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5. 00:30

69. 【꿈을 꾸는 알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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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내 생각은 너무 안일했다.
 그날 이후 매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탓에 그토록 좋아하던 수면 시간마저 두려워하게 됐다.

 꾸는 꿈은 제각각이었다.
 첫날에 꿨던 백룸 같은 꿈을 비롯해,
묻지마 살인범에게 살해당하는 꿈,
옥상에서 끝없이 추락하는 꿈,
바다에서 헤엄치다 창백한 손에 발목을 붙잡혀 익사하는 꿈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도중에
화들짝 깨어날 정도의 악몽이라는 것뿐이었다.
 떠올리기조차 싫은 꿈들을 매일 하나하나 적어 메일로 보고했다.

 악몽에 시달리는 나날이 계속되자,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각에 업무 실수까지 잇따르며,
결국 상사에게 호되게 질책을 받았다.

 「하여튼 간에, 아직도 학생 티를 못 벗었나?」

 과장은 비난 섞인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었으나, 잘못한 건 나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몇 번이고 사과했다.

 「나루코 씨, 괜찮아? 요즘 좀 이상해.」

 상사에게 꾸중을 들은 내가 안쓰러웠던 건지,
휴식 시간에 선배인 후카미 씨가 말을 걸어왔다.

 「죄송해요, 요즘 계속 악몽을 꿔서…….」

 「뭐어?! 밥보다 자는 걸 더 좋아하는 나루코 씨가?!」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나는 후카미 씨의 큰 목소리에 휴게실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드는 것을 신경 쓰며 목소리를 낮췄다.

 「실은…… 떳떳하게 말할 만한 건 아닌데요,
임상시험 비슷한 알바를 하고 있거든요.
이거 과장님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응, 절대 말 안 해. 그 사람 무서운 데다 잔소리도 심하잖아.」

 내가 다니는 회사는 공무원도 아닌 주제에 겸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박봉을 받으며 혹사당하는 걸 달가워할 직원도 없기에,
다들 몰래 투잡을 뛰거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연말정산 서류를 제출할 때 전부 들통나긴 하지만.

 「그 임상시험에서 복용하는 게 수면제 같은 건데요,
저랑 안 맞는 건지 계속 악몽만 꾸게 됐거든요.」

 「그렇구나……, 그래도 적당히 하는 게 좋아.
나루코 씨 같은 친구들은 젊어서
자기도 모르게 무리하기 쉽다고 해야 하나.
지금부터 너무 몸을 혹사시키면 나중에 고생해.」

 나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 준 후카미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약을 복용할 생각이었다.
 알바를 시작한 지도 곧 한 달이 되어간다.
 며칠만 더 참으면 백만 엔을 받을 수 있다.
 그 뒤에는 안심하고 예전처럼 마음껏 푹 잘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보이기 시작한 한 줄기 희망이,
꺾이기 직전이었던 내 마음을 다시 다잡아주고 있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나는 오랜만에 병원 꿈을 꿨다.
 아무도 없는 리미널 스페이스를 헤매다가
돌아다니는 간호사 좀비를 발견하고,
그 괴물에게 쫓기는 것까지는 첫날과 똑같은 흐름이었다.

 악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알고 있다.
 몇 번이고 깨어나라며 되뇌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봐도 꿈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초조함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병원 내부를 뛰어다녔으나,
점점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이대로 가다간 붙잡힌다.
 일단 어딘가에 숨어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하지만 괴담에서처럼 화장실로 도망칠 순 없다.
 화장실 칸막이 위에서 들여다보면 그대로 끝장이다.

 병실이라면 창문을 통해서라도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망쳐 들어온 곳은 아무래도 영안실인 모양이다.

 방 한가운데 놓인 받침대 위에는
천으로 덮인 시신 한 구가 누워 있었다.
 나는 시신 곁으로 다가가 천에 손을 얹었다.
 안 돼, 이걸 보면 안 돼.
 그리 생각하면서도 의지와는 정반대로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시신의 얼굴을 덮고 있던 흰 천을 걷어내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나였다.
 핏기가 완전히 가신 창백한 얼굴.
 바싹 말라버린 보랏빛 입술.
 틀림없이 죽어있었다.

 「힉…….」

 숨을 삼키며 뒷걸음질 치는 내 팔을,
단단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움켜쥐었다.
 시선을 내리자 내 얼굴을 한 시체가 내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내 팔을 움켜쥔 채 사후경직이라도 시작된 것처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도망쳐야 해, 꿈에서 깨어나야 해.
 그렇지 않으면 꿈속의 나와 똑같이 되고 만다.
 알고 있는데도 의식은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질 않았다.

 「깨라, 깨라. 제발 좀 깨라고.」

 「소용없어.」

 울먹이며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끼어든 제삼자의 목소리.
 아니, 이 익숙한 목소리는 내 목소리다.
 시체가 되어 누워 있던 나의 두 눈이 번뜩 뜨이고는,
죽은 생선처럼 탁하게 흐려진 눈동자가
이쪽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또 도망치려고? 어떻게 될지 이미 알고 있잖아?
그만 포기하고 편해져. 그럼 좋아하는 만큼 실컷 잘 수 있어.」

 악마의 속삭임이라 생각했다.
 저항하기 어려울 만큼 달콤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등 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 쪽에서 길게 뻗어온 그림자가 나를 뒤덮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지독한 악취가 바로 곁까지 다가오고,
싫은데도, 내 목은 멋대로 움직여 뒤를 돌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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