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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나태한 악욕귀족으로 전생한 나, 시나리오를 부숴버렸더니 규격 외의 마력으

13화 제 1회, 바이스 판센트 님에 대해 막말하기 대회

by Hellth 202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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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람되지만 저, 제비스가 진행을 맡도록 하겠습니다."

 저택 내 어느 방, 바이스가 좋아하는 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 네 명의 남녀가 모였다.

 원탁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제비스 외에,
밀크, 리리스, 신티아다.

 "그래서 제비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란? 좀 더 구체적으로 부탁드립니다."

 밀크는 한숨을 내쉬고는,
팔짱을 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지금까지 저런 녀석이 감춰져 있던 거냐고.
내가 지도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눈치 못 챘을 수도
있어. 거창하긴 하지만, 이 세계의 손실이나 다름없는
행위라고.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제비스와 밀크는 구면이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기사단장을 맡아,
한때는 서로 피를 흘리며 겨뤘을 정도다.

 두 사람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하루로는 부족할 것이다.

 밀크의 무례한 말투에 눈살을 찌푸린 제비스였으나,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옹이구멍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듭니다만,
그는 변했습니다. 심지어 경외감을 느낄 정도의
재능을 개화시켰죠."

 "네! 제비스 씨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랜시간 함께 하였으나, 바이스 님은 바뀌셨어요.
다만, 예전부터 외모는 출중하셨습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손을 치켜든 리리스.
 이어, 신티아 영애가 머리카락을 만지며 말한다.

 "리리스 양의 말이 맞을지 몰라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외모는 출중했으나, 성격은 좋지 않아 보였거든요.
지금은 어느 쪽이든 훌륭하지만요."

 제비스는 즉석에서 준비한 목판에 마력을 담아,
펜으로 조목조목 적기 시작한다.


 「바이스 판센트 님은 어찌 이리도
훌륭하고, 근사해지셨는가」

  ① 노력을 했기에 달라졌다.
  ② 원래부터 외모는 출중하셨다.
  ③ 재능이 너무 많아, 조금 두렵다.
  ④ 나, 제비스는 옹이구멍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지금으로선 이런 느낌일까요."

 "납득할 수가 없어, 인간은 그렇게 바뀔 수 없다고.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건 둘째 치고, 일부러 못된 척을
하고 다녔던 거 아니야?"

  "호오, 그리 말씀하는 이유라도?"

 "내가 아냐, 넌 집사잖아. 옆에서 지켜봤을 거 아니야?
진짜 옹이구멍이냐?"

 순간, 제비스가 들고 있던 펜이
우직 우직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썹이 올라가며, 집사복 안쪽의 근육들이
팽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이 다소 지나치시군요. 여기는 판센트 가문의
저택 내이니, 그런 말투는 그만두시는 쪽이 좋다고
생각됩니다만? 이 자리는 바이스 님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네 말투야말로 어이가 없거든. 제비스 오딘,
이거 완전 독기가 다 빠졌네. 옛날에는 광기에
들어차 있던 주제에."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다며 리리스가 중재에 나선다.
 신티아는 잠시 뒤, 바이스와 만나야 하기에,
거울을 보며 자신의 미모를 갈고닦았다.

 "그러니 그런 말투는 그만──."

 "겁쟁이 제비스, 허접 제비스, 옹이구멍 제비스."

 "밀크 씨! 좀 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자고요!
제비스 씨가 그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갈 리──."

 "…밀크 이 새끼, …점잖게 응대해 줬더니만,
기어오르고 있기는! 죽고 싶냐!?"

 펜이 두 동강이 난 순간, 부처와 같던 제비스의
얼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그 마력과 살기는 너무나도 끔찍해,
씻고 있던 바이스가 화들짝 놀라,
눈에 샴푸가 들어갔을 정도다.

 "제, 제비스 씨!? 왜, 왜 그러세요!?"

 필사적으로 말리는 리리스였으나,
신티아 영애는 우아하게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말고 있다.

 "역시 살짝 컬이 들어간 쪽이 취향이려나,
리리스,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하, 역시 그러는 편이 훨 낫군, 제비스.
네 무뎌진 몸을 바이스를 상대로 다시 단련하지 그래?
지금이라면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그전에 네년부터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게 좋겠는데?
근성론만 내세우는 멍청한 근육년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판 붙어 볼까?
재빠른 쥐새끼 같은 새끼야."

 "이제 그만하죠!? 신티아 영애,
두 사람 좀 말려주시겠어요!?"

 "역시 생머리 쪽이려나,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니."

 당황한 리리스를 방치한 채, 제멋대로 구는 삼인방.
 마침내 리리스는 인내심의 한계를 맞이하여,
치마 속에 숨겨진 암기를 꺼내든다.

 칼끝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날카로운 눈빛이 날아든다.

 "적당히들 하시죠."

 "호오, 얌전한 소녀 납셨네."

 "이년은 내가 죽인다. 리리스는 닥치고 있어."

 "리리스 양, 그 암기 예쁘네요.
비친 제 얼굴이 평소보다 귀엽게 보여요."

 신티아 아가씨는, 암살자인 본모습을 드러낸
리리스에 관해 미리 제비스와 밀크에게서 들은 것인지,
안색 하나 바뀌질 않았다.

 금사빠의 성격상, 그녀의 마음은
모두 바이스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십 분 뒤,
목욕을 끝마친 바이스가 문을 열었다.

 다만 목판에 쓰여있던 메모는 모두 사라진 채,
대신 「바이스 판센트 님이 좋아하시는 10가지」라고만
적혀 있었다.

 "뭐야…, 그보다 제비스랑 밀크 선생님,
옷이 좀 망가진 것처럼 보이는데?"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이다."

 "리리스는 치마가 좀 올라간 것 같은데?"

 "기분 탓 아닐까요?"

 "신티아는 왜 아직 여기에? 돌아간 거 아니었나?"

 "우후훗, 그 사디스틱한 면도 심쿵해 버렸어요."

 그날, 바이스는 모두가 좀 이상하다 여겼지만,
겉과 속이 같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겉과 속이 너무 다르단 말이지,
라고 생각하는 바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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