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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우라바이트 (完) | 2026. 10. 10. 00:00

78.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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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모카게가 소개해 준 일은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였다.
 매일 같은 장소에 모여 그림을 그리기만 하면 된다.
 조건만 놓고 본다면 꽤나 짭짤한 안건이었다.
 실패했을 때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우라바이트가 아니었을 때에 한해서지만.

 우리가 모인 곳은 오피스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어느 상가 건물의 한 방이었다.
 같은 층의 다른 방들은 사용되지 않는 듯,
그 층만 유독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단 한 곳,
마치 사람을 유인하듯 문이 활짝 열려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들어가기 전 흘끗 본 표지판에 회의실이라고 적힌 대로,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는 화이트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실내에는 긴 책상들이 화이트보드 쪽을 바라보는 형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종이와 연필이 놓여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각진 글씨로
「원하시는 자리에 앉아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이미 모여 있던 몇몇 참가자들은
긴 책상을 따라 놓인 파이프 의자에 각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도 그중 하나,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창가 쪽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마치 학원이나 입시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느낌이라,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이 시작될 때까지 달리 할 것도 없었던 나는,
긴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들춰봤다.
 양면 모두 새하얀 A4 복사용지 아래에
커다란 사진 한 장이 숨겨져 있었다.
 사진에는 가슴 위쪽부터 찍힌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역 같은 곳의 게시판에서 본 적이 있는,
도주 중인 지명수배범의 사진.
 몇 년째 붙잡히지 않고 있는 흉악범이었다.
 정확히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테러에 가까운 사건을 일으켰던가.
 그런 남자의 사진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이번 일은 초상화를 그리는 거라 했는데,
설마 이 지명수배범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건가.
 무슨 목적으로?

 당황하며 사진을 뒤집어봤다.
 뒷면에는 이름과 간단한 신상 정보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을 보고 떠올렸던
이름과 범죄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의아하게 여기고 있던 그때,
화이트보드 위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학교에서 흔히 듣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기계음처럼 억양이 느껴지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가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아르바이트 참가자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업무 시작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자 앉아 계신 자리에 놓인 사진 속 인물의 초상화를 그려주십시오.
완성하신 분부터 귀가하셔도 됩니다.
완성된 그림은 귀가하시기 전에
방 밖에 마련된 전용 수거함에 제출해 주십시오.
그럼 업무를 시작해 주십시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의 우라바이트생들이 연필을 움켜쥐었다.
 연필심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나 역시도 그들을 따라 연필을 집어 들고 종이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초상화 같은 건 초등학생 시절,
어쩌면 유치원생 때 그려본 게 마지막이었다.
 어버이날 같은 행사 때
부모님의 얼굴을 크레용으로 그렸던 흐릿한 기억이 있다.
 어린애의 서투른 그림 솜씨로 그린 것이니,
결과물이 어땠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이후로는 초상화뿐만 아니라,
평소에 그림 자체를 거의 그리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도 미술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했던 우라바이트 중에서
가장 애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리다 지우개로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몇 시간이나 들여 완성한 그림은
빈말로도 잘 그렸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게 내 한계다.
 다른 알바생들도 이미 절반 가까이 퇴근한 뒤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나는 연필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안내 방송에서 말했던 전용 수거함이란
출입구 근처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투표함처럼 생긴 상자를 말하는 거겠지.
 나는 형편없는 초상화가 그려진 복사용지를
그 안에 밀어 넣고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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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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