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9. 2. 00:00

02. 【번데기의 우화를 지켜보는 알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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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놈이 내게 빚을 떠넘기고 실종됐다.

 아니, 친구라고 생각한 건 나뿐이었고,
그 녀석에게 있어 나는 그저 돈줄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리 없는 녀석을 여전히 친구라 부르는 걸 보면,
나는 바보같이 착한 사람인 모양이다.
 그러니 이렇게 까맣게 속아 넘어간 거겠지.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자리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아,
알바로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해가며 프리터 생활을 하던
내 집에 녀석은 대학 졸업 이후 처음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자길래 나는 반갑게 맞이했다.
 근황을 묻자 녀석도 나와 비슷한 처지였는지 푸념을 늘어놓았고.
그렇게 술을 마시는 사이, 나는 완전히 취해 떡이 되어버렸다.

 다음 날 아침, 숙취로 인해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눈을 떴을 때 이미 친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가지고 있던 현금과 통장, 도장이 전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딱 봐도 「야」자로 시작하는
험악한 인상의 업자들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아무래도 친구 녀석이 사채업자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빌렸던 모양인데――,
그러고 보니 녀석은 학생 시절부터 도박에 빠져 있었다――,
심지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친구 녀석의 연대보증인이 되어 있었다.

 돈을 챙겨 달아날 때, 녀석이 임의로 서명한 뒤
내 인감을 이용해 계약서에 찍은 거겠지.

 나는 야자로 시작하는 놈들로부터,
친구가 도망쳤으니 대신 빚을 갚으라는 협박을 받았다.

 번듯하게 취직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아들에게
질려버린 본가의 생활비 지원은 진작에 끊겼고,
알바로 번 푼돈마저 친구가 들고 도망쳤다.

 그런 사정을 눈물을 흘려가며 호소해 보았지만,
사정을 봐줄 만큼 그쪽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하뉴 군이라고 했나?
자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바다에 빠져 죽든가,
몸이라도 내던져 거금을 벌든가 둘 중 하나야.」

 사채업자 두목은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말하는 내용은 오싹하기 짝이 없었다.
 만화나 드라마 말고 현실에서 그런 대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현실에서 진짜 저런 대사를 하는 놈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건 현실 도피였으리라.

 「모처럼이니, 거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소개해 줄까?
친구 때문에 멋대로 연대보증인으로 지정되고
정작 당사자는 잠수를 타다니, 참 딱해서 말이야.」

 「그건, 혹시…… 신장이라도 하나 떼어내야 하는……?」

 「아니 아니, 소개해 주는 건 알바야.
물론 평범한 알바는 아니고, 죽을 수도 있지만
쉽게 거금을 벌 수 있는 녀석이지. 어때?」

 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택지 따위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채업자에게 끌려가,
폐가나 다름없는 빌딩의 한 사무실을 방문하자,
향인지 담배인지 잘 알 수 없는 연기와 냄새가
숨이 막힐 정도로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아편굴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사채업자가 소개할 정도니 번듯한 일은 아닐 거라 각오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뒤돌아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동행한 사채업자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도망치려는 기색을 보이는 순간 뒤에서 탕 하고 쏘여,
몸이 갈갈이 분해되어 팔려 나가고 말 것이다.
 풀리기 직전인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버틸 수밖에 없었다.

 「오모카게 씨,
이 녀석한테 우라바이트 하나만 소개해주시죠.」

 「얼레, 처음 보는 친구네. 반가워.」

 길게 늘어뜨린 꽁지머리를 묶은,
뱀을 닮은 음험한 눈매의 남자가 히죽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업신여기듯 훑어보자,
왠지 가치를 매겨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녀석이 뱀이라면 나는 개구리다.
 몸을 움츠리는 내게 오모카게가 툭 내뱉었다.

 「마침 너한테 딱 맞는 일이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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