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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나태한 악욕귀족으로 전생한 나, 시나리오를 부숴버렸더니 규격 외의 마력으

10화 신티아 비올레타

by Hellth 2025.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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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 있으신가요?"

 신티아는 겉보기엔 웃는 얼굴이나,
죽이고 싶을 정도의 혐오감을 품고 있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
이 시점에서 나와 그녀가 어떤 사이냐고.

 그리고── 번뜩하고 떠올랐다.

 ……좆됐다.

 "오랜만이네, 신티아 영애. 그 이후로 처음인가."

 "네, 그렇네요."

 그 이후라는 건,
내가 신티아에게 저지른 악행을 의미한다.

 바이스와 신티아는 학원에서 만나기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내 능욕 취향에 있다.

 귀족 무도회 때, 바이스는 신티아에게 춤을 권유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아니, 신사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 신티아를 장난감 취급하기 위해,
강압적으로 방에 초대한 것이다.
 심지어 권력까지 이용해, 억지로.

 끝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쓰여 있었으나,
심한 매도와 함께, 접촉 정도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그때의 일은 잊을 수가 없군──."

 "……미안하다, 신티아."

 사과하는 수밖에.
 귀족으로써 해선 안 될 짓을 했으니,
사죄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할 일은 아니지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신티아에게 전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한 일은 아니나, 이전의 내가 한 일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거다.

 "……어떻게 된 일이야? 바이스 님이 어째서
고개를 숙이고 계신 거지?"

 "무슨 일 있었나?"

 "신티아 영애를 화나게 만들었나? 아니, 그럴 리가."

 이를 눈치챈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다.
 신티아는 바로 고개를 들라 했으나,
나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다시금 사과한다.

 "내가 너무 미숙했어. 전부 내 잘못이야.
용서를 바라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성의를 보이고 싶었어."

 "……그런가요, ……그래도 완전히 용서할 순 없겠군요.
그런 수준의 일이었으니."

 어떤 잘못 말인가요? 라고는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느 정도 유예가 주어진 것인지,
신티아도 약간 미안한 기색을 표했다.

 악역 버러지 귀족인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여성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아, 상당한 사건일 테지.
 이제 여기서 거리만 두면 완벽하다.

 그녀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는다면,
파멸할 확률이 훨씬 낮아질 것이다.

 "바이스 님, 어째서 고개를 숙이고 계신가요?"

 그때, 최악의 타이밍에 리리스가 돌아왔다.

 "……전에 내가 신티아 영애에게 민폐를 끼쳤거든.
그 일에 관한 사과야."

 "그렇습니까…. 바이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 또한 사죄드리겠습니다. 신티아 영애, 죄송합니다."

 "리리스, 너는 아무런 관계가──."

 "아뇨, 저는 바이스 님의 메이드이기에."

 신티아 영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마도 내 이미지는 최저 최악의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는 버러지 귀족이었을 테니까.
 그런데도 나를 따르는 리리스의 존재가
놀라웠던 모양이겠지.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떠나려던 찰나,
어째서인지 신티아가 내 팔을 붙들었다.

 "……저와 춤 한 곡 어떠신지요?"

 "에?"


 귀족들이 모이는 파티에선,
갑작스럽게 댄스 타임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밀크 선생님에게서 춤을 배우진 않았다.
 아니, 밀크 선생님과 라면 한 번쯤 춰보고는 싶은데,
"Shall we dance?"라고 말한 순간 얻어맞고 날아가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든 보고 따라 하며 서툰 스텝을 밟고 있자,
신티아는 어쩐지 즐거워 보였다.

 이상하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전보다 춤 실력이 떨어지신 것 같습니다만."

 "그, 그, 그런가?"

 하나, 둘, 셋, 멀리서 날아드는 리리스의 시선이
날카로워진 기분이 든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아무리 사과를 했다고는 하나,
그렇게 쉽게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닐 텐데.

 "옛날 일은 전부 물에 흘려보냈으면 한다,
이런 걸까요?"

 "그, 그래, 그럴 생각이다만."

 어지간히도 심한 짓을 저질렀구나 싶었기에,
용서를──.

 "저를 좋아한다 하셨던 것도?"

 "……예?"

 "시치미 떼지 마시죠. 첫눈에 반했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갑작스러웠고, 말투가 험악하며, 잘난 듯이 말한 게
불만이었긴 했지만… 참으로 인색하시군요."

 "예, 예에?"

 머리를 굴렸다.

 내,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아니, 그래도 보통 이렇게 쉽게 용서할 리 없잖아!?

 아니지, 잘 생각해 봐.
 이 세상은 현실이지만 게임이야.
 그리고 그녀는 메인 히로인.
 히로인이란 본디… 금사빠다.

 다시 신티아의 얼굴을 바라보니, 얼굴이 붉다.
 게다가 자연스러운 미소까지.

 그렇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게임이나,
애니도 주인공에게 반하는 속도가 빠르긴 하지.

 그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즉, 이건 내가 태도를 바꾸었기에,
발생한 개변── 이라는 소리!?

 그때, 음악이 멈추었다.

 "어머나, 곡이 끝나버렸네요."

 "아, 저기, 신티아 영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아버님께 불려서 실례하겠습니다. 실은 저, 당신이
변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신경이 쓰였는데,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네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군요……. 그럼 다음에 다시 개인적으로 만나도록 하죠."

 그렇게 말하며 훌쩍 떠나가는 신티아.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주인공과 신티아가 친해지는 이벤트가 많은데,
설마 그게 전부… 아, 아니, 그럴 리 없어.

 그보다… 개인적이라니?

 그때,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드렸다.
 뒤를 돌아보자 무표정한 리리스가 서 있었다.

 "바이스 님, 즐거우셨는지요?"

 "무, 무서워, 리리스."

 신티아가 나와 가까워져 버리면,
주인공과의 이벤트도 사라지고,
여러 일들이 개변되어 버린다.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만나지 말자.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아들,
바이스가 곧바로 마음에 든 영애를 발견한 모양이다.

 두 사람이 기쁜 듯이 춤을 추고 있던 것이다.
 상대방은 그 유명한 신티아 영애,
분명 나이도 동년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아, 가끔은 아비가 도움을 줘야지.
 바이스는 늦둥이이기도 하고.

 다음에 식사 자리에라도 초대할까.
 분명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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