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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7. 00:30

73. 【모델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알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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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델하우스로 이사 온 지 사흘이 지났다.
 신축이나 다름없는 4LDK 단독주택은 혼자 살기엔
지나치게 넓고 썰렁해서 묘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새로운 환경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해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랩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집 안 곳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그것도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 칼이 도마에 부딪히는 소리,
고기를 굽는 소리,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
세탁기를 돌리는 소리, 목욕을 하는 듯한 물소리까지……
누군가가 실제로 생활하며 내는 소리와 너무나도 흡사했다.
 하지만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나 혼자다.
 같이 사는 사람 따위는 없다.

 이곳이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이라면
벽이나 배관을 타고 위아래 혹은 양옆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겠거니 하고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집은 단독주택이다.
 분양주택 단지이기는 해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은 아니며,
집과 집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다.

 무엇보다 소리는 집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집 안 어딘가에 집안일을 하는 자시키와라시라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입주하기 전 사고물건인지 아닌지 확인하였으나,
귀신이 나오는 집인지까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입주를 서두르느라 소문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처음에 걱정했던 것처럼,
역시 이 집에는 뭔가 꺼림칙한 사연이 있는 게 아닐까.

 휴일을 맞이하여 나는, 같은 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주부가 장을 보고 돌아오는 틈을 노려
말을 걸고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만일 모델하우스에 관한 흉흉한 소문이 있다면,
딱 봐도 그런 얘기를 좋아할 것 같은 이 아줌마라면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사 왔을 때 간단하게 인사만 나눈 정도의 사이였으나,
그때 역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1호동에 사는 타구치라고 하는데,
잠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그 집에 사는 분?
안 그래도 나도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거기 살면서 별일 없었어?」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다급하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살고 있는 그 집 말인데 ──얼마 전까지 모델하우스였거든.
그런데 거기가 모델하우스로 개방되어 있을 때,
구경하러 간 사람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 하더라고.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니,
그런 소문은 듣기 싫어도 귀에 들어오는 법이잖아.
나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그렇다고 우리도 비싼 돈 들여 집까지 샀는데,
쉽게 쉽게 이사를 갈 수는 없잖아, 아직 대출금도 남았고.
그래도 그쪽이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다니 안심이네.」

 주부는 안도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견학하러 온 사람들이 실종됐다니,
부동산 업체로부터 그런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속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따져봐야 물어보지 않았으니,
대답하지 않았다는 뻔뻔한 소리나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주부에게 대충 인사를 건넨 뒤, 집으로 돌아와
방금 들은 이야기가 사실인지 인터넷으로 조사해 봤다.
 저런 부류의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좋아하기 마련이다.
 아무런 근거 없는 헛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검색창에 지금 살고 있는 모델하우스의 주소를 입력하자,
인터넷 뉴스와 SNS, 인터넷 게시판의 글들이 무더기로 검색됐다.
 그 글들은 하나같이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던 도중
일행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떤 글은 심각하게 사건을 다루고 있었고,
또 어떤 글은 경솔하게도 사건을 오락거리 삼아 떠들어대고 있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실종자 수색 사이트까지 들어가 보니,
최근 실종된 사람 중 몇 명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경하던 도중 행방불명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 모델하우스에서 사람이 사라진 것은 더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설마 집 안 곳곳에서 들려오는 생활 소리의 정체가
실종된 사람들인 걸까.
 그들이 귀신이 되어 이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거라면…….
 사전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덜컥 이사부터 한 과거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곤란하게 됐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이미 계약을 정리하고 나왔고,
그렇다고 지금 이 집을 나간들
당장 몸을 의지할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여러 사정 때문에 본가에 얼굴을 비추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계약 기간인 한 달 동안,
집 안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를 참으며
최대한 빨리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체에서는 한 달을 더 살면 추가 보수를 지급하겠다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으스스한 집에서
두 달씩이나 머무를 생각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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