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단지 배포 알바 ③】
일을 시작한 지도 2주 정도가 지났지만,
전단지는 아직도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실종된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건네면 양반인 편이었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아 점차 지치기 시작했으나,
처음 지급받은 전단지는 100장 정도였다.
즉, 전부 나눠주기만 하면 총 백만 엔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소리다.
백만 엔이나 있으면 당분간 일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작은 희망에 매달려 나는 계속 역 앞을 지켰다.
어느 날 아침, 잠이 덜 깬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는데,
스토킹 살인범이 체포됐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별생각 없이 화면을 스크롤하다
기사에 나온 얼굴을 보고 숨을 삼켰다.
며칠 전 내가 전단지를 건네준 남자였다.
분명 야반도주한 아내를 찾고 있다 했었지.
기사에 따르면 남자는 평소 아내에게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둘렀으며, 끝내 견디지 못한 아내가
이혼 서류를 남겨둔 채 도망쳤다고 한다.
아내가 도망친 뒤에도 남자는 집요하게 그녀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 때문에 경찰에게 신세를 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내의 거처가 들통난 건,
내가 건넨 전단지에 현재 위치가 적혀 있었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남자가 아내를 죽인 건 내 탓이 되는 걸까.
만일 내가 그 전단지를 건넸다는 사실이 들통난다면,
나 또한 죄를 묻게 되는 걸까.
웃기지 마, 이제야 겨우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그럼에도 백만 엔을 포기할 수가 없어 두려움에 떨면서도
전단지를 품에 안고, 어느새 일상이 된 역 앞으로 향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도 힘내봐요.」
태평하게 인사를 건네는 타니가와를 보자
괜스레 짜증이 밀려왔다.
차라리 카타기리한테 칼침이나 맞아버려라지.
나는 속으로 애꿎은 타니가와에게 화풀이를 했다.
오전 8시가 되자 나와 타니가와는 각자 일을 시작했다.
이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전단지를 받아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거 하나 받아 가세요.」
내가 내민 전단지를 이날 처음으로 받아 든 사람은
깃을 세운 코트를 걸치고 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누가 봐도 수상쩍은 남자였다.
그에게 건넨 전단지 위로 얼굴과 이름이 떠올랐다.
사진 속 얼굴이 낯이 익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 적혀 있는 이름은 히라쿠라 리츠
――바로 나다.
현재 위치는 ■■역 앞, 바로 지금 여기.
「이야, 드디어 찾았네.」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 들린 순간,
왼쪽 가슴이 서서히 뜨거워졌다.
「살인자 새끼!」
남자가 내뱉었다.
내 손에서 미끄러진 새하얀 전단지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 위로 붉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얼룩무늬를 만들어갔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그것은 내 가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왼쪽 가슴에 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칼자루는 코트를 입은 남자의 장갑 낀 손이 움켜쥐고 있다.
남자가 내 어깨를 세게 밀쳤다.
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지나가던 행인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히라쿠라 씨?! 잠깐,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목소리를 높인 타니가와가 남자의 어깨를 붙잡는다.
남자는 너한테는 볼일 없다는 듯 타니가와를 거칠게 뿌리쳤다.
균형을 잃은 타니가와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째서…….」
목을 긁는 듯한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다.
남자는 싸늘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답했다.
「내 아들……, 유야의 원수. 잊었다고는 못 하겠지.」
그렇다, 나는 분명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그건 내 탓이 아니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놀던 그 꼬맹이가 갑자기 차 뒤로 뛰어들었으니까.
피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후진 주차를 하던 내 차량은 그 어린 목숨을 그대로 짓밟고 말았다.
그 일로 나는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까지 받았다.
하지만 초범이었던 데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죄를 저지른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선 결국 이런 수상쩍은 일까지 해야만 했다.
이 남자는 내가 죽게 만든 그 꼬맹이의 아버지다.
내가 체포된 뒤로도 계속 나를 원망하고 있던 거다.
내 잘못도 아닌데.
남 탓하지 마, 웃기지 말라고.
네가 자식 교육을 제대로 못 한 거잖아.
그런 곳에서 놀게 두지 말라고.
나는 가해자가 아니야.
내가,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고.
「그 아이는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겼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어.
정상참작? 집행유예? 웃기지 마.
너도 그 아이가 느꼈던 것과 똑같은 아픔을,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해 주마!」
심장이 두근두근 맥박 칠 때마다 피가 쏟아져 나온다.
멀리서 경찰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의식은 깊고 깊은 나락으로 추락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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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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