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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나태한 악욕귀족으로 전생한 나, 시나리오를 부숴버렸더니 규격 외의 마력으

18화 대답은, 네다.

by Hellth 2025.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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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하게도, 이 세계의 마법 학원은 하나가 아니다.
 노블레스 학원과 같은 시설은 여럿 존재한다.

 다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자면,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광활한 대지면적이다.

 수련장으로 사용이 가능한 장소는,
국가에서 제공하고 있다.
 산, 강, 심지어 사막까지도 부지 내에 존재하며,
실전을 상정한 대담한 훈련이 가능해진다.

 이는 모두, 유능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함,
그리고 다가올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깊은 숲 속, 칠흑 같은 훈련복 차림의 우리들은
마력을 발에 모아, 고속 이동 마법으로 주행하고 있다.

 "신티아, 리리스, 좌우로 협공해서 상대의 진지를
흩뜨러트리면 내가 깃발을 노릴게."

 "이해했답니다."

 "알겠습니다."

 내 지시에, 두 사람이 좌우로 갈라진다.
 나는 발을 멈추고 「마력 감지」를 이용해,
두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며 초를 센다.

 ──5, 4, 3, 2, 1.

 거대한 마력이 부딪치는 순간,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시선의 끝, 목표인 용이 그려진 깃발을 발견하나,
그와 동시에 어떤 위화감을 눈치챘다.

 고밀도로 짜인 마력사가,
주변 일대에 전개되어 있었다.

 "…셜리인가."

 점착성이 있는 특수한 마술이 부여되어 있다.
 접촉했다간 꼼짝도 못 하게 되겠지.

 ──나 이외에는.

 마력을 높여,
전신에 어둠과 빛의 가호 마법을 두른다.
 내가 조합해 낸 독자적인 마술이다.

 적의 마력을 무효화하며,
치유의 가호를 술자에게 지속적으로 내려준다.

 수풀을 헤치듯, 마력사를 걷어내고,
깃발을 집어 들려 한 순간──.

 "──그렇게는 안 돼, 바이스."

 위에서 나타난 알렌이,
가차 없이 내 정수리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순간적으로 회피했으나,
땅에 내리 꽂힌 충격으로 굉음이 울려 퍼진다.

 훈련용 목검이나, 마력을 두른 경우,
파괴력은 진짜 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 망설임 없는 행동은,
상대가 나이기 때문이겠지.

 이 녀석을 무시하고,
깃발을 빼앗는 것은 손쉬운 일이나──.

 "와라."

 휴대하고 있던 주머니칼을 꺼내 들고,
마력을 둘렀다.
 손대중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인지,
알렌은 분개해하며 일직선으로 달려왔다.

 "하압!"

 "──그 정도냐?"

 무디다, 너무나도.
주인공은 보통 더 강하지 않나?

 하지만 목을 겨누고 기절시키려던 순간,
알렌이 순간 세 배가량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이거다, 이렇게 약한 주제에,
어떻게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거지?

 …마음에 안 들어.

 그 뒤로도 알렌은 몇 번이나 쓰러져가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 도전해 왔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반드시 회피한다.

 하지만──.

 "끝이야."

 "──에엑!?"

 옆구리에 주먹으로 날린 일격.
 기절한 알렌을 눕힌 뒤, 천천히 깃발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마법 불꽃이 상공으로 치솟았다.

 "경기 종료, 바이스 팀의 승리입니다.
교정으로 집합해 주세요."

 하늘에 떠 있던 마법새가 승리를 선언했다.

 "허억, 허억… 역시… 바이스야…."

 고통스러워하는 알렌을 방치한 채,
나는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마법 은밀 훈련 1위 - 바이스 판센트

 마법 추적 훈련 1위 - 바이스 판센트

 마법 방어 훈련 1위 - 바이스 판센트


 ──부족하다.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바이스 판센트에게 500포인트 추가."

 클로에가 평소와 같이 무덤덤하게 성적을 부가한다.

 입학식으로부터 한 달 정도가 지났다.
 현시점에서 퇴학자는 열 명,
그중 일곱은 내가 직접 탈락시켰다.

 반 이상이 원작에선 졸업했던 녀석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0이 되는 일은 없다.
 성장 단계도 감안한 시스템인 것이다.

 내 오른쪽 손등의 숫자가 변동,
5700으로 바뀌었다.

 "또 바이스야, 저 녀석, 진짜 위험하지 않아?"

 "너무 강해. 노력도 하지 않고 재능만으로."

 "틀림없이 졸업할 텐데…."

 어중이떠중이들이 불평을 늘어놓으나,
아무래도 좋다.

