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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7화 독자로부터 온 편지 (1)

by Hellth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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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 편집부 귀중

 갑작스레 편지를 보내 죄송합니다.
 저는 톳토리에 거주 중인 대학생 ○○○라고 합니다.

 실은 도움을 받고 싶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수상한 남자에게 뒤쫓기고 있어요.

 전에 ●●●●●에 관한 기사를 읽었기에,
그쪽이라면 뭔가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끝까지 읽어 주시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올해 8월 무렵이었던 것 같네요.

 대학교 여름방학 때 저와 제 남자친구, 그리고
서로 알고 지내는 남사친 한 명, 총 셋이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이왕이면 심령 스팟을 가보자는 얘기가 나와,
●●●●● 방면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잡지에도
이따금씩 소개가 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차마 겁이 나 밤에 찾아가긴 좀 그랬기에,
낮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근방에 유령 단지(맨션?)이나 유령 저택 같은 것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낮에는 제법 사람들이 오가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자살로 유명한 5호동에 가거나, 유령 저택을 들여다보고,
부적을 찾는 등의 행위를 했으나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산 너머에 ●●●●●에서도 유명한 자살 명소 댐이 있는데,
거기도 가보자는 얘기가 나와 차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그때 차는 약간 경사진 산길을 달리고 있었고,
남자친구가 운전대를 붙잡고 있었기에 저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어요.

 그러다 반대편에서 차가 왔습니다. 2차선 도로였지만
도로의 폭이 넓지 않았기에 속도를 줄여 스치듯 지나갔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맞은편 차선의 차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맞은편 차량을 운전하고 있던 남자가
이쪽을 바라보며 뭐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연히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던 터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운전자인 남자친구가 아닌 저를 보고
말했다는 점이 뭔가 좀 찜찜했죠.

 그렇게 댐에 도착했을 무렵, 이미 날은 져버린 뒤였기에
차에서 내려 둘러보기엔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국도를 달리며 댐을 둘러본 뒤,
돌아갔습니다.

 톳토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죠.
여기서부터가 문제인데요.

 다음 날, 다른 친구와 대학 근처에 위치한 가게에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가게는 상가들이 밀집된 거리에 위치해 있어,
밤에는 대학생이나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제법
붐비게 됩니다.

 그렇게 오후 9시 무렵, 우선 장소를 바꾸자는 얘기가 나와,
가게 앞에서 다들 "2차 어디로 갈래?"라며 상의를 하고 있었죠.

 

 저도 그 안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친구가 "어라, 저거 뭐야?"라고 말하더군요.

 친구가 가리킨 곳은 우리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가게와 가게 사이의 무척 협소한 골목이었습니다.

 그 골목에서 무표정한 얼굴만 내민 채, 이쪽을 바라보며
뭔가를 말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그 남자였죠.

 겁을 먹은 제 대신 친구가 곧장 확인하러 갔습니다만,
아무도 없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닮은 사람과 착각한 걸 거야."라고 말하길래,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또 그 남자를 봤습니다.

 저녁 무렵, 대학 수업을 끝마치고 자취하는 맨션으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요.

 이웃분이 지금 나가시나? 하고 인사라도 하려던 참에,
남자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와선 얼굴만 빼꼼 내민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또 그 남자였습니다.

 저한테 뭐라 말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만, 겁을 먹고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죠.

 그날은 친구가 묵으러 와줬습니다.

 제가 살던 맨션은 여성 전용 맨션이었거든요.
 옆집은 분명 제가 입주했을 당시부터 홀로 살던
여성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경찰에도 신고했습니다만, 그 시간대에
이웃은 친구와 함께 집에 있던 모양이었고,
제 착각이라는 걸로 결론짓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의 일이었어요.
 그날은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갔습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이 자주 붐비고는 하는데, 연구동에
위치한 화장실은 늘 한적해 이곳을 자주 애용했고,
그때 당시에도 개인칸이 모두 비어있던 상태였습니다.

 3개의 개인칸 중 가장 안쪽에 있는 개인칸으로 들어갔고,
볼일을 보고 나오자 바로 옆 개인칸이 닫혀 있더군요.
 누가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고, 안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서둘러 지나가려 발을 내디뎠을 때, 눈앞에 있는 개인칸의
문이 스르륵 하고 열리더니 남자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지금까진 무표정했던 남자의 얼굴이 히죽이며 웃고 있었어요.


 [또 들러주세요.]


 화장실을 뛰쳐나갈 때 제게 그리 말했던 것 같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한 상태였기에 확신은 없지만요.

 그 이후로, 그 남자를 실제로 보는 일은 없어졌습니다만,
이제는 꿈에서 나오게 됐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밤에 산길을 오르고 있어요.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 달빛조차 거의 비추질 않습니다.

 산길 사이로 난 오래된 계단을 계속해서 오릅니다.
 양 옆에는 석등들이 줄지어 있습니다만,
대부분 쓰러져있는 상태였어요.

 계단의 끝에는 기울어진 토리이가 세워져 있고,
그 남자가 토리이 밑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입을 무척이나 크게 벌린 채.

 제일 무서운 점은 꿈속에서 제가 두렵거나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꿈에서 깨도 편안함과 상쾌함마저 느껴질 정도죠.

 저는 저주받고 만 걸까요?

 그 남자는 대체 뭘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말미에는 편집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손글씨가.

 「2004년 10월 5일 편집부 앞으로 도착, 발신인의
연락처 불명으로 인한 취재 불가, 게재를 보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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