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애새끼가, 지금 뭐라 했냐!?"
"뛰룩뛰룩 살만 찐 게 아니라,
귓구멍까지 지방으로 막혀있냐?"
모험가 길드 내부에 위치한 술집에서,
나는 싸움을 걸고 있다.
"아무래도 죽고 싶은 모양인데."
상대는 셋, 체격도 키도 나의 배는 되어 보인다.
랭크는 모르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으로 보아,
제법 강할 것이다.
허리와 등에는 수많은 마물, 아니, 인간의 피를
마셨을 손작두와 커다란 도끼를 짊어지고 있었다─.
몇 시간 전──.
판센트 부지 내 리그벨트 거리.
우리들은, 마차의 짐칸에 탑승한 채로,
흔들리고 있었다.
"바이스, 잘 어울리는데."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위아래로 덜컹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밀크 선생님은 최근 들어 가장 기뻐하시는 것 같다.
내 몸으로 시선을 돌리자, 휘황찬란한 장비들,
허리에는 요란하게 번쩍이는 검을 지니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귀족의 자제.
틀림없는 귀족, 그것도 상당히 높은 직위의.
"바이스 님, 잘 어울리세요! 멋지십니다!"
"리리스, 그거 칭찬 맞아…? 바보 취급 하는 거지…?"
"칭찬입니다!"
리리스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격려해 준다.
반면 밀크 선생님과 리리스는 평범한 모험가와 같은
차림을 하고 있다.
물론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거지만.
"그게 수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라.
나한테 책임을 물으면 귀찮아지거든."
"제 목숨이 먼저인 게 아닌지…?"
아마 진심일 것이다.
역시 이 사람, 악당 아니야?
악역 전생 밀크 아비터스가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바이스, 나한테 살기를 내보이다니 배짱 한번 좋구나."
"농담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리그벨트 거리에 도착.
게임에선 주인공 일행이 모험을 떠났을 때,
처음으로 당도하는 거리다.
그리고 뭐, 치안이 최악인 거리이기도 하다.
문지기가 있기는 하나, 마음대로 들어가라는 듯이
주변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다.
밀크 선생님도 그걸 아는지, 말없이 문을 통과했다.
문지기란, 그 나라의 얼굴과도 다름없다.
엄하면 엄할수록 좋다.
그만큼 경계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그렇다는 건 대충 짐작이 가겠지.
"그래서 상대는 누구죠? 적당히 시비를 걸면 되나요?"
"그럴 리가 있나, 최고의 대전 상대를 골라뒀지.
안심해라."
전혀 안심할 수가 없는데, 진짜로.
대체 어느 부분에서 안심하라는 얘기지──.
"바이스 님, 힘내세요!"
리리스가 응원을 해주지만,
아무래도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날아든다.
옆에서 보면 미녀 둘을 끼고 다니는 남자로 보이겠지.
실상은 지옥으로 향하는 남자와 그걸 지켜보는
귀축 두 사람입니다만.
"몸매 한번 끝내주는 누님이 있는데."
"나는 저 꼬맹이가 좋겠어, 딱 내 타입이야."
"애새끼가 건방지게 미녀를 달고 다니다니,
게다가 좋은 장비를 갖고 있잖아."
너희들, 입조심해라, 그러다 죽는다.
그리고 밀크 선생님은 몰라도, 리리스는 내가 지켜!
"밀크 선생님, 저 새끼들 거슬리는데요."
"아, 뭐 냅둬. 조무래기들이니까."
어라?
방금 리리스가 뭔가 엄청난 살기를 내뿜지 않았나?
그렇게 목적지인 모험가 길드 앞에 도착했다.
길드로 들어가는 것은 세 명의 체격 좋은 사내들.
강해 보인다, 눈빛만 봐도 사형수 같은 느낌.
안 좋은 예감만 드는데.
"마침 잘됐네, 바이스. 저 놈들이 네 대전 상대인
부단 삼 형제다. 걱정 마라, 극악무도한 쓰레기들이니
사양할 필요 없어."
"…좋아, 그럼 돌아갈까요."
그 자리에서 달려 도망치려 했으나,
머리를 밀크 선생님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재밌는데, 개그 센스만은 합격으로 해주마."
"농담 아닌데요! 진심입니다! 그보다, 삼 형제라니
뭡니까!? 최소한 외동으로 해달라고요!"
재밌다면서도 미소조차 짓지 않는 밀크 선생님,
두렵다.
"애초에 어떻게 싸움을 걸죠!?
대뜸 시비를 걸라는 소리인가요!?"
"그냥 모험가 신청만 하면 돼."
"……신청?"
"그래, 그 꼴로 갔다간 틀림없이 시비가 걸릴걸.
거기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 된다 이거지."
"대화를 하기도 전에 칼부터 휘두르진 않을까요?"
"내가 해줄 말은 이게 끝이다. 잘 들어, 바이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하지만, 전장은 아니다.
처음이 제일 중요해. 너는 강하다, 근성도 있고.
다만 실전 경험이 없지. 배짱을 키워라, 가르침을
충실히 지키고. 그럼 나는 술이나 마시고 있으련다."
그렇게 휙 돌아선 밀크 선생님,
리리스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선생님의 뒤를 따라간다.
물론, 응원하는 포즈를 취해주며.
리리스만은 내 편일 거라 생각했는데,
배신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서우니 그만둔다라는 선택지가
내게 있을 리 없다.
…각오를 다지는 수밖에.
"그래, 역시 돌아가자."
그 순간, 밀크 선생님의 시선이 날아온 느낌이 들었다.
모험가 길드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의 술집에 자리하고 있던 모험가들이 내게로
시선을 보내왔다.
누가 봐도 애송이, 게다가 휘황찬란한 장비들.