 졸업은 당연,
나는 그 이상의 것을 달성하려 하고 있으니까.

 내가 퇴학시키고 싶은 것은 알렌이다.
 하지만 저 녀석은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매번 끝을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하여,
계속해서 궁지를 벗어나고 있다.

 추종자인 셜리의 존재, 그리고 원작대로
동료들이 도와주는 것 역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화가 나면서도 그건 그거대로 재밌다고 느끼고 있다.

 ──착잡한 기분이다.

 "신티아, 리리스에게 300포인트, 이어, 알렌에게 150,
셜리에게 100,  듀크에게 50."

 다른 사람의 포인트를 일일이 계산할 필요 없이,
매주마다 한 번씩 서열이 공표된다.

 당연히 1등은 나지만,
알렌 또한 서서히 순위를 높여오고 있다.

 0이 되면 퇴학이라는 알기 쉬운 시스템이나,
그것만 가지고는 상위를 목표로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재밌는 것은 이 포인트 시스템이,
당근과 채찍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치별로 랭크가 정해져 있고,
최고 랭크는 S, 거기서부터 A, B, C, D, E가 된다.

 나는 현재 C급이나,
상급생이 되면 A나 B까지 오를 수 있다.

 C급이 되면 특권으로 1인실이 주어진다,
그 밑은 단체방이다.

 노블레스 학원이 금전적인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
차등 보상을 통해 학생들의 의욕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포인트는 필기, 마법학, 실전 테스트에 의해 늘어나나,
전 항목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내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노블레스 학원 역시,
강자만을 원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 이유로 가장 쉬운 방법이 대항전이다.
 직접 포인트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급생과도 겨룰 수 있다.

 퇴학의 리스크가 있는 만큼,
자주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많은 사람들을 지옥으로 떨어트리는 한이 있더라도,
위로 올라갈 것이다.

 왜냐하면 재학 중 S급에 도달하면,
월반으로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도달한 녀석은 없지만,
나는 그것이야말로 파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있다.

 "미안, 내가 또 바이스에게 져버리는 바람에…."

 "신경 쓰지 마, 알렌. 다음에 이기면 되지."

 내게 진 충격으로 늘어져있는 알렌에게
셜리가 위로를 해주고 있다.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흐뭇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아아, 원작대로네──하고.

 하지만 다음 순간, 격렬한 증오도 샘솟는다.

 그때, 한 남자가 나를 발견하고 흥분한 듯이 걸어온다.
 쿵쿵하고 땅이 흔들릴 것만 같아.

 "젠장─! 바이스, 이 자식! 2주째라고!"

 "뇌까지 근육이 돼버린 거냐? 듀크."

 빌리언 가문의 장남, 듀크.
 짧은 흑발, 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커다란 몸집,
그에 걸맞게 부풀어 오른 근육.

 신체 강화가 특기인 빌리언 가문은,
우수한 기사 가문이다.

 공수 모두 균형이 좋으나,
원거리에서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랬, 었다.

 지금의 듀크는,
마법 무기를 연성하는 창조마법을 습득했다.
 내게 한번 패배한 뒤로,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겠지.

 이것도 크나큰 개변 중 하나다.

 일일이 얽혀오는 귀찮은 놈이나,
알기 쉬운 만큼 알렌보단 호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시야 속에선,
움찔움찔 거리며 흰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클로에게 혼나고 있다.

 "카르타, 당신은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필기, 마법학은 톱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다음
실전 테스트에서 점수를 따내지 못한다면 퇴학입니다.
알고 있나요? 도망만 칠 거면 뭘 위해 입학한 거죠."

 "네에…."

 그녀는 매우 희귀한 비행 마법을 습득하고 있다.
 또한 무속성이기에, 실력이 좋은 마법사라도
다루기 어려우며, 나조차 아직까지 습득을 못했다.

 다만, 카르타는 소심한 성격이라,
기화가 와도 승기를 쥐려 하지 않는다.
 원작대로라면 그녀는 다음 시험에서 퇴학당한다.

 그리고 그 분함을 바탕으로, 본래 옆에 있어야 할
친한 친구가 악에 받쳐 졸업을 목표로 삼는다는,
사이드 스토리가 존재한다.

 그 친한 친구를 내가 먼저 퇴학시켜 버렸지만.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매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건만, 용기를 내려하지 않는다.

 "카르타, 빨리 포인트나 내놓지 않을래?"

 "에…."

 그때, 같은 방을 쓰는 여자로부터,
카르타가 싫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상대방은 같은 D급으로, 카르타가 퇴학당하면,
일시적으로나마 개인실을 쓰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퇴학당하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분명 원작에서도 이런 장면이 있었지.

