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 ⑦】
오모카게에게 새로운 알바를 소개받은 다음 날.
나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상가 건물의 회의실에 모여,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그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전쟁에 끌려간 뒤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남성의 얼굴을 그렸더니,
동남아시아에 남겨져 있던 그의 유품이 유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 중이던 남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혔다.
아무래도 이번 우라바이트에서는 초상화를 완성하면
그림 속 인물의 본인, 혹은 유골이나 유품처럼
그 사람과 연관된 무언가가 발견되는 모양이었다.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다 보면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은 채,
죽었다던 아빠도 언젠가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아빠와의 감동적인 재회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설령 뼈만 남아 있다고 해도 불평 한두 마디 정도는
직접 퍼부어 줘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을 뿐이다.
알바를 시작한 지도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이날의 과제는 평소와 달랐다.
종이를 들추자 사진 대신 이런 문구가 적힌 메모가 놓여 있었다.
『당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주십시오.
자료를 보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기억 속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며 그리십시오.』
만나고 싶은 사람.
정해져 있다.
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탓에
친구나 연인이라 부를 만한 사람도 없고,
아빠는 죽었으며 엄마에게마저 버림받은 내게
그런 존재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이런 날 다시 만나고 싶다며 편지까지 보내준,
내 하나뿐인 여동생.
하지만 벌써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현재 얼굴은커녕 어린 시절의 얼굴조차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엄마와 여동생이 찍힌 사진은 아빠가 모조리 버려버렸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연필을 움켜쥔 채 꼼짝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간다.
하나둘 작업을 끝내고 돌아가는 주변의 알바생들이
초조함을 더욱 부추겼다.
떠올려.
이마에 땀이 배어 나온다.
이대로 어영부영 잊어버릴 셈이냐.
실내의 정적을 깨뜨리는 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시곗바늘은 정확히 열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창밖은 새까맸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더라.
빨리 돌아가야 한다.
――어디로?
돌아갈 곳이 있기는 한가.
나한테, 나는, 나는 ――누구지?
비틀비틀 위태로운 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온다.
독기 어린 듯 화려한 색상의 네온사인이 눈부셨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폐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발이 마치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곳처럼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향했다.
담배 연기인지 향 연기인지 모를,
숨 막힐 듯한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아편굴 같았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온 걸까.
연기로 가득 찬 방 안에는 남자 한 명이 있었다.
그는 우아하게 담뱃대를 피우고 있었다.
「아아~, 결국 실패해 버렸구나. 불쌍하기도 하지.
부자가 쌍으로 이게 무슨 꼴이람.」
남자가 나를 보고 히죽이며 웃는다.
마치 먹잇감을 붙잡은 뱀처럼 사나운 눈빛이었다.
상대는 날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선글라스에 비친 내 얼굴은, 얼굴은,
마치 안개 같은 모자이크에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당신은…….」
바싹 말라붙은 입에서 가까스로 말이 흘러나왔다.
내 성대를 울려서 나온 목소리가 아닌 것만 같았다.
「나 말이야? 나는 오모카게.
우라바이트를 알선하는 사람이지.
흐릿한 기억만으로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자네는 되찾고 싶다는 뜻이겠지?
우라바이트에서 잃은 건 우라바이트로 되찾으면 돼.
도움 정도는 줄 테니까, 어디 한번 열심히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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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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