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9. 27. 00:30

53. 【해변의 표착물을 줍는 알바 ③】

반응형


 찰박찰박, 물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태내에 있던 기억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지만,
마치 엄마의 뱃속, 양수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요람이나 해먹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흔들림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한동안 몽롱한 의식 속에서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으나,
코를 찌르는 강렬한 바다 내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을 둘러본 나는 당황했다.

 「여긴, 어디지?」

 나는 홀로 바다 위에 있었다.
 보아하니 작은 배에 타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이렇게 허술한 배로는 높은 파도라도 덮쳐오면
순식간에 뒤집히고 말 것이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도 육지는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멀리 떠내려온 모양이다.
 수영에는 자신이 있지만, 아무런 대비도 없이
한겨울 바다에 뛰어들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아무나!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몇 번이고 목청껏 소리쳤지만,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았다.

 내 목소리는 잿빛 하늘과 탁한 빛깔의 바닷속으로
허무하게 빨려 들어갈 뿐이었다.
 12월의 바닷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손발 끝부터 서서히 얼어붙었다.
 매서운 추위에 온몸이 떨렸다.

 이대로라면 바다 위에서 얼어 죽고 만다.
 아니면 그보다 먼저 높은 파도에 배째로 휩쓸려
바다의 한낱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던가.
 어느 쪽이든 끔찍한 죽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을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그동안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해변의 표착물을 줍는 알바.
 그 일을 하던 도중 발견한 사람의 발목.
 우리를 고용한 카이도는 그것을 에비스라고 부르며
풍어를 가져다주는 신이라고 했다.
 에비스를 발견한 나는 카이도 일행에게 대접을 받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다 위였다.

 최악의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저놈들……,
에비스를 발견한 날 새로운 에비스로 만들 생각인 건가……?

 카이도는 에비스가 발견되면 풍어가 된다 말했다.
 그게 아니라 반대였던 거 아니야?
 풍어를 위해, 해마다 누군가를 에비스로 만들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런 건 신 따위가 아니다, 그저 제물일 뿐.
 그리고 나는 운 나쁘게 그 제물로 뽑혀버린 것이다…….

 죽고 싶지 않아.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아.
 왜 하필 나야.
 싫어, 살려줘.

 바로 그때였다.
 높은 파도라도 덮친 것인지 작은 배가 크게 요동쳤고,
나는 그대로 바닷속으로 내던져졌다.

 옷이 물을 잔뜩 머금으며 무겁게 몸에 휘감겼다.
 코 안쪽이 찡하게 아려왔다.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었지만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벌린 입으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왔다.
 그런데도 뇌는 여전히 삶을 포기하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숨을 들이마시라고 명령을 내려왔다.
 하지만 주변 어디에도 들이마실 산소는 없었고,
그저 폐가 물로 채워질 뿐이었다.

 괴로워.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사이 눈앞이 새하얘졌다가
새까매지기를 반복했고, 어느 쪽이 위고 아래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손발의 감각은 진작 사라지고 없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가라앉아 간 바닷속 깊은 곳.
 해초들이 살랑살랑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니다, 해초가 아니다.
 해저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손들이 이리 오라며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이 사람들은 분명 지금까지 에비스가 된 사람들이다.
 나도 동료가 되라며 부르고 있다.

 혼자 외롭게 죽어갈 바에야……,
그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바다 밑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반응형
Hellth

Hellth

Writer

일본어 유료 번역 커미션 및 외주도 받고 있습니다. 관련 문의는 [hellth@kakao.com] 로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