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중단))

67화 정장 획득

by Hellth 2023. 1. 6.
반응형

최근에는 보기 드문 폭설이 잦아들 무렵,
나는 친가에 돌아가 부모님이나 밀림에게

스무 번째 생일을 축하받으며 정장을 선물 받게 되었다.

그것도 맞춤 정장으로.

이 세계의 의복은 이른바 [기성품]이라 불리는 옷과,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지는 옷이 존재한다.

어느 쪽이 더 고급스러운지는 드는 수고의 차이를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다만, 그만큼 주문 제작은 비싸다.
최근에 들어서 기성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천지차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성품 가격의 배 이상은 되었다.

세간에는 대학 입학식 날 정장을 입거나,
혹은 좀 더 좋은 옷을 입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육 시설부터 대학까지 에스컬레이터 구조로 되어있는
우리 학교는 작년까지 입었던 교복을 입고
입학식과 같은 행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즉, 정장이라는 것을 가지게 된 것은 첫 경험이었고,
수치 측정을 마치고 제작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멍하니 [정장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상상이 가질 않아─.

교복과 정장의 디자인이 그렇게 큰 차이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고, 슬랙스를 입은 뒤, 재킷을 걸친다.

그런데도 교복과 비슷한 디자인의 정장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뭐라 표현 못할 불안? 초조함을 품은 내게 떠오른 것은
[안나 양에게 연락하기]라는 선택지였다.

연락해서 뭐라 하지? 혹시 바쁘진 않을까?
애초에 나한테 시간을 쓸 이유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취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적을 늘리지 않는 것을 목표 삼아 살고 있으니까.
상대방에게 실례라고 생각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안나 양에게 의미와 목적을 모르겠는 문자를 보내버린 것은
분명 지금 내 육체에 담긴 내 마음이 아직 미성숙해서─.
아니, 변명은 그만두자. 백만 번의 전생을 경험했더라도,
내 마음은 전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건가요?]

내가 보낸 것은 이런 영문 모를 질문이었다.
[본인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라는
나만의 규칙을 어기고 만 것이다.

분명 곤란하겠지. 무시당할지도 모른다….
내 고민은 문자를 보낸 시점에서 초단위로 증가해 갔다.
몇 분이 지나고 [죄송합니다, 잊어주세요]라고 보내려고 하던 그때─.

[어른이 돼도 몰라.]

라는 답장이 왔다.

적당히 답변한 것처럼 보이는 문자였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아, 그렇구나.]라는 안심과 동시에
납득할 수 있었다.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안나 양은 내가 그 답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보충은 없었다. 단지 그것뿐. 내 답장을 재촉하는 일도 없었다.

이제 곧 정장이 완성되고, 나는 3학년이 된다.

사회로 나갈 일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문득 나는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정한 기분이 들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