시종조차 없이, 오만해 보이는 외모.
황금 고블린이 따로 없다.
모험가 신청은 무난하게 끝이 났다.
굳이 따지자면, 내 이름을 기재했을 때,
접수처에 있던 누님이 깜짝 놀란 것 정도일까.
귀족이라서 그런 걸까, 기나긴 설명은 면제,
시험 일정은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준다 했다.
물론, 참가할 생각은 없지만.
일을 끝마치고 떠나려던 찰나,
갈색 피부의 부단이 내게 다리를 걸어왔다.
정확히는 걸려고 하는 것을 미리 눈치챘다.
사람에겐 마력이 흐르고 있는데, 그것은 피와
마찬가지로 온몸에 흐르고 있다.
훈련 덕분에 그것이 시각화되어 보인다.
그보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어서.
이건 화풀이, 다만 상대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면
화풀이를 해도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크으! 뭐하는 짓이야! 새꺄!"
"짧은 다리를 꾸역꾸역 내민 건 그쪽일 텐데?"
"망할 애새끼가, 지금 뭐라 했냐!?"
"뛰룩뛰룩 살만 찐 게 아니라,
귓구멍까지 지방으로 막혀있나?"
전생에서도 싸움을 해본 적은 없다.
죽을 각오로 수련을 했지만, 호통을 치면
여전히 몸이 움찔거리며 반응하고 만다.
밀크 선생님과 리리스는 근방의 술집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즉, 지금 이곳에 나 하나뿐.
"새꺄, 밖으로 나와!"
부탄 삼 형제가 내 등을 밀며,
억지로 밖으로 끌고 나가려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 여기서부턴 임기응변이다.
"귀족이냐, 너?"
"종자도 없이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아무래도 뒷골목이 목표인 모양이다.
이놈들, 마력의 흐름에 막힘이 없다.
봐줄 생각이 없는 거겠지.
다만, 나는 떠올리고 있었다.
"──가르침을 충실히 지켜라."
심호흡을 하고 날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뒷골목에
들어서기 전── 나는 부단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하? 으갸아아아악!"
잠깐의 시간차를 두고 비명을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기 위해,
허공에 휘둘렀다.
선수필승──, 그것이 밀크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놈들은 마력을 방출하여,
방어력을 높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려 줄 필요는 없다.
장남인지, 차남인지, 막내인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급히 거리를 두고 각자 무기를 손에 쥐었다.
마력을 방출하며, 말없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다.
말투나 외견과는 상반되는 훌륭한 연계.
밀크 선생님의 지시 덕분인지,
묘하게 두려움이나 초조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되려 머리가 맑기까지 했다.
심지어, 약간 즐겁기까지.
──아아, 바이스. 너, 거기 있던 거냐.
"망할 새끼가앗!"
눈앞의 남자가 소리치지만, 이건 단순한 미끼.
조용히 뒤에서 손작두를 휘둘렀으나,
마력의 흐름으로 진작부터 눈치챘다.
오른쪽으로 반회전 하며,
원심력을 이용해 왼팔을 베었냈다.
비명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오고,
마지막 한 사람이 얼굴을 공포로 일그러뜨렸다.
상대방의 겁먹은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버러지가.
냉정하게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남은 사내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걸린 시간은 수십 초, 피 냄새가 진동을 하며,
뭐라 말로 표현 못할 고양감에 취해,
사내들의 비명이 메아리 치는 것을 감상했다.
실전 테스트는 이걸로 끝,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듣지 못했다.
어떡하나 싶던 순간,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럭저럭이네."
"굉장해요! 바이스 님!"
"…밀크 선생님, 게다가 리리스까지. 왜 여기에."
"죽으면 귀찮아지잖아."
아, 나를 걱정해서 온 게 아니구나….
그렇게 밀크 선생님이 내 이름을 팔아,
헌병을 호출했고, 그들은 체포되었다.
강간, 강도, 살인, 뇌물, 유괴, 노예 판매 등.
부단 삼 형제의 악행은 악랄하기 그지없었으나,
뇌물로 그것을 무마시켰던 것이다.
뇌물을 받은 헌병은 밀크 선생님의 고발을 통해,
이미 체포된 뒤였다.
돌아오는 마차에서, 긴장의 끈이 놓이자,
새삼스레 현실감을 샘솟았다.
"합격인가요?"
"만점, 이라 하고 싶지만 70점이다."
"…엄하시군요."
"나였으면 뒷골목으로 끌려가기 전, 모험가 길드 내에서
팔을 베어버렸을 테니까. 그게 선수라는 거다."
"……."
농담이 아닐 것이다.
밀크 선생님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설마 싶지만, 그 설마가 허를 찌르는 법.
그리고 리리스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팔을 끌어안았다.
"후후훗, 역시 바이스 님이세요! 저는 120점!
아뇨, 200점을 드릴게요!"
"고마워, 리리스. 칭찬해 주니 기쁘네."
이렇게 내 시험은 무사히 끝이 났다.
일단은 합격으로.
그런데 자세히 보자, 두 사람의 신체가…
조금 더럽혀져 있다?
"어라? 두 사람 다, 피 같은 게 묻어있지 않나요?"
"기분 탓이다."
"네, 기분 탓입니다!"
며칠 뒤, 자택으로 편지가 날아왔으나,
이해가 가질 않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내용은 모험가 시험을 특례로 인해 면제시켜 주겠다는 것,
부단 형제의 체포에 협력해 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금일봉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런 기억은 없는데?"
모험가 길드 내 술집에 자리한 극악 도적단,
20명 이상이 일제히 체포되었고,
그 또한 나의 공이 되어 었었다.
다만 조금 과한 면이 없지 않다며,
다음번엔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적당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까지 있었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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