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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나태한 악욕귀족으로 전생한 나, 시나리오를 부숴버렸더니 규격 외의 마력으

8화 판센트 가문의 집사, 제비스 오르딘

by Hellth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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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판센트 가문을 섬기는 집사다.

 남쪽의 왕국 기사단을 섬기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퇴단.

 우여곡절 끝에 판센트 가문의 집사로 일하게 되었고,
바쁜 나날을 보냈으나, 장남인 바이스 판센트에게만은
정을 붙일래야 붙일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오만방자하며,
배려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언행과 태도.
 노예를 혹사시키며,
마치 장난감 다루듯 처분하라 명령.

 겉으로는 지시를 따르는 척을 했으나,
뒤로는 몰래 도망치게끔 도와주고 있었다.

 더는 갱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끝을 맞이할 때를 대비하여 악행에 대한
증거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 바이스 님이 달라지셨다.

 "제비스, 판센트 가문의 노예들을 모두 해방시켜 줘.
또한 과거에 노예였던 자들이나, 급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문과 함께 밀린
급여를 함께 보내줬으면 해."

 갑작스레,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셨다.

 가지고 놀다 질린 나머지, 새로운 노예들로
갈아치우려는 건가 싶었으나, 그 이후로도
식사 예절, 남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셨다.

 거기에,
입학식을 대비한 특훈을 하고 싶다고 요청하시기까지.

 그렇기에 옛 친구인 밀크에게 부탁해, 본성을 파해치려
시도했으나, 마치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훈련에 매진하셨다.

 모두가 안심하고 있는 가운데,
나만은 아직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가 정말로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밀크에게서 들은 바로는, 검술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
 신경이 쓰인 나도 몇 번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무심코 헛웃음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고작 몇 년만에 S급 모험가와 대등하게 칼을 주고
받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반응 속도에 한해서는
밀크마저 앞섰다.

 갈고닦은 방대한 마력량과 검술의 조합으로
탄생한 유연한 몸놀림.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몸에 베인 수준으로
마력을 자연스레 방출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스 님이 육체적으로 성숙한 때에는,
이 세계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힘을 얻게 될 것이 틀림없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 이렇게 성장했더라면,
나는 겁에 질린 나머지 당장이라도 검을 손에 쥐고,
그의 목을 내려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고, 이제는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다방면에서 지식을 뽐내고 있다.

 판센트 가문의 사업 또한,
그가 있고 없고에 따라 수익이 천지차이다.

 넘치는 재능, 인덕이 뛰어나며,
마술과 검술에 능하고, 귀족이라는 권력마저 지녔다.
 이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본인은 아직 미처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또한, 그 냉철하던 리리스의
마음에 든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전에 대화를 주고받았을 때, 더는 남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며 진심으로 말한 적이 있다.

 이것도 다 바이스 님 덕분이겠지.

 게다가, "그러니까, 4대 속성의
마음가짐은 자연과 일치하는 것."

 마법 훈련을 시작하자마자,
곧바로 4대 속성의 기초를 습득해 버리셨다.
 성장 속도가… 범상치 않으시다.

 또한 희소한 어둠 속성, 그와 상반되는
빛 속성마저 습득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빛과 어둠은 서로 상반되는 것.
 비유하자면 한 사람의 몸 안에 두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마 역사상,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어둠 마법은 악마나 마족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상, 뛰어난 어둠 마법 사용자는
매우 난폭하고 잔혹한 성격을 가졌다고 한다.

 상대의 마음을 조종하거나,
저주를 거는 류의 마법 또한 있다.
 이전의 바이스 님이라면 습득하더라도
이상할 거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허나, 빛 마법만은 다르다.
 천사나 가호 하에 사람들을 치유하는 회복 마법,
아마 고밀도의 배리어 또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진정한 선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속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제비스, 다른 속성의 두 가지 마법을
융합시킨 마법도 있어?"

 "융합입니까? 예시가 있을까요?"

 "만일… 빛과 어둠이라고 친다면."

 "글쎄요, 최소한 저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을 한 바이스 님의 표정이,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아마, 완전히 새로운 마법을 창조하려는 듯하다.

 가능할 리 없다.
 다만, 나는 바이스 님이 풍기는 마력을 눈치채고 말았다.
 빛과 어둠이 섞이며, 독자적인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다소 과격하나, 나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마법을 날려보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허무하게 막혀버리고 말았다.

 추측이지만, 어둠 마법의 영속되는 힘과,
빛 마법의 가호를 합쳐 반영구적인 실드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무의식적으로 한 것인지는 몰라도,
수면 중에도 유지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두려울 정도의 재능, 그와 동시에 기쁘기도 하다.

 나는 판센트 가문에 반기를 들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내 호기심이, 그의 앞날을 보고 싶다 말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지금의 그가 사람으로서 좋다.

 "제비스, 매번 고마워. 덕분에 난 변할 수 있었어.
네가 화를 내줬기에,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던 거야.
앞으로도 곁에서 지탱해주지 않을래?"

 "과분한 말씀입니다."

 이 몸이 버텨주는 한,
앞으로도 계속 바이스 님을 지탱해주려 한다.

 만일 그에게 해를 가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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