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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完)

32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4)

by Hellth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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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얘기가 있습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오자와 군의 목소리는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부름을 받은 제가 진보초에 위치한 카페로 향하자,
그는 이미 도착한 상태였고, 제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장의 프린트를 내밀어 보였습니다.

 "읽어주시죠."

 그의 말대로 저는 프린트를 훑어보았습니다.

 그건, ●●●●●에 위치한 사이비 교단에 잠입한
보고서 형식의 기사였습니다.

 끝까지 읽기도 전에 그가 말했습니다.

 "그거, 당신이 썼죠?"

 놀랐습니다.
 분명 전, 여성입니다.

 신입 작가 시절엔, 일을 가리지 않았고,
과격한 기사들도 써 왔습니다.

 바로 그 무렵을 입원을 했던 기억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사를 쓴 기억은 없습니다.

 제가 부인하자, 오자와 군은 말없이 기사의 말미를
가리켰습니다.

 그곳에는 저자인 제 필명이 적혀있었습니다.

 "당신의 필명, 조금 특이하죠. 이게 당신이 아니면,
대체 누가 썼단 말입니까?"

 저는 필사적으로 부정했습니다.
 그는 의심을 눈초리를 거두려고 하지 않은 채,
이어 말했습니다.

 "뭡니까, 그럼. 당신은 이 무렵의 기억을 잃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말이 끝난 타이밍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습니다.

 "설마…."

 저는 계속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신종 UMA 화이트맨 발견!」에서도,
「기다리고 있어」에서도 살아난 여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난 여성은 모두 기억을 잃거나, 치매와
같은 증상을 보였죠…. 당신도 그런가요?"

 저는 자신이 없어, 확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친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남은 거죠? 대체 어떻게, 교단에 잠입까지 해놓고,
지금까지 이렇게 무사할 수 있던 겁니까?"

 저는 굳은 머리로 필사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내가 살아남은 걸까.
 어째서, 나는 「아내」로 선택받지 못했을까.
 어째서, 「높은 곳으로 갈 수」 없었던 걸까….

 그리고, 어떤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잠입 보고서의 기사는, 2000년에 발행된 것이었습니다.

 잊을 수가 없죠.
 그 지난해에 전, 외동아들을 사고로 잃고 말았으니까요.

 교통사고였습니다.

 그게 원인이 되어 남편과 이혼하게 되었고, 다니던 출판사를
퇴직한 뒤 작가로서 미친 듯이 일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무리를 하고 있던 전
몸이 망가지며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제가 입원하게 된 이유가 시설에서 벌어진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만일 기사를 쓴 것이 당시의 저라면, 신도인 여성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취재인 걸 까맣게 잊은 채, 쓸데없는
말을 해버린 것도 납득이 갑니다.

 그걸 바탕으로 전 오자와 군에게 말했습니다.

 이 산으로 유혹하는 것은, 출산하지 않은 여성을
노리는 게 아닐까 싶다고요.

 막연히 젊은 여성을 노리고 있다는 인식이었으나,
이 괴이는 명백하게 목표를 고르고 있다고.

 그는 잠시 입을 다문 뒤, 말문을 열었습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뇨, 그렇겠죠.
의심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그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하며,
우리는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블랙커피, 그는 아이스 카페라테를.

 그는 음료가 도착하는 짧은 시간마저,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음료가 도착하자마자, 아이스 카페라테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그가 말했습니다.

 "저, 무서워요."

 "해당 기사를 읽던 도중, 문득 깨달았습니다."

 "기사 속에서 신도들이 방언처럼 늘어놓는 주문 같은 게,
제가 대학생 때 들었던 사회인 동아리 이야기에서 나온
주문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런데 미묘하게 달라요."

 "하지만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제가 눈치챌 수 있던 걸까요."

 "어째서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인 제가, 그 주문들을
어떻게 전부 기억하고 있던 걸까요?"

 "친구만 해도 그래요, 한 번 들었을 뿐인 데다, 심지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했을 의미를 알 수 없는 오십음의
나열을 어떻게 그렇게 전부 외울 수 있던 거죠?"

 "어제, 친구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여사친들요."

 "오밤중에 이상한 전화 좀 그만 걸라고 하더군요."

 "제가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산에 가자. 즐거우니까. 가자, 산에.」라고."

 "그런 전화를 했던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발신 이력을 확인했더니, 등록된 연락처 중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여성에게만 걸었더군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은 뒤 다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아이가 있는 여성에겐 걸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제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요?"

 "뭘 하고 있든 간에, 이 특집에 관해서만 생각하게 돼요."

 "처음엔 첫 담당이라는 게 기뻐, 조금 흥분했을 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샤워를 하며 이 특집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거울을 보고 알아차렸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제가, 웃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역시 신난다."

 "그런 제가 두렵습니다."

 "당신은 어떻죠?"


 제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산으로 유혹하는 것」과 「붉은 여자」,
그리고 「아키라 군」에  관한 고찰을 끝없이 말이죠.

 제가 도중에 끼어들고서야, 말을 끊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습니다.

 "거의 다 왔어요, 앞으로 조금인 것 같습니다.
「붉은 여자」나 스티커를 포함해 아직 모르는 부분들이
많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전부 하나로 이어지는 좋은
특집이 될 것 같아요."

 그는 그렇게 상기된 채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저, 여기까지 온 이상 ●●●●●에
한 번 가보려 합니다."


 저는 그를 막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젠, 저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는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2개월 뒤, 그는 죽었습니다.
 아뇨, 2개월 뒤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게 정확하겠네요.

 그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던 제가,
댐에서 친구가 자살했다는 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에 위치한 댐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와는 안면식도 없는 여성과 함께 말이죠.

 여러분들께 거짓말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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