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8. 00:30

75. 【모델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알바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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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긴장으로 인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우라바이트를 알선업자인 오모카게가 직접 날 불러냈기 때문이다.

 오모카게는 직함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으나,
외모는 그 이상으로 수상했다.
 한쪽 눈을 가릴 정도로 길게 늘어진 앞머리.
 뒷머리는 목덜미 부근에서 하나로 묶었고,
늘씬한 몸 전체를 새까만 기모노로 감싸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폐허로 착각할 법한 건물의 한구석,
향과 담배 연기가 자욱한 아편굴 같은 방에 있으니,
뒷세계의 인간 ――마피아로 의심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서 와, 카타기리 쨩.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자네한테 딱 맞는 일을 하나 찾았거든.」

 오모카게가 히죽이며 일그러트린 입가에서
담뱃대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오모카게는 나이는커녕 성별조차 불분명했다.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여성처럼 들리기도 했고,
테너 음역의 남성처럼 들리기도 한다.
 외모까지 더해져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어떤 일인가요?」

 「모델하우스로 쓰인 집에서 한 달간 생활하는 알바야.
월세는 필요 없고, 가구랑 가전제품도 비치된 걸
그대로 쓸 수 있으니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 거야.
어때, 한번 해볼래?」

 대체 어느 부분에서 나와 딱 맞는 일이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해보는 수밖에 없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오모카게는 체셔 고양이 같은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의 모델하우스는 아파트 한 세대가 아닌,
주택단지에 자리 잡은 단독주택이었다.
 누가 봐도 가족 단위 거주자를 위한 집이라,
혼자 살기엔 공간이 남아돌 정도로 넓었다.

 살기 시작하고 며칠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차츰 집 안 곳곳에서 누군가가 생활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모카게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우라바이트생을 공짜로 살게 해주는 걸 보면
건물이나 토지에 뭔가 꺼림칙한 사연이 있으리라
감안하고 있었기에 딱히 놀라거나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그런 생활이 한동안 계속되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히이나, 대체 언제까지 잘 거니! 일어나렴!」

 집 안의 공기마저 뒤흔드는 엄마의 고함소리.
 꿈속을 둥둥 떠다니던 내 의식이 단숨에 깨어나며,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침대 주변을 둘러봤다.
 눈앞의 풍경은 이제 제법 익숙해진 모델하우스였다.
 하지만 방금 들린 목소리는 틀림없는 우리 엄마의 목소리였다.
 본가에서 찾아오겠다는 얘기도 들은 적 없고,
애초에 내가 이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텐데.
 엄마가 대체 왜 여기에?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침대에서 일어나,
2층 침실을 나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간다.
 아래층에 가까워질수록 식욕을 자극하는 아침밥 냄새가 풍겨왔다.
 1층 거실을 들여다보니,
엄마가 갓 만든 오믈렛을 접시에 담아 식탁으로 옮기고 있었다.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빠는 언제나 내가 일어날 무렵엔 이미 집을 나서 출근한 뒤였다.
 돌아오는 것도 내가 잠든 뒤였다.
 그런 탓에 내가 어렸을 때 이혼해서 따로 살게 된
친아빠의 얼굴은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하여튼, 잠꾸러기라니까. 이러다 지각하겠어.」

 나를 발견한 엄마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에 만났던 엄마보다 훨씬 젊은 모습이었다.
 혹시 이건 꿈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뒤섞인 걸까.

 「엄마, 오늘이 몇 년 몇 월 며칠이야?」

 「아직도 잠꼬대 중이니? 헛소리 말고 얼른 밥이나 먹으렴.」

 그렇구나, 내가 아직 잠이 덜 깼나 보다.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내 자리에 앉았다.
 마치 꿈속을 떠다니는 듯 정신이 몽롱했다.
 사고가 흐릿해져 가던 그때, 그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히이나.」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떠올리려 할 때마다 언제나 머릿속에 안개라도 낀 것처럼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았던 사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히이 쨩……?」

 그 사람은 살짝 처진 눈매를 부드럽고 가늘게 떴다.

 찾아 헤맸다, 계속 만나고 싶었다.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히이 쨩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제야 깨달았는데, 내 키가 작아진 것 같았다.
 히이 쨩과 함께 있었던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였으니,
아마 시간도 그 시절로 되돌아간 모양이었다.

 히이 쨩은 진지한 얼굴로 내 양어깨를 붙잡고는,
자신으로부터 떼어냈다.

 「히이나,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왜, 싫어.
 모처럼 다시 만났는데.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세차게 휘젓는 나를 보며
히이 쨩은 눈썹 끝을 늘어뜨리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히이나, 잘 들어.
지금 여기 있는 나도 그렇고 엄마도 전부 환각이야.
이 집은 이상적인 집이 되기 위해,
그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고,
그 사람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버려.
그러니 지금의 나도 네게 있어 편리한 환상에 불과해.」

 그렇다,
내게는 히이 쨩이 있던 시절이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
 히이 쨩과 다시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냥 이대로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그리 말하자,
히이 쨩은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네게는 지금의 삶이 있어.
언제까지고 과거에 얽매여 있으면 안 돼.
나 같은 건 잊어버려,
너는, 너만큼은 행복하게 살아, 알겠지?」

 히이 쨩에게 거부당한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무도 없는 부엌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엄마도, 히이 쨩도, 식탁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던
오믈렛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만약 엄마의 환상이 만들어낸 오믈렛을 먹었더라면,
히이 쨩이 말한 것처럼
이 집에 붙잡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됐을까.
 마치 일본 신화에 나오는 요모츠헤구이처럼.

 아니, 그보다 전부 기억났다.
 꿈에서 깨어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대체 왜 지금까지 잊고 있던 걸까.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히이 쨩.
 우라바이트를 하다가 행방불명된, 내 소중한 사람.

 며칠 전, ■■역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던 남자.
 내가 받아 든 전단지 위에 떠오른 이름은 타니카와 히지리.

 히이 쨩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은
 역시 전단지를 나눠주던 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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