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이 해결되자,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수수께끼의 존재]에 대해,
뒤늦게나마 해석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밀림은 수수께끼 덩어리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아기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기저귀도 갈아줬고, 자주 함께 놀았다.
요즘은 함께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고,
뭔가 축하할 일이 생기면 함께 하곤 한다.
한때, 그녀의 말버릇은 [나, 권유받지 못했어]였다.
사이가 좋으니, 놀 때 불러 달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귀여운 녀석]이라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남자들끼리 놀 때는 보통 권유하지 않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지난 일이니 그냥 넘어가자고 생각해도,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밀림의 [권유받지 못했어]는
어릴 적부터 계속 들어왔던 기분이 든다.
내가 놀러 나간 경우, 반드시 [권유받지 못했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수학여행 때도 [권유받지 못했어]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니, 그건 학교 행사라 어쩔 수 없잖아…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불평은 내가 아니라, 학교 측에 해줬으면 좋겠다.
왜 저렇게까지 권유받고 싶어하는 걸까.
혹시 밀림이 밀고 있는 유행어 같은 것일까….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봤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던 나는
결국 밀림의 [권유받지 못했어]에 담긴 의미를 물어보기로 했다.
바로 마르깃에게 말이다.
'아뇨, 몰라요. 그런 거. 애초에 밀림 선배는
그런 말버릇이 있지도 않고요.'
알바 휴게실에는 사각형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는 형태로,
나와 마르깃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이 상당히 크기에,
마주 앉게 되면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반대편 자리에 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마르깃은 항상 내 옆자리에 앉아, 턱을 괸 채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연인이 모르는 일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지금 놀리시는 건가요?'
마르깃은 대체로 적대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적이라 판단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적은 더 교활하고 신중하다.
적의를 드러낸다면 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타이밍일 것이다.
그러니 마르깃은 [그냥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볼 수 있다.
잠깐─, 그건 그거대로 좀 슬픈데.
'딱히 렉스 씨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용서할 수 없을 뿐.'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누군가에게 용서할 수 없다는 감정을 품어본 것은 언제였을까.
생각해 보니, 몇 가지 떠오른 일이 있었다.
"혹시 내가─
마르깃의 고향을 불태우거나 했어?"
'방화 경험도 있으신가요?'
있을 리가 없다.
나는 이 세계에 태어나면서부터,
[소행]이라는 것에 신경을 쓰며 살아왔다.
왜냐하면 현재는 과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젊은 혈기]로 저질러 버린 일이 현재에
생각지도 못한 상처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소행에 신경 쓰고,
규칙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도록 살아왔다는 자각이 있다.
그렇기에 나는 방화를 한 적이 없다.
'아니 아니, 거기는 그냥 한 적 없다고 하면 되잖아요.
왜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가요.'
하지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도 행동할 수 있는 생물이라….
이 세계의 인류도 육체가 정신의 제어를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인터넷 같은 곳에서 [불량배에게 시비가 걸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원이 나뒹굴고 있었다]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어느 정도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었고,
이 세계에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마법을 전투용으로 활용하는 법 또한 알고 있다.
내가 무의식 상태가 된다면 내게 재능이 없더라도,
비교적 대규모의 파괴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불량배에게 시비가 걸리면 의식을 잃게 되는 것 같은데,
불량배가 없는 지금의 환경은 상당히 축복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세계인이기에,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렉스 씨는 뭐랄까.
말투랑 사고방식이 세상과 조금 어긋나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하네. 위장에는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건 그렇고, 나는 백만 번의 전생 경험이 있다고
이 세계에서도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평균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소린, 마르깃의 눈썰미가 좋은 것일까?
나는 경계를 강화했다. 어쩌면 마르깃은
[적이 아닌 것처럼 위장한 적] 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마르깃을 처음 만났을 때, [이 녀석이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나를 안심시킨 것이라면─.
거기까지 생각하면 그녀는 고단수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렉스 씨가 모르는 밀림 선배를 제가 알 리가 없잖아요.
저는 그냥 후배라고요. …애초에 왜 저한테 물으시는 건가요.
그냥 처음부터 밀림 선배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 그도 그럴게….
밀림에 관한 걸 밀림에게 직접 묻는 건 좀… 긴장되잖아…."
'……하아~, 실례라고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까고 말해서 자랑질하지 마! 뒤져! 같은 느낌인데요.'
방금 것이 자랑질로 들린 걸까.
마르깃은 일어서서 휴게실을 나가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휴식시간이 끝나간다.
나도 슬슬 일할 준비를 해야겠지.
[나, 권유받지 못했어]라는 말의 의미는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뭐,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 것도 좋지 않으니,
때가 되면 슬쩍 물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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