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리리스 스칼렛은 판센트 가문을 섬기는 메이드다.
그리고 그의 장남인 바이스 판센트 님께선,
매우 오만하며 폭력적이고, 유린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가, 아니었다.
얼마 전, 나를 두세 번 채찍으로 때린 뒤,
문득 정신을 차리신 것처럼 상냥하게 대해주게 되었다.
어느 틈엔가 배운 회복 마법으로 몸을 치유해 주셨고,
이후로는 남을 신경 쓰며 친절을 베푸는 멋진 신사로
변모하고 계신 중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딴 맛 대가리 없는 걸 먹여,
날 죽일 셈이냐?」라며 호통을 치고, 하인들에게
접시를 집어던졌을 텐데, 요즘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빵을 이용해 깔끔하게 식사를 하고 계신다.
저택에 있던 노예들은 모두 해고되었으나, 그 후로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하은으로 고용하여,
급료를 지불하게 되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을 함정이라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알 수 있다.
눈이── 달라지셨다.
지금의 바이스 님께선 무척이나 맑고 청렴한 눈을
하고 계신다.
게다가 내가 다가가면 얼굴을 붉히실 때가 있다.
그게 너무 귀여운 나머지,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바이스 님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또, 매일 책을 읽게 되셨으며, 낮에는 밀크 선생님을
불러 기초 훈련을 반복하고 계신다.
얼굴이나 몸매도 제법 남자다워지셨다.
더욱이 놀란 것은, 판센트 가문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 관한 공부까지 하고 계셨던 점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조차 놀랄 수준으로,
두뇌 회전이 빠르며, 벌써 몇몇 실수를 발견해 내,
내년에 있을 조정까지 미리 진행 중이라는 것 같다.
다만, 마을로 나가면 바이스 님을 규탄하는 백성들의
목소리가 내게도 전해질 정도로 악평이 퍼지고 있다.
전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솔직히 말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다르다.
악평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니, 그렇지 않아. 바이스 님은 변하셨어──
라고 크게 외치고 싶지만, 그랬다간 바이스 님이
명령한 거라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난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만,
소문을 흘리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 책을 좋아한다, 노예가 해방되었다,
식사도 일절 남기지 않는다 등.
천천히, 그러면서도 사실만을 전하고 싶다.
나는 늘 사람은 변치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바이스 님께서 알려주셨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을 죽이는 일을 생업으로 삼아왔다.
이 판센트 가문에 고용된 이후로도 암살자로서 몇 명,
아니, 수십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죽였다.
상대는 하나 같이 존재할 가치가 없는 녀석들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을 긍정할 수도 없었다.
나도 바이스 님처럼 다시 태어나고 싶다.
더는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리리스, 거기 있었어? 괜찮으면 공원이나 산책할까?
근육통 때문에… 조금 몸을 좀 풀어두고 싶어서."
"근육통? 잘은 모르겠지만, 물론이죠!
지금 바로 가죠!"
"리, 리리스, 팔을 붙잡으면 아픈데…."
"후후훗, 죄송합니다!"
혹여, 만일 바이스 님을 상처 입히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용서치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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