 액운을 대신 짊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히나마츠리 같은 행사도이러한 액받이의 흔적이라 전해진다. 『히나나가시』라 하여,옛날에는 히나 인형을 강에 떠내려 보냈다고 한다. 히나 인형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시집을 못 간다는 말이 생겨난 것도 그 때문이겠지. 또한 매년 여름마다 신사에서 열리는『나고시노하라에』 역시 종이로 만든 『카타시로』를 이용해,강에 흘려보내거나 불에 태움으로써 부정을 씻어낸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런 인형을 처분할 때도그에 걸맞은 절차가 필요하다. 유명한 괴담인 『메리 씨의 전화』 같은 경우도,제대로 공양을 하지 않고 버린 결과,메리 씨 인형에게 원한을 사 가혹한 결말을 맞이한 것이니..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9. 00:30
17. 【인형 공양 알바 : 개요】
☆소중한 인형을 추모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업무 내용】 어릴 적 소중히 여기던 인형과의 이별.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인형은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제 역할을 마친 인형을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하기 위해,인형을 위한 장례식을 진행합니다. 여러분은 장례식의 조문객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인형을 고인으로서 정성껏 배웅해 줍시다.이런 분께 추천!・ 인형을 좋아하는 분.・ 배려심이 있는 분.・ 관혼상제의 예절을 지킬 수 있는 분.・ 끝까지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분. 【모집 요강】・ 복장 : 지정 있음.・ 준비물 : 조의금, 염주.・ 필수 자격 : 없음.・ 연령 제한 : 없음.・ 정원 : 없음. 몇 분이든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애도해 줍시다.・ 근무지 : ■■ 장례식장.・ 근무 시간..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9. 00:00
16. 【투신자살을 세는 알바 ④】
「야마다 씨라고 하셨죠,맨션에서 뛰어내린 유령의 수를 세어 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을 칸노라 소개한 관리인이 말했다. 온화한 인상의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차림의 노인이다. 그렇다 한들 야마다 같은 우라바이트를 고용하고최소 건물 두 채를 관리 및 소유하고 있으니,나름대로 상당한 부자임에 틀림없다. 「13명,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유령의 인원수입니다.이보다 늘어나도 줄어들어도 안 됩니다.」 「어쩐지 불길한 숫자네요.」 야마다가 농담조로 말했으나,칸노는 영문모를 미소만 깊게 띨 뿐이었다. 제공된 생활감이 느껴지지 않는 방에서 대기하다가,다음 날 자정부터 야마다는 업무에 들어갔다. 생전의 행동을 되풀이하는 유령들이 차례차례 뛰어내린다. 사람의 죽음에 익숙해져 있던 야마다는잠깐의 망설임조차 없이 담담히 카운트..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8. 00:30
15. 【투신자살을 세는 알바 ③】
첫날은 사람이 죽는 순간을 여러 번 목격한 충격 때문에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적응이란 참으로 희한한 것이라,인원수를 채워감에 따라 몇 명이 뛰어내리든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이라고 해도저쪽은 눈치채지 못했을 테고내가 일방적으로 보고 있을 뿐이지만――유령들에게 친근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밝은 시간대에 나타나는 유령 같은 경우에는얼굴을 외워버렸을 정도다. 예전에 알바를 했던 편의점에서단골손님을 외웠을 때의 감각과 비슷하다. 관찰해 보니 유령의 남녀 비율은 남성이 더 많았고,두 성별 모두 학생부터 한창 일할 나이의 세대가 대다수였다. 역시 직장이나 학교 같은 사회 공동체 생활에서정신적으로 몰린……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 일종의 정이 생겨버리자, 매일 루틴처럼계속해서 뛰어내..
괴담/우라바이트
2026. 9. 8. 00:00
14. 【투신자살을 세는 알바 ②】
업무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했는데,폐맨션의 옥상이 보이는 맞은편 건물에서 24시간 감시하며,생전의 행동을 되풀이하며차례차례 뛰어내리는 유령의 수를 세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의식주는 그쪽에서 부담해 준다고 한다. 제공되는 방도 칸노의 관리 하에 있는 듯했다. 건물을 최소 두 채나 관리하고 있다니,눈앞에 있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소박한 차림의 노인은 상당한 부자일지도 모른다. 24시간 감시 체제라고 해서밤새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건가 싶어 불안했지만,칸노의 말에 따르면,유령이 뛰어내리는 시간은 저마다 정해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의 말로는, 뛰어내리는 피크 타임은 한밤중이라고 한다. 역시 사람 눈이 적은 밤사이에 몰래 들어와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즉, 야행성 생활을 하면 안심하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