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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나태한 악욕귀족으로 전생한 나, 시나리오를 부숴버렸더니 규격 외의 마력으

14화 입학시험

by Hellth 202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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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나머지는 전력을 다할 뿐.
 정신통일을 위해,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는다.

 마차 소리, 자신의 심장 소리, 그리고──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티아 님, 트윈롤이 너무 잘 어울리세요."

 "어머나, 리리스. 그렇다면 당신은 롤업으로 하도록 해요.
아름다운 머리가 한 층 더 돋보이니."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
역으로 나의 강해진 몸과 머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너희들은 평소와 다름없구나, 긴장되지 않아?"

 "아뇨, 바이스의 곁에서 한 훈련을 통해,
오히려 단념할 수 있게 됐달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붙을 사람은 붙을 운명이란 겁니다.
그러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거죠."

 "신티아 님, 이해합니다! 저도 같은 의견이거든요!"

 …잘 모르겠다.
 뭔가 그럴듯하게 말은 하지만, 의미를 모르겠는데?

 뭐, 상관없나….

 어느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조마조마했다.

 착각 사건? 이후로, 리리스가 의미심장한 말을
자주 중얼거리게 된 것이다.

 "두 사람만의 비밀이네요."

 "이건 신티아 님께는 말씀드릴 수 없겠어요."

 ──라며.

 신티아가 약혼자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뭐, 아버님이 그리 결정하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녀는 집안도 좋고, 재능도 출중하니까.

 판센트 가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불평할 생각 따윈 없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으나, 신티아는 미인이고,
보고 있으면 질리질 않는다(여러 의미로, 굉장히).

 합격하면 재학 중에 결혼식을 올릴 일은 없을 테고,
지금은 그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나리오가 바뀌어버린 건 두려우나,
역으로 강한 아군이 생겼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밀크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두 사람은 이해했어?"

  "…바이스 님, 손대중입니다. 손대중!"

 "바이스, 죽여선 안 돼요."

 "죽인다니, 그럴 리 없잖아…."


 「바이스, 오버하지 마라.」


 이게, 밀크 선생님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확실히 내가 조합한 마법은 강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술 쪽은 아직 미숙하다.

 이제야 겨우 밀크 선생님께 열 번 중 다섯 번 정도의
유효타를 입힐 수 있게 되었으나, 다른 수험생들도
내 못지않은 재능의 소유자일 것이다.

 그러니 봐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내 상대는 주인공이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강하겠지.

 …다만, 조금 기대되기도 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정차.
 밖으로 나갈까 했으나, 종자로 따라붙은 제비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하하, 고마워."

 정말이지 그 다운 대사다.
 곧이어 리리스와 신티아 또한 마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철문이었다.
 용이나 호랑이 같은 동상이 좌우에 장식되어 있는데,
분명 어떠한 마수를 모티브로 삼은 것 같다.

 "야, 저거… 바이스 판센트 아니야?"

 "그 유명한… 능욕 귀족?"

 "보지 마, 얼음의 신티아 영애까지 있어.
약혼했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쑥덕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이미 약혼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던 건,
예상 밖이었다.

 딱히 신경 쓸만한 일은 아니려나.
 어차피 여기 있는 대부분이 불합격자이니.

 입학시험을 치르는 것만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어, 해마다 인파가 몰린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까.
 나는 악역 귀족, 바이스 판센트다.

 "리리스, 신티아, 반드시 합격한다."

 "네!"

 "분부대로 하죠."

 그리고 우리는 문을 통과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리리스와 신티어가 내 양팔을 붙들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겠지.

 안 그래도 악평이 자자한데, 미녀를 희롱하며,
시험을 치르러 온 미친놈이라 생각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일이 지적하기도 귀찮다.

 "얌마, 뭘 그렇게 보고 있어?"

 그때, 시비를 거는 듯한 대사가 들려왔다.
 몸집이 큰 남성, 이라고는 해도 나와 비슷한 또래겠지만,
상당히 연약해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시대착오도 정도가 있지.