 "어차피 할 마음도 없어 보이고, 부모님에게
등 떠밀려 온 거 아니야? 네가 따르던 친구도
퇴학당했겠다, 툭 까놓고 얘기할게."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낙오자들끼리 서로 보듬어 주고 있구나,
싶었던 것뿐인데?"

 동료들끼리 꺄하하 웃으며, 카르타를 조롱한다.

 그때 내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거기에 몸을 맡기는 것은,
바이스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어리광은 용서할 수 없다고.
나는, 나여야만 한다고.

 "그러고 보니 바이스,
다음 시험은 저와 짝을 맺도록 하죠?"

 "신티아 영애, 다음은 제 차례지 않나요!?"

 "…아니, 이미 결정했어."

 ""네에!?""

 둘을 남겨두고, 나는 걷는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밑바닥끼리 추하게도 잘들 노는군."

 겁먹은 소녀, 희귀 마법의 사용자,
원래라면 퇴학당했을 카르타.

 "바이스잖아…, 위험해."

 "저리로 가자."

 "…흥."

 떠나가는 괴롭힘의 주동자의 모습이,
또 다른 나의 미래로 보였다.

 "왜… 도와준 거야."

 "도와준 게 아니야, 바보 취급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저항 한번 하지 않는 겁쟁이를 보고 있는 게,
짜증이 났을 뿐."

 "…어째서 그런 말투를…."

 "맞지 않아? 저 녀석들은 널 싫어해.
그러니 저런 말을 한 거지. 그걸 잠자코 보고
있어야만 하는 나도 좀 생각해 줄래."

 "아, 안 보면 되잖아…."

 그건 그거대로 정론일지 모르지만, 뭐 됐다.

 "다음 시험, 넌 틀림없이 포인트가 0이 될 거야.
왜 그런 줄 알아?"

 카르타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태그전이라서…."

 "그래."

 다음 시험은 이미 공표된 상태다.
 2인 1조를 만들어, 겨루는 태그전.

 노블레스 학원의 실전 테스트는,
개인전 이상으로 팀전이 많다.

 이것도 모두 미래를 위해서다.
 리더십이 없는 인간이 위에 설 수 있을 리 없다.

 동료를 모으는 것도,
학원에서 배울 점 중 하나란 소리다.

 심지어 다음 태그전은 평소보다 중요했다.
 나도 이대로는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랑 같이 안 나갈래?"

 "…에? 에엣!? 어, 어째서 나 따위랑 바이스… 군이…?"

 퇴학이 임박한 카르타와, 하급생의 선두인 나,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그건 포인트만 따졌을 경우의 이야기.
 겉만 따져선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녀는 천재다.
 나는 그걸 인정하고 있다.

 "네 비행 마법은 훌륭해, 이렇게 묻히기엔 아깝지."

 "…그렇…지만…."

 고민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겁을 먹은 것인지.

 "착각은 말고, 난 도와주려는 게 아니야.
너랑 짝을 이루는 게 효율이 좋을 거 같았던 것뿐."

 "그렇…겠지."

 "그래, …그리고 나한테 비행 마법을 알려주지 않을래?
그… 몇 번을 시도해 봐도 할 수가 없거든."

 "바, 바이스 군도… 연습하고 있었어?"

 "매번 뒤집어진단 말이지. 죽을 뻔했던 적도 있어."

 그러자, 카르타가 후후 소리를 내며 조용히 웃었다.

 매번 태연한 내가 뒤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재밌었던 걸까.

 "…네 가장 친한 친구를 퇴학시킨 건 나야.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진지한 승부였지.
하지만 너마저 퇴학당하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그래도 되겠어? 저 녀석들을 혼쭐 내주고 싶진 않아?
나라면 널 잘 써먹을 수 있어. 그러니 너도 날,
잘 써먹도록 해."

 내 행위는 틀림없이 원작을 파괴한다.
 특히 카르타의 마법은 강력하다.
 매우 위험한 행위이나, 나는 내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카르타는 겁에 질려하면서도, 떠는 걸 멈추고,
지팡이를 세게 움켜쥔 뒤, 돌아보며 말했다.

 "…알겠어, 바이스 군. 나라도 괜찮다면… 잘 부탁해."

 "그래, 하지만 나랑 하는 이상 1등을 노려야 될 거야.
시험까지 시간이 없다. 오늘부터 아침까지 특훈이야."

 "에에에엣!?"

 "대답은, 네다."

 "아…, 네엣!"

 …뭔가 나, 밀크 선생님을 닮아가고 있지 않아?

 그와 같은 시각, 밀크가 너무나도 귀엽게
재채기를 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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