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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나태한 악욕귀족으로 전생한 나, 시나리오를 부숴버렸더니 규격 외의 마력으

17화 첫 번째 퇴학자

by Hellth 202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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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컴컴한 교정, 아직 자기소개조차 끝마치지 못한
우리들은 주먹, 아니, 검과 마법으로 대화를 나눴다.

 체력보단 기력을 소진해, 대부분 기진맥진한 상태로,
이미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녀석도 있다.

 나만 빼고.

 "거기까지입니다."

 금방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차가운 눈을 가진
클로에가 한 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어제, 밤늦게까지
훈련을 하는 바람에, 마력을 전부 소진해서──."

 "변명은 됐습니다, 짐을 싸주시죠. 마차는 이쪽에서
준비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루이 미센트."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할 말을 잃었다.

 입학하자마자 퇴학,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클로에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시험은 모의시험과 동일하게 1vs1이었다.

 나는 전승, 리리스와 신티아 역시도.
 조금씩 전원의 포인트가 줄어드는 가운데,
우리들만은 순조롭게 늘어갔다.

 재밌게도,
루이를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것은 알렌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알렌도 패배하면 퇴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 주인공답기도 했다.

 세계의 억제력인지,
보이지 않는 손에 붙잡혀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은 승리의 기쁨보단,
루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커 보이는데.

 "클로에 선생님, 철회해 주세요! 그는 분명 마력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어머나, 알렌. 그리 생각한다면 당신의 포인트를
전부 줬으면 된 거 아닌가요? 그럴 경우 당신이
퇴학이었겠지만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지려던 알렌이었으나,
셜리가 급히가 끼어들어 말렸다.
 그 이상 심기를 거슬렸다간 정말 그렇게 될걸.

 루이는 그 자리에서 늘어졌으나,
얼굴이 점차 귀신같은 형상으로 변해간다.

 "나는 미센트 가문의 장남, 루이다….
이 학원에 누구보다도 공헌하고 있는
미센트 가문이라고! 알고서 그러는 거냐!?"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저 낙오자였을 뿐이죠."

 무심한 한 마디가 루이의 마음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나 또한 놀랐다.
 루이는 낙오자가 아닌, 오히려 정상급까지
오르는 재능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물론,
상위권으로 졸업했다.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나 때문일 것이다.

 나는 본래, 루이에게 대량의 포인트를 빼앗겨야 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개변되며, 미래가 바뀌었다.

 알렌에 의해 떨어진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나…,
크, 크크큭, 정말이지 재밌다.

 이미 내가 아는 노블레스 학원이 아니란 소리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택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마차를 준비하겠으나, 기력이
없다면 외부인용 기숙사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클로에가 사라지자, 축 늘어진 루이를 곁눈질하며
한 명, 또 한 명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입학 첫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분위기이나,
나는 너무나도 유쾌했다.

 포인트 제도, 절차탁마하며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보다, 이런 짜릿한 쪽이 더 좋다.

 역시 난, 바이스 판센트일지도 모르겠다.

 "바이스, 슬슬 가죠. 마침 딱 저녁 식사 시간이니."

 "…신티아는 두렵지 않아?"

 "뭐가 말이죠?"

 "으음…, 한 명이 퇴학당했잖아?"

 "졌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저도 동감입니다! 배고파요─."

 놀랍게도 신티아와 리리스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기가 센 모양이다.

 그래도 어째서인지 두 사림이 보다 더 마음에 들었어.

 기숙사는 귀족들의 생활 수준을 떨어트리지 않고,
지낼 수 있도록 평범한 학원에 비해 높은 수준의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최신 마술을 이용한 라이트나 마법 자동문,
심지어는 욕조까지.

 노블레스 학원은 3학년제로,
명칭은 상급생, 중급생, 하급생으로 나뉜다.
 세 개의 동, 또한 남녀로 구분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큰지 대충 감이 오겠지.

 다만 식당이나, 미팅룸 같은 공유 시설 또한 많다.
 각 동들은 옆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손등에 새겨진 마법인이 카드키의 대용이 된다.

 짐은 이미 운반된 상태기에,
우리는 우선 허기부터 달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상급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큰 테이블과 의자가 대량으로 진열되어 있다.

 상주 중인 급사에게 말을 걸어, 적당한 식사를 부탁한다.
 다만 역시 노블레스 학원이랄까, 빵과 고기,
식재료 하나하나가 모두 고급스러운 재료들뿐.

 덧붙이자면 좀 더 단백질 비중을 높이고,
염분을 줄였으면 한다.
 벌써부터 제비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어.

 "무난한 맛이네요. 우리 요리사보다는 떨어지지만."

 "이게 전무 공짜라니… 행복해요!"

 리리스의 말대로 재학생들이 쾌적하게 지내기 위한
시설들은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단련장이나, 자습실도 이용이 가능하다.

 조용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윽고 같은 학년의 무리가 다가왔다.

 모두 클로에의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남긴
녀석들로, 배짱 또한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알렌과 셜리의 모습 또한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지 않으면 기운이 나질 않는다 정도일 것이다.

 그녀, 셜리는 자작 가문의 영애다.
 엉뚱한 일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평민 알렌이
신경 쓰여, 여기까지 따라온 소꿉친구 포지션,
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신경이 쓰이시나요? 그── 알렌이."

 그때, 신티아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의식하고 있었나 싶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른쪽 손등에는 타인으로부터 빼앗은 포인트까지
포함해 250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그에 반해 알렌은 아슬아슬한 100 정도일 것이다.

 나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때, 리리스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려다,
그만 금화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이 세계에선 상당한 거금이다.

 그걸 주워 들고는,
문득 그녀가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침 잘됐어.

 "리리스, 이것 좀 빌려도 될까?"

 "네? 상관은 없지만, 어디다 쓰시려고요?"

 "동전 던지기."

 앞면이 나오면 알렌과 졸업할 때까지,
사이좋게 지내며 파멸을 회피하는 루트로.
 뒷면이 나오면 알렌을 정면에서 짓밟으며,
모든 걸 망가트리는 루트로.

 어느 쪽이든 재밌을 것 같다.

 나는 금화를 엄지손가락에 얹고, 튕겼다.
 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동전이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이 세계의 통화에는 앞면에는 왕국의 성이 그려져 있다.
 반대편에는 최강의 상징인 용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힘조절을 실패한 탓인지,
금화가 깔끔한 직선을 그리지 않고,
옆으로 빗나가 버렸다.

 받아내지 못한 동전이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가며 한 남성의 신발에 부딪혀,
빙글빙글 돌다 쓰러졌다.

 그걸 주운 남성은, 내게 다가와 상쾌한 미소를 보였다.
 악의 없는 미소, 붙임성 좋은 얼굴, 괜스레 짜증이 난다.

 "바이스, 떨어트린 거야."

 "고마워, ──알렌."

 건네받은 동전은,
용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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