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th
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9. 00:30

77.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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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에 부모님이 이혼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살던 집에서 엄마가 나만 데리고 나왔다.
 각자의 방에서 자고 있던 아빠와 오빠를 남겨둔 채로.
 이른바 야반도주였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아무래도 엄마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모양이다.
 그 원인까지는 알지 못한다.
 친아빠는 일만 하느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홀히 했으니,
어쩌면 엄마는 그런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던 걸지도 모른다.

 이후,
우리가 살게 된 곳은 엄마의 불륜 상대가 사는 집이었고,
엄마는 그 사람을 새아빠라고 소개했다.
 난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게 훨씬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그 사람을 만나곤 했고,
조르지도 않았는데 과자며 장난감을 사주는
상냥한 아저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내가
자신을 잘 따르도록 만들려 했던 것이겠지.

 주소가 바뀌고 성 또한 타니가와에서 카타기리로 바뀌었다.
 새아빠는 친아빠와는 달리 쉬는 날이면
나와 자주 놀아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난 언제나 외로웠다.
 오빠가, 히이 쨩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아,
새로운 생활을 진심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

 엄마는 의도적으로 히이 쨩에 관한 이야기를 피하는 듯했다.
 그건 히이 쨩을 두고 도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우리가 세 식구라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며,
친아빠뿐만 아니라 히이 쨩까지
철저하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며 중학교 3학년이 된 나는,
진학할 고등학교를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 있는 곳으로 정했다.
 딱히 공부나 동아리 활동으로 유명한 것도 아닌,
평범한 공립 고등학교였다.
 엄마는 더 좋은 학교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데
왜 그러냐며 불만스러워했지만,
나는 적당한 이유를 늘어놓으며 얼버무렸다.

 본격적으로 입시 공부를 시작하고 모의고사에서도
A판정을 받게 되자,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미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히이 쨩에게 편지를 써 예전에 살던 집 주소로 보냈다.

 편지를 보내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만약 친아빠와 히이 쨩이 이미 그 집에서 이사를 간 상태라면,
주소 불명으로 반송된 편지를 엄마나 새아빠가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그동안 숨겨왔던 진학 이유를 눈치채고 반대할지도 모른다.
 그날부터 나는 우편함을 수시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편지를 보낸 지 사흘 정도 지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내가 우편함을 확인하자,
내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봉투에는 발신인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곧장 누가 보낸 것인지 알아차린 나는,
편지를 가방 속에 숨긴 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엄마에게 다녀왔다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가 봉투를 뜯었다.

 캐릭터가 그려진 귀여운 편지지에는
반듯한 글씨로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히이나에게.

오빠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히이나야말로 잘 지내고 있나요?
엄마 속을 썩이고 있는 건 아니겠죠?

전 지금 우라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라바이트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위험한 일이라,
떳떳하게 말할 만한 삶을 살고 있지는 못 합니다.

그래도 상관없다면야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히이나의 오빠, 히지리로부터.』

 보낸 사람은 역시 히이 쨩이었다.
 편지가 제대로 도착했던 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려는 것을 꾹 참았다.

 히이 쨩은 지금도 변함없이 전에 살던 집에서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만 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뻤다.

 다른 한 명의 아빠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까지는
편지에 적혀 있지 않았다.
 기억 속의 아빠는 늘 일에 파묻혀 살았으니,
몸이라도 상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나저나 ――히이 쨩이 말한 우라바이트라는 건 대체 뭘까.


 「어서 와, 카타기리 쨩. 기다리고 있었어.」

 모델하우스 알바를 통해 모든 기억을 되찾은 내가 오모카게를 찾아가자,
그는 내가 찾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어둑하고 연기가 자욱한 아편굴 같은 공간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맞이한다.

 「저어, 전…….」

 말을 꺼내려는 나를 가로막듯,
그가 손바닥을 내밀며 제지한다.

 「끝까지 말할 필요 없어.
되찾고 싶은 거지? 일찍이 잃어버린 걸.」

 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오모카게는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마침 좋은 일이 하나 있어.
지금의 네게 딱 맞는 일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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