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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10. 00:30

79.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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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를 마친 나는 혼자 사는 원룸으로 귀가했다.
 과거의 환영을 보여주던 모델하우스는
한 달간의 계약 기간이 끝나 이미 퇴거한 상태다.
 계약이 끝나기 전에 다른 방을 구할 수 있었기에,
지금은 우라바이트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집으로 이사한 상태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덜 깬 채 시사 프로그램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눈길을 끄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사건 발생 24년 ――흉악 지명수배범 마침내 체포.』

 체포된 사람은 내가 초상화로 그렸던 지명수배범이었다.
 이름도 사진도 확인했으니 틀림없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 남자는 지금까지 가명을 쓰며 숨어 지냈지만,
병에 걸린 것을 계기로 자수했다고 한다.
 그것도 본인이 저지른 죄를 뉘우쳐서 자수한 게 아니라,
마지막만큼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며
고통 없이 죽고 싶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오랜 도피 생활로 인해 인상이 상당히 달라져 있었으나,
경찰이 보관하고 있던 지문 등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한 결과,
본인임이 틀림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그나저나 어제 그림을 그렸는데 바로 다음 날에 붙잡히다니.
우라바이트의 일환으로 지명수배범의 얼굴을 그린 이상,
우연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림을 완성하면 현실에도 무언가 영향을 미치는 걸까.
 다음엔 누구의 초상화를 그리게 될까.

 다음 출근일은 그로부터 이틀 뒤.
 나는 오전 10시에 맞춰 같은 건물로 향했다.
 지난번에 앉았던 창가 자리는 피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 테이블 위에 놓인 복사용지를 들춰
오늘의 과제를 확인한다.
 이번에도 역시 사람의 얼굴 사진이 감춰져 있었지만,
찍힌 사람은 처음 보는 여성이었다.

 서투른 솜씨로나마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그 사람의 얼굴을 완성해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오랫동안 행방불명 상태였던 여성이
발견됐다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여성은 실종 직후 살해당해 산속에 유기됐으나,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하며 시신의 일부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후 DNA 감정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모양이었다.
 기사에 실린 피해자의 얼굴 사진은
역시 내가 그리도록 지시받은 여성과 동일했다.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우라바이트에서는 초상화를 완성하면
그림 속 인물 본인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의외로 히이 쨩과도 금방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상당히 빙 돌아가는 방법이긴 하지만,
오모카게는 여기까지 내다보고 이 일을 소개해 준 것이겠지.
 정말 만만히 볼 수 없는 남자다.

 초상화 알바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날의 과제는 앞선 두 번과 달랐다.
 종이를 들추자 얼굴 사진 대신
이런 문구가 적힌 메모가 놓여 있었다.

 『당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주십시오.
자료를 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기억 속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며 그리십시오.』

 만나고 싶은 사람.
 정해져 있다.
 나는 기억 속의 히이 쨩의 얼굴을 그렸다.
 살짝 처진 눈매와 오른쪽 눈꼬리에 있는 눈물점,
다정해 보이는 눈가.
 그 특징들을 정확하게 종이 위에 옮겨 그린 뒤 수거함에 넣었다.

 그날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상가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던 때였다.
 아래에서 올라오던 남자와 스쳐 지나갔다.

 「히이 쨩……?」

 그 사람의 얼굴을 본 것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찰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잘못 봤을 리 없다.

 내가 흘린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는지,
남자는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잠깐만, 히이 쨩!」

 나는 다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 기세로 남자를 앞질러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제야 나를 알아본 듯 그가 살짝 처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당신은…….」

 나는 가쁜 숨을 고르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역 앞에서 전단지 나눠줄 때도 만났잖아.
히이나라구, 정말 기억 안 나?」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람 잘못 보셨어요.」

 「거짓말…….」

 나는 충격에 빠졌다.
 설마 히이 쨩도 기억을 잃은 건가?
 내가 기억을 잃기 전,
히이 쨩이 했다는 우라바이트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그는 미소를 띤 채, 멍하니 굳어버린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있는 힘껏 내 손을 뿌리쳤다.
 균형을 잃은 발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으나 그는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토록 다정했던 눈에는 아무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진짜 끈질기네, 방해된다고요.
당신처럼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제야 깨달았다.
 이 사람은 히이 쨩이 아니다.
 히이 쨩이 이런 끔찍한 짓을 할 리 없다.
 얼굴은 똑같지만, 가짜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있었다.
 떨어지며 이곳저곳을 부딪친 모양인지 온몸이 아팠다.
 두개골 안에서 뇌가 흔들리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괜찮으세요?!」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것인지 누군가가 내 곁에 다가왔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 사람은 마치 안개에 뒤덮인 것처럼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을 알고 있다.
 언제나 나를 걱정해 준 사람.
 마치 오빠 같다는 생각이 든 사람.

 아아, 그렇구나.
 난 이제야 깨달았다.
 이 사람이 틀림없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를 향해, 나는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히이 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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