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초상화를 그리는 알바 ⑧】
타니가와 히지리를 사칭하던 남자가 도망친 뒤,
내가 부른 구급차에 실려 히이나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히이나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지만,
다행히 가벼운 뇌진탕으로 끝난 모양이었다.
며칠 동안 경과를 지켜본 뒤,
의사가 이상 없다고 판단하면 무사히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있잖아, 히이 쨩. 나……, 왠지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아.」
병문안을 온 내게,
히이나가 침대 위에서 양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어떤 꿈이었는데?」
「히이 쨩이 사라지는 꿈. 아니,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야.
모두가…… 나까지도 히이 쨩을 잊어버리는 거야.
이상하지,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는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친 탓에,
히이나는 최근의 기억들을 잃은 모양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찾기 위해
우라바이트를 하던 나날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게다가 히이나의 기억 속에서는
내가 얼굴을 잃고 존재마저 빼앗겼던
그 공백의 기간 자체가 아예 「없었던 일」로 되어 있었다.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뇌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듯했다.
의사는 머리를 부딪치기 전후로 강한 충격을 받을만한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적당히 얼버무렸다.
이건 우리 둘의 문제이지, 남에게 설명할 일이 아니다.
나만 알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작게 떨고 있는 히이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이렇게 서로에게 손을 댄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우라바이트를 통해 다시 만났을 때는 씩씩하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겁이 많고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은 긴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괜찮아, 난 어디에도 안 갈 거고, 잊지도 않을 거야.」
히이나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단,
나 자신에게 다짐하듯 힘주어 말했다.
괜찮아, 이제 두 번 다시 놓지 않을 테니까.
병문안을 마치고 병원에서 나온 나는
곧장 오모카게의 본거지인 폐건물로 향했다.
「 여어, 어서 와. 새로운 일이라도 찾으러 왔어? 」
향과 담배 연기를 온몸에 휘감은 오모카게가
예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수상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그리 말하긴 했지만 자네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면 빚을 갚는 데는 충분할 거야.
여동생 입원비까지 포함해서 말이지.
이제 굳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큰돈을 벌 필요는 없어.」
나는 오모카게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 남자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어디까지 계획하고 있었던 걸까.
짙은 선글라스 너머로 가늘게 뜬 두 눈에서는
그의 진의를 조금도 읽을 수 없었다.
「그런가요, 그럼 이제 당신과도 작별이군요…….
라고는 못 하겠네요.
전, 앞으로도 우라바이트를 계속할 겁니다.」
오모카게의 가느다란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헤에, 이유가 뭐지?」
「아빠를 아직 못 찾았으니까요.
그런 아빠였어도 내게는 피가 이어진 친아버지거든요.
어디서 죽어 나자빠져 있다고 한들, 제대로 장례는 치러주고 싶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불평 한마디 제대로 할 수가 없잖아요.」
「아하핫! 자네도 참 바보라니까!
이번에야말로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돼도 난 모른다!」
이 남자가 입을 크게 벌리고 호탕하게 웃는 모습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나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한바탕 실컷 웃은 오모카게는 다시 나를 마주 바라봤다.
마치 체셔 고양이 같은 미소를 입가에 띤 채 그가 말한다.
「마침 잘됐네,
그렇게 별난 자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일이 하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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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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