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 ④】
오모카게로부터 호출이 왔다.
야마다 타로는 그의 본거지인 폐건물의 한 방을 찾아갔다.
「새로운 알바를 하나 소개해 줄까?」
향과 담배 연기를 온몸에 휘감은 오모카게는
입가만 비틀어 웃으며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메모에는 어느 주소만이 간단히 적혀 있었다.
「여기로 가봐, 재미있는 걸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오모카게가 적어준 주소를 지도 앱에 입력해 찾아간 곳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상가 건물이었다.
그런데도 야마다는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자신은 분명 이곳에 와본 적이 있다.
그건 틀림없이 모든 것을 잃기 전의 일이다.
언제, 무슨 계기로 이곳에 왔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지만.
야마다가 지정된 회의실로 들어간 것은 업무 시작 직전이었다.
모여 있는 동업자들의 얼굴을 무심코 둘러보던 중,
그의 시선이 한 여성에게서 멈추었다.
카타기리 히이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있는 자리에서,
그녀에게만 친한 척 말을 거는 것은 망설여졌다.
결국 카타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을 포기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은 야마다는
그곳에 놓여 있던 복사용지를 익숙한 손놀림으로 들췄다.
종이 아래에는 얼굴 사진 한 장이 숨겨져 있었다.
사진에 찍힌 노년 남성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여성의 무기질적인 안내방송이
업무 시작을 알린다.
야마다는 종이와 함께 놓여 있던 연필을 집어 들었다.
한 시간쯤 지나 볼품없는 초상화를 완성한 야마다는
방을 나와 좌우를 둘러봤다.
먼저 방을 나선 카타기리가 아직 근처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야마다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이래서야 스토커나 다름없지 않은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녀에게 집착하는 걸까.
남 같지가 않다느니, 내버려 둘 수 없다느니 하면서.
곧바로 돌아갈 마음이 들지 않아,
건물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던 그때,
무언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마다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복도 끝, 계단 아래에 한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괜찮으세요?!」
황급히 쓰러진 여성에게 달려가 얼굴을 들여다본 야마다는
순식간에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계단 아래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먼저 방을 나갔던 카타기리 히이나였다.
머리라도 부딪친 걸까,
카타기리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야마다를 올려다본다.
가늘게 떨리는 입술이 한 마디를 자아냈다.
「히이 쨩…….」
비유가 아닌,
정말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충격이 온몸을 꿰뚫었다.
간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으로 떨림이 퍼져나갔다.
악몽 속에서 자신을 원망하며 괴롭혀 왔던 소녀.
그동안 흐릿하게만 보였던 그 아이의 얼굴이 점차 선명해진다.
그렇다, 그녀는, 그리고 나는.
「어라, 야마 씨잖아요. 이런 곳에서 뭐 하세요?」
야마다가 고개를 들었다.
계단 위에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낯익은 얼굴의 유순해 보이는 남자였다.
「히지리 군……, 아니, 넌 누구지?」
「누구냐니 너무하시네~. 방금 야마 씨가 직접 말했잖아요.
저는 타니가와 히지리예요.」
야마다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 그녀 덕분에 기억났어.
넌 타니가와 히지리가 아니야. 타니가와 히지리는 나야.」
그가 남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그는, 그의 얼굴은 한때 내 얼굴이었으니까.
「아아, 결국 떠올려 버렸구나.
말씀하신 대로 이건 제 본모습도, 본명도 아니에요.
원래 얼굴과 이름은 버렸습니다. 이젠 기억조차 안 나고요.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당신 걸 좀 빌려 쓰고 있었죠.
그거 아세요? 여기서 하는 초상화 알바의
진짜 목적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에요.
이건 말이죠, 지금까지의 신분을 버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일을 하다 실패하는 바람에 빼앗긴 우라바이트생의 얼굴을
저 같은 놈들이 가져다 쓰는 거죠,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 하고는. 」
타니가와 히지리를 자칭하던 남자는
선량하고 소심한 청년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가 어깨를 으쓱인다.
「당신이 이 얼굴의 원래 주인이라는 건 바로 알아차렸어요.
뭐라고 해야 하나, 공명 같은 거라고 할까.
직감적으로 이 사람이 원래 이 얼굴의 주인이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야마 씨는 전혀 눈치를 못 채길래, 잠깐 가지고 놀아봤죠.
이야~, 그거 참 가관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자식, 유순한 남자 행세를 하고 있었지만
성격이 꽤나 고약한 모양이다.
하긴 빈집 정리 아르바이트 때 야나카가
집 안에 혼자 남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 둔 시점에서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하지만 인간쓰레기인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나만 괜찮으면 남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지금 이 꼴도 어쩌면 그에 대한 업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네가 그런 거냐?」
「거슬렸거든요~, 끈덕지게 따라붙어서.
그런데 이 사람, 야마 씨랑 무슨 사이예요? 혹시 애인?
그럼 실수했네, 내가 대신 귀여워해 줄 걸 그랬――.」
말이 끊겼다.
야마다는 어느새 주먹을 꽉 움켜쥐고,
그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치고 있었다.
「너무하네~, 자기 얼굴을 때리다니 진짜 미쳤어, 요오……?」
가짜의 얼굴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질척하게 녹아내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에 달궈져 녹아내리는 밀랍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이! 내 얼굴이……?!」
그는 황급히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붕괴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놀란 것은 야마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금 세게 때렸기 때문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상대의 경악으로 흔들리는 눈동자에 비친
야마다의 모습이 점차 선명해져 간다.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던 안개가 걷히며,
살짝 처진 두 눈이, 눈가의 점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젠장, 모처럼 잘 풀리나 했더니만!」
가짜는 얼굴을 감싸 쥔 채, 욕설을 내뱉으며 도망쳤다.
야마다는 그의 뒤를 쫓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카타기리를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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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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