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9. 25. 00:00

48. 【파묘 알바 ④】

반응형


 순식간에 생지옥으로 변해버렸다.
 모노베 일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망치려 해도 죽는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당하기 전에 먼저 죽여야만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짐작 가는 원인은 단 하나뿐이었다.

 관 속을 들여다봤기 때문?
 그 미라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주물이라도 됐던 건가.
 그런 걸 묻어두고 있었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이 일은 대체 뭐야.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를 제외한 모두가
흙바닥 위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빨리 도망쳐야 해…….」

 그 여자나 모노베가 돌아오기라도 하면
아무리 그래도 변명할 길이 없다.
 경찰에 신고해 끈질긴 조사를 받게 될 게 뻔했다.
 이 현장을 보면 정당방위였다는 변명이 통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다행히 시체는 전부 구덩이 안에 있다.
 위에 흙을 덮어버리면 당장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 틈을 타 멀리 도망치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간신히 구덩이 밖으로 기어 나오려던 나를――.

 여러 개의 팔과 얼굴을 가진 미라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러 머리에 달린 눈들이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진정한 공포와 맞닥뜨리면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 말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어째서 이 녀석이.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관 속에 들어 있었을 텐데.

 그 순간, 의식이 끊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시야가 온통 캄캄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짙은 피 냄새 속에 섞인
흙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생매장에 대한 공포를 다룬 소설인데요.
그 작품이 발표됐던 시대에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아직 숨이 붙어 있는데도 죽었다고 오진하여,
그대로 매장해 버리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 하더군요.

 아까 그 음침한 남자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설마 내가 생매장을 당한 건가.
 하지만 입을 벌려봐도 흙이 들어오지는 않았고,
짓눌리는 듯한 답답함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혹시 여기는 관 속인가?
 순식간에 피가 차갑게 식어버린다.

 앞으로 뻗은 손바닥에 거친 나무의 촉감이 느껴진다.
 아마도 관의 뚜껑일 것이다.
 안쪽에서 손으로 밀어 열어보려 했으나,
무언가 무거운 것에 짓눌려 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설마 관 위에 흙을 덮은 건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꺼내줘! 아무나 좀 살려줘!」

 주먹을 쥐고 안쪽에서 뚜껑을 두들기며 목청껏 소리쳐봤지만,
누군가 구하러 오는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뒤척이던 중 손끝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시야가 어둠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손끝의 감촉만으로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려 시도했다.

 정체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길이가 제각각인 가느다란 것 다섯 개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손가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처럼 미지근했고,
끈적한 액체에 젖어 있었다.

 내가 죽인 시체.
 설마…… 이것들도 나와 함께 묻힌 건가?

 관 속에 들어 있던 미라의 기괴한 모습이 떠올랐다.
 혹시 저건 죽은 뒤 부패하는 과정에서
여러 구의 시체가 서로 들러붙어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이대로라면 나도 그 미라와 똑같은 최후를 맞게 된다.

 싫어, 누가 좀 살려줘.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데.
 씨발, 씨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번이고 안쪽에서 뚜껑을 두들기고,
이미 쉬어버린 목에서 피가 날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손톱이 빠질 정도로 긁어대고 있는데,
――산소가 부족해진 것인지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대로 죽는 건가.
 땅속에서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비참하게 죽은 시체들과 함께.
 하지만 이대로 곱게 죽어줄 생각은 없다.

 이 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파헤쳐져 다시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나를 이 꼴로 만든 놈과
이 세상에 복수하고 말 것이다――.

반응형

'괴담 > 우라바이트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 【해변의 표착물을 줍는 알바 : 개요】  (0) 2026.09.26
49. 【파묘 알바 ⑤】  (0) 2026.09.25
47. 【파묘 알바 ③】  (2) 2026.09.24
46. 【파묘 알바 ②】  (0) 2026.09.24
45. 【파묘 알바 ①】  (0) 2026.09.23
Hellth

Hellth

Writer

일본어 유료 번역 커미션 및 외주도 받고 있습니다. 관련 문의는 [hellth@kakao.com] 로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