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번데기의 우화를 지켜보는 알바 ②】
「아르바이트생 여러분,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을 신도라고 소개한, 책임자로 보이는 안경 쓴 남자가
우리들의 얼굴을 둘러보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도 그를 따라 작게 고개를 숙였다.
「모집 요강을 잘 읽고 충분히 이해하신 뒤에 지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 제가 직접 주의사항을 구두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신도는 역삼각형 얼굴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백의를 둘러 입은,
그야말로 연구자다운 외모의 남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모인 곳은 어느 지방에 위치한 연구소였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내가 알선받은 것은
이른바 『우라바이트』라 불리는 일이었다.
요즘 사회 문제가 되는 『불법 알바』와는 또 다른 모양인지,
강도나 살인 같은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신세를 지는 짓은 하지 않는 대신,
자기 목숨을 위험에 노출하는 일이라는 듯했다.
그래서 보수가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막다른 길에 몰린 내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바다에 수장되는 것보다야,
바닥에서 벗어날 기회라도 있는 쪽이 수백 배는 나았다.
모 아니면 도 식의 도박을 감행하는 걸 보면,
나도 도망친 친구 녀석 못지않은 꾼이구나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오모카게라 불린 남자에게 소개받은 일은
『번데기의 우화를 지켜보는 알바』라는 것이었다.
정말 이런 일이 있나 의심스러웠지만,
이런 수상쩍은 일이라도 성공만 하면 손쉽게 백만 엔을 손에 쥐게 된다.
베팅하기엔 이만한 건수가 없었다.
게다가 설명을 들은 바로는,
딱히 목숨을 위협받을 만한 내용도 아닌 듯했다.
사채업자가 제안했을 때는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내심 벌벌 떨었는데,
설명을 들은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터로 향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매일 같은 시간에
번데기를 들고 이곳으로 모여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번데기를 우화 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무사히 우화 할 때까지 반드시 모여주십시오.」
설명이 끝나자 신도가
한 사람당 하나씩 곤충 사육통을 나누어 주었다.
백 엔 숍에서 팔 법한 플라스틱 재질의 저렴한 통이었다.
그 안에는 내가 돌봐야 할 번데기가 들어 있었다.
나뭇가지에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번데기는 미동조차 없어,
벌써 죽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에게 사육통이 전달된 뒤,
그날은 그대로 해산하게 되었다.
나비 사육 자체는 초등학교 과학 수업의 일환으로 해본 적이 있다.
아마도 3학년 때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육 담당도, 성실한 학생도 아니었던 내가
진지하게 임했을 리 없었다.
그보다도 번데기 속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약간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나비가 되려나요? 기대되네요.」
사육통을 들여다보고 있자,
의욕 넘치는 녀석이라 생각했는지 다른 참가자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생김새의 남자가 서 있었다.
비유하자면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운 게임에서
아무런 꾸밈도 하지 않은 초기 아바타 같은 느낌이었다.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도,
설령 아는 사이라 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특징이 없었다.
「저어, 당신은…….」
「야마다라고 합니다. 야마다 타로.」
「……그거 혹시 본명인가요?」
나도 모르게 무심코 물어보고 말았다.
교과서에나 자주 쓰일 법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의 특징 없는 남자에게는 오히려 잘 어울렸다.
「아뇨, 가명입니다.
이런 일이다 보니 본명은 가급적 피하고 있거든요.」
야마다라고 밝힌 남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도 앞으로는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미 내 이름은 뒷세계 명부에 올려져 있을 것이다.
우라바이트를 성공시켜 거금을 얻고 빚을 갚아 청산하는 날에는,
지금까지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어?!, 야마다 타로라니…… 혹시 그 야마다 씨인가요?!
전설의 우라바이트생?!」
경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근처에 있던 젊은 남자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소심해 보이는 남자였다.
「저어, 이분이 그렇게 유명한가요?」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야마다 타로 씨라 하면,
참가자가 전멸할 법한 위험한 우라바이트들을
숱하게 극복하고 생환한 슈퍼 레전드잖아요!
이 업계에선 유명 인사입니다. 당신 초짜예요?
아참, 싸인 좀 부탁드립니다!」
흥분한 기색으로 쏘아붙이듯 빠르게 재잘대더니,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가
이내 간이라도 빼줄 듯 야마다에게 빌붙었다.
바쁜 녀석이다.
「저어, 제 이름은 하나다라고 합니다.
실은 저, 우라바이트가 이번이 두 번째거든요.
이전 일터에서 야마다 씨의 소문을 듣고 꼭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야마다 씨를 만나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위험한 우라바이트에서 살아남는 노하우 같은 게 있나요?」
너도 사실상 초짜 아니냐라는 핀잔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삼켰다.
어설프게 참견했다가 또 눈총을 받으면 골치 아프다.
「전 그저 운이 좋았던 것뿐입니다.」
무난하게 대답하는 야마다는 하나다의 질문을
대충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조언 같은 거라도 좋으니 해주실 수 있나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괜찮습니다.」
「그렇네요……, 주의사항을 철저히 준수할 것.
그러면 생각보다 어떻게든 됩니다.」
그렇군요 하고 하나다는
그럴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을 확실히 하라는 뜻이군요.
그래도 야마다 씨와 함께라면
이번에도 분명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뇨 아뇨, 방심은 금물입니다.
항상 어디에서나 위험은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사소한 방심이 목숨을 앗아가는 법입니다.」
야마다의 친절한 충고마저,
신이 날 대로 난 하나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나는 더 이상 그들과 관여하지 않고,
사육통을 품에 안은 채 귀갓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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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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