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훈련을 끝마치고 식사를 한 뒤,
「빛」과 「어둠」 마술의 훈련을 한다.
제비스가 가져다준 마술 책에는,
온갖 술식들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급 마법은 복잡한 구조다.
이해하기 어려우며, 내게는 아직 이른 단계다.
다만, 초기 마법이라면, 감각으로 이해가 가능했다.
"치유의 가호(소)."
오른손으로 회복 마법을 외웠다.
본래 무속성 마법이나, 빛의 성질을 합함으로써,
더욱 효과가 높아지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기서부턴 내 오리지널 마법이다.
"파괴의 충동(소)."
왼손으로 암흑 마법을 외웠다.
검고 희미하게 빛나는 이것은 독과 같은 것으로,
대상에게 저주를 걸어 대미지를 입힌다.
해제하기 어려우며, 효과는 강렬하다.
그리고 양손을 모으자──.
"거룩한 저주(중)."
이건 빛과 어둠의 상반되는 성질을 가진,
나만의 창조 마법이다.
손바닥을 지면에 드리우면, 일정한 범위 내에 있는
동료들에게 자동 회복을 부여한다.
반대로 내가 적이라 인식한 상대에게는,
저주의 대미지를 지속적으로 입히는 것이다.
현재 범위는 학교의 교실 크기 정도지만,
밀크 선생님이 말한 마력의 총량을 향상한다면,
더욱이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음은…."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며, 빛과 어둠, 상반되는 성질을
합해가며 스스로 새로운 마법을 창조해 간다.
낮의 훈련으로 근육통에 시달리며,
마력도 고갈된 상태이나 즐겁다.
전생의 나는 정말이지 나태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오지 않는 계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이루어졌다.
파멸을 회피하는 것은 기본 전제이지만,
그 이상으로 일상을 지키고 싶어졌다.
리리스나 밀크 선생님,
그리고 제비스에게 인정받고 싶다.
더욱이 이 세계가 혼란에 빠질 거란 것을 알고 있다.
그전까지, 어떡해서든 강해지고 싶다.
"좋아, 이거랑 이걸 합치면…
섀도우 라이트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시도하고 실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반복, 반복, 또 반복.
끝내, 상대방을 공격함과 동시에 아군을 회복할 수 있는
마법을 익힌 나는 힘이 다하고 말았다.
"후아아암."
"밤을 새우셨나요? 바이스 님."
"미안, 이런 자리에선 결례되는 행동이었나."
며칠 뒤, 귀족들이 모이는 파티에 참석했다.
예절에 관해서는 아직 불안하나, 옆에서 리리스가
여러모로 가르쳐주고 있기에 어찌저찌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연일 이어진 훈련으로 매우 피곤한 상태다.
나는 훌륭해! 라며 자기애를 과시하는 귀족들과
대화를 나눴으나, 결국은 전부 자기 자랑에 불과했다.
뭐, 원래의 나는 바이스 판센트이니,
끼리끼리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럼 잠을 깨기 위한 독한 술을 가져오겠습니다!"
"어? 아니, 잠깐──."
느긋하게, 그러면서도 기민한 몸놀림으로,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리리스.
굉장하네, 마치 암살자 같잖아….
"바이스."
그때,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다음은 어떤 악당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 돌아보자,
몸이 굳어버렸다.
언제 돌아온 것일까.
그곳에 있던 것은 아게이트 판센트.
내 아버지였어.
"아, 아버님!?"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나?"
"아, 네에! 빠릿빠릿하고 팔팔하게요."
"흐음."
너무 놀란 나머지,
영문 모를 텐션으로 답해 버렸다.
내용물이 달라졌다는 걸 들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으나, 그저… 두려웠다.
원작에선 잠깐 등장하고 마나, 엄하고 무서운 성격의
소유자라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인 바이스가 이런 잔악무도한 인물이니,
그 아비는 오죽할까…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변했구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눈치챘다고!? 그것도 몇 초 만에!?
긴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잔을 떨어트릴 뻔했다.
진정해라, 바이사, 너라면 할 수 있어.
"저는 달라졌──."
"나를 닮아… 귀여워졌구나….
심지어 멋있어지기까지! 하루가 다르기 커가는군!"
"……예?"
"이 뺨, 이 머리, 훌륭해. 너와 다시 만날 때마다,
매번 놀라고 마는구나. 아아, 너무나도 아름다워!"
어, 어라? 엄격해 보였는데, 생각 외로 쾌활하잖아?
설마? 아들 바보였어?
"제비스에게서도 들었다만, 검술과 마술에까지
재능이 있다며. 그 또한 나를 닮았구나. 음, 훌륭해!"
자세히 보니, 주변 사람이 쑥덕이고 있다.
아니, 기척 감지가 없더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귀에 마력을 모았다.
"또 아게이트 공의 자식 자랑이 시작됐군."
"아껴도 너무 아끼신다니까, 그 덕분에 성격이 좀…
그렇지만."
"외동이라고는 해도, 조금은 엄하게 다루셨으면 한다만."
그, 그렇군…, 그런 거였나.
아버지의 외모는 조각 같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척 보기에도 엄격해 보인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중이 늘어져 있다.
응, 틀림없이 이 사람── 아들 바보야.
아아, 그렇구나.
그래서 이런 녀석으로 자란 거였어.
모든 어리광을 받아줘서 이렇게 자란 거구나.
안심하면서도, 이건 최대의 기회이기도 했다.
"아버님, 저는 달라졌습니다. 앞으로는 판센트 가문을
지탱할 수 있는 장남이 되겠습니다. 그에 따라,
제가 담당하는 사업의 지분을 조금 더 늘려주실 수
있습니까? 여러모로 변화를 시도해보려 합니다만."
"뭐라? 사업을?"
아버님의 표정이 바뀌었다.
너무 과했나 싶던 찰나──.
"기, 기가 막히는군! 역시 내 아들이야! 훌륭해!
좋아, 제비스에게 말해두마! 기대하고 있으마!"
아니, 우려하던 일은 없었다.
너무 적당히인 거 아닌가 싶지만, 뭐 됐나.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스는 쓰레기로 크다니….
"그래서── 결정은 했느냐?"
"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 부끄러워하는 거냐, 뭐 됐다.
그 나이 때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아버님은 떠나갔다.
아니, 진짜로 못 들었는데….
그보다 리리스가 늦다.
술을 가지러 간다더니 대체 어디를 간 건지….
"바이스 님."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돌아온 건가 싶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 있던 것은 리리스가 아니었다.
황금처럼 빛나는 기다랗고 예쁜 금발에,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푸르고 아름다운 눈동자.
날카로운 콧날, 시선을 앗아가는 진한 입술,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외모다.
"신티아… 자작 영애."
"무슨 일이죠? 고블린을 으깨 만든 수프처럼,
질척질척한 얼굴을 하고 계십니다만."
아무렇지 않게 저급한 매도를 해오고 있으나,
목소리마저 하프 연주처럼 아리따웠다.
누가 봐도 미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완벽한 영애.
비유하자면 천사, 달리 비유하자면 대천사.
그녀는 작중에서도 굴지의 미모를 가졌으며,
그 미모 덕에 여성 캐릭터 중에서도 인기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내 손발은 떨리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 바이스 판센트를 진심으로
증오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온몸을 구멍 투성이로
만드는 최대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이 영애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이 바로,
신티아 비올레타인 것이다.
"어쭙잖은 귀족들이, 잘도 파티에 참석했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심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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