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필기, 마술, 검술, 어느 것이든 나──,
바이스판센트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면, 주인공 알렌의 존재.
원작대로 나는 모의시험에서 그와 겨루게 되었다.
손대중을 하라고 들었으나, 쑤셔오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전력으로 싸워버렸다.
그렇게 결과는… 나의 완승이다.
알렌은 손도 못 써보고, 내 창조 마법으로 인해,
신체 능력이 저하, 지면에 넙죽 엎드렸다.
하지만 그 녀석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말았다.
당해도 당해도 다시 일어서며,
그럴 때마다 점차 마력까지 강해졌다.
마법도, 검도, 내 발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나,
쓰러트리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나는 계속 노력해 왔다.
물론 알렌도 그렇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것이 진심으로 두려웠다.
이게 주인공이구나 하고,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즐거우셨나요."
"응? 갑자기?"
"알렌, 이라는 자와 겨루실 때, 웃고 계셨습니다.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과거의… 바이스 같았거든요."
신티아에게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즐거웠던 모양이다.
나는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원래의 바이스와,
지금의 내가 혼존하기 때문이겠지.
뭐라 말로 표현 못할 불안감.
그렇다고는 해도, 우선 일단락된 것은 틀림없다.
지금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편이 좋을까… 하지만….
"리리스와 신티아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을까?"
"네?"
"어떤 거죠?"
"내가 만일, 누군가를 재기 불능 상태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어떨 거 같아?"
이런 질문을 하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바이스 님의 모든 걸 긍정합니다."
"저도 리리스와 마찬가지랍니다.
바이스 님의 명령이라면,
어떤 인간이라도 되어 보이겠어요"
두 사람의 충성심이라 해야 할까,
즉답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아, 역시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야.
아직 명확한 답은 내릴 수 없으나,
나답게, 파멸을 회피해 보자.
"고마워, 참고가 됐어."
"바이스 님, 고민될 때는 동전! 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뒷면 혹은 앞면으로 선택하는 것도,
재밌을지 모르겠다.
노블레스 학원── 회의실.
학원장, 교사, 그리고 바이스에 관해
잘 아는 두 인물이 집결해 있었다.
"그래서 밀크, 제비스, 바이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날카로운 눈매,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상석에 앉아 수염을 쓰다듬고 있다.
"딱히, 굳이 따지자면 기초 훈련 정도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사 준비 정도죠."
태연하게 답하는 두 사람이었으나,
커다란 몸집에 마치 불길처럼 보이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남성이 거세게 테이블을 두드렸다.
"지금 농담하는 거냐! 4대 속성에 하물며,
빛과 어둠을 혼합한 창조 마법이라고!?
그 정도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다리우스, 조용히 해라,
그자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으니."
"하지만! …학원장님, 역시 '알렌' 녀석이 불쌍합니다.
녀석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도
'바이스'라는 녀석 때문에 죽을 뻔했죠."
"진검승부에서 졌다고 해서 칭얼거리지 말라고,
전장에서도 그딴 한심한 소리를 할 거냐?"
"아앙!? 밀크, 네가 바이스의 권유를 받아들인 탓에,
내가 대신 알렌의 지도역이 맡게 된 거라고!
지금 시비 거는 거냐!"
"꼴사납기는, 질투냐. 제자가 패한 걸로,
내게 화풀이라니."
콧김을 내뿜는 다리우스였으나,
밀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것을 중재하는 제비스.
"밀크, 다리우스, 그만들 하시죠. ──학원장님,
교사도 아닌 저희를 부른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음, 나도 전부터 바이스 판센트에 관한 소문을
들어왔지. 그렇기에 그 능력, 아니 그 자질은
위험할 수 있다. 스승으로서, 집사로서, 너희들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의견을 들려줬으면 하는군."
학원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밀크와 제비스가 희미하게 웃으며 답한다.
"바이스는 재밌는 녀석이지.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 나도 아직 밑바닥을 본 건 아니지만,
그 녀석이 만들 미래를 보고 싶어."
"…동감입니다. 다만, 그는 달라졌습니다.
결코 약자에게 그러한 힘을 쓰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흐음, 그런가. 미안하네, 애초에 바이스는 모든
시험 항목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으니.
다만 전투 테스트에서만은 과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까지 들은 소문을 감안하니, 불안해서 말이야.
담당 시험관들조차 두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었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고작 그거 가지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가 있나요?
밀크의 답변에 다리우스가 언성을 높이려 했으나,
학원장이 말없이 손을 내밀며 말렸다.
"자네 말대로네, 아무런 관계도 없지. 다행히도
올해는 풍작이라서 말이야. 평민인 '알렌',
성녀 '셜리', 사일런트 위치 '리리스', 얼음의 '신티아',
거기에 모든 속성을 습득한 '바이스'까지.
그밖에도 몇몇 흥미로운 자들이 있다고 들었다만,
올해는 합격자를 규정보다 늘리는 것도 좋겠군."
"예!? 학원장님! 지금까지 그런 전례는!?"
"규칙 따윈 엿이나 먹으라지,
그렇지 않나, 밀크, 제비스."
학원장은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걸 본 밀크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좋은걸, 그 얼굴.
암흑 전쟁 시절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길스 학원장님."
"그립군요, 길스 씨는 몰라도, 다리우스가 교사직을
맡을 거라곤 생각지 못 했습니다만."
"제비스, 나는 네 그 말투가 더 신경이 쓰이는데."
네 사람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올해,
이례적인 합격자 수를 발표한 노블레스 학원.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한
바이스의 소문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
각지의 권력자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올해, 터무니없는 「최흉」이 나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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