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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5. 00:00

68. 【꿈을 꾸는 알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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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병원으로 보이는 장소에 있었다.
 의식은 또렷했고,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른바 자각몽이라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아무도 없는 복도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었다.
 다른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험 삼아 눈에 들어온 문을 하나씩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역시 사람의 그림자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창밖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병원 안에는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듯한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어쩐지 백룸 같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룸, 정식 명칭은 The Backrooms.
 해외에서 시작된 크리피파스타, 즉, 도시전설이다.
 형광등 불빛 아래 무미건조한 노란 벽지로 둘러싸인
방의 사진은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입점하기 전의 건물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하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고 어딘가 그리우면서도
그와 동시에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이런 장소를
리미널 스페이스라고 부르며,
백룸은 바로 그런 공간을 무대로 삼고 있다.

 앞서 말한 사진이 의미심장한 글과 함께 인터넷에 올라온 뒤,
관련 영상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등,
백룸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저 아무도 없는 실내를 탐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엔티티라 불리는 괴물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한다.
 특히 백룸을 소재로 한 게임에서는 공격해 오는 엔티티들을
피해 다니며 현실 세계로 귀환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있냐면,
한동안 공포 게임 실황에 푹 빠져 동영상 사이트에서
백룸 계열 게임의 실황 영상을 닥치는 대로 찾아봤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영상을 틀어놓고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린 적도 자주 있었지만.

 병원 내부를 걸어 다니는 내 시야는
마치 1인칭 시점의 게임 화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꿈속이라 그런지 현실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점 또한
게임처럼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아무 목적 없이 그저 계속 내부를 돌아다니던 도중,
달그락거리며 바퀴를 끌고 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숨을 삼켰다.

 간호사 복장을 한 여성이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병원이라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광경이다.
 다만, 그녀가 밀고 있는 휠체어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고,
몸에 걸친 간호사복이 검붉게 물들어 있으며,
그 옷 밖으로 뻗어 나온 팔다리가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져 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는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간호사 좀비.
 간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학교 괴담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은 괴이다.
 밤의 병원 혹은 학교에서 좀비 간호사에게 들켜 쫓기게 된
소년이 화장실의 변기칸에 숨는 괴담은 유명할 것이다.

 문득 간호사 좀비와 눈이 마주쳤다.
 질퍽하게 무너져 내린 얼굴이 씨익하고 일그러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
 저건 이 백룸 같은 공간의 엔티티다.
 꿈속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는 예감이 들었다.
 즉, 저것에게 붙잡히면 나는 죽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게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을 때의 대처법을.
 간단하다, 꿈에서 깨어나면 된다.
 유명한 『원숭이 꿈』 괴담 속에서도 잠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깨야 해, 꿈에서 깨어나야 해.
 달리면서 강하게 되뇌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간호사 좀비가 휠체어를 밀며 무서운 기세로 쫓아온다.
 이대로 가다간 죽는다.
 싫어, 깨, 깨라고, 깨란 말이야!

 그 순간 의식이 번쩍 깨어나며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불쾌한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끌어당겨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반, 모두가 깊이 잠든 한밤중이었다.

 「뭔 놈의 꿈이…….」

 탄식하며 나는 다시 이불 위로 쓰러졌다.

 렘수면 도중 우연히 악몽 같은 무서운 꿈을 꿨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자다가 중간에 깬 적이 없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역시 잠들기 전에 먹은 약 말고는 없다.

 단순한 수면제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심각한 부작용이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멋대로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평소처럼 깊이 잠들어 꿈 내용을 전부 잊어버리기라도 하면?
 보수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적당히 둘러대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테니,
여기서는 꾹 참고 계속 약을 먹는 편이 낫겠지.
 이번에 악몽을 꾼 것도 그저 우연에 불과할지도 모르고.
 땀을 거칠게 닦아낸 뒤 다시 한번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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