 "안 봤어…. 단지, 크구나 싶었던 것뿐…."

  "아앙!? 시비 거는 거냐!?"

 거기선 보지 않았다고 둘러댔으면 좋았을 것을….

 돕는 쪽이 평판이 오를 거라 생각했지만,
나보다도 먼저 핑크색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여자아이가 앞을 가로막았다.

 날렵하고 몸매가 좋으며, 누가 봐도 미소녀였다.

 그리고 본 기억이… 있다.

 "알렌,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거기에 또 이상한 놈하고 얽히기까지!"

 "미, 미안해, 셜리…, 이 근방에 현자의 동상이
있다길래 보고 싶어서 그만."

 그리고 두 사람은 양아치를 제쳐놓고,
꽁냥 거리기 시작했다.
 말리기는커녕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아아, 역시, 핏줄까지 섰네.

 "이 자식이, 내가 누군지 알아!?"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드릴게요!
알렌, 눈에 띄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어느 쪽인가 하면 수수한 쪽이지만…, 미안,
길목을 막고 있던 내 잘못이야."

 능청스러운 사과, 그걸로 해결될 리 있겠는가.

 성질머리를 참지 못하고 끝내,
덩치 큰 남자가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이 새끼가! …뭐, 뭐야! 움직일 수가 없어!?"

 "적당히 해라, 시험 전에 날뛰었다간 불합격일 텐데."

 나는 순식간에 달려가, 남자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아앙!? 넌 또 뭐… 바, 바이스 판센트 님…!?
시, 실례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나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소란을 피우긴 싫었는데 마침 잘됐다.

 주위에서 보면 두 사람을 도운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뭐, 실제로 도운 게 맞기는 하다.

 "죄, 죄송합니다…."

 "잠자코 꺼져라."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덩치 큰 남자는 떠나갔다.
 악평도 가끔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 고마워! 나는 알렌! 넌… 좋은 사람이구나!"

 "…내 이름은 바이스 판센트.
저 녀석이 눈에 거슬렸을 뿐이다."

 정결한 흑발, 공손한 태도,
몸에 흐르는 마력은 막힘이 없다.

 성이 없는 이유는 평민이기 때문이다.
 알렌, 이 녀석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말 고마워! 나는 셜리 엘리어스라고 해.
너도 우리처럼 시험을 보러 온 거 맞지?"

 "아아, 그래."

 "바이스, 무슨 일 있나요?"

 "바이스 님, 곧 시험이 시작됩니다."

 눈치챈 두 사람이 달려온다.

 양아치와 관련된 이벤트는 없었던 것 같은데,
나로 인해 변화가 생긴 것이겠지.

 도와준 건 선의가 아니다,
시험 전 싸움 같은 걸로 불합격이라도 당했다간,
내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알렌, 우리들도 서둘러야지!"

 "아, 그렇네! 고마워, 바이스! 다음에 보자!"

 기운 넘치네… 라며 신티아가 중얼거렸다.

 나는 생각 중이다.
 시험에서 주인공을 이기는 것은 필수.
 졌다간 주위의 평판이 떨어지고,
그걸 계기로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

 이후로는 적당히 사이좋게 지내며,
거리를 두려고 한다.

 다만, 오늘 알렌과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뭔가 굉장히 싫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술렁인다.

 실전 테스트 때 깨달은 사실이지만,
내 안에는 아직 바이스가 남아있는 모양이다.

 선택지는 하나가 아니다.
 최강을 목표로 하여,
주인공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

 나머지── 하나는.

 전원을 철저하게 짓밟은 뒤, 최흉을 목표로 삼는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오로지 압도적인 힘으로
무릎을 꿇린다.

 …그런 선택지도 있겠지.

 "바이스 님, 뭔가 기뻐 보이시네요."

 "뭐, 그러려나. 우리도 좀 서두를까."

 "그 셜리라는 아이… 조금 귀여웠죠…."

 "신티아, 너만 하겠어."

 "어머나!? 과찬이세요! 우후훗."


 바이스, 넌 어느 쪽이 좋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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