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군과의 만남으로부터 한 달 뒤,
그로부터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별책 ○○○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만,
가까운 시일 내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이번엔 일에 관련된 안건입니다."
우연히도 며칠 뒤, 그 근방에서 미팅을 할 예정이었기에
저희는 그의 회사가 위치한 진보초의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게 앞에서 만나, 그는 카페라테를, 저는 블랙 커피를
주문하자 그는 슬며시 몇 가지 기사들의 인쇄물을
책상에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기사를 읽고 있는 시간조차 기다리기 힘들었는지,
슬쩍슬쩍 제 눈치를 살폈습니다.
"실은 이번 별책에 집필을 해주셨으면 해서요.
다만 그전에 어떻게 된 경위인지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제가 기사들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에 맞춰,
얘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난번 만남 이후로도 회사 내 서류 창고에
틀어박혀 과거 자료들을 살펴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들은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고,
잡지들은 발매일 순으로 정돈되지 않은 것은 물론
누락된 호도 있고, 종이 상자에 아무렇게나 담겨있는
취재 자료와 독자들의 편지까지 더해져 혼돈
그 자체였던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발매순으로 거슬로 올라가며 읽으려 했으나,
도중에 포기하고 잡히는 대로 읽어 나가기로 했다 합니다.
어차피 전부 읽을 거, 발매순으로 읽지 않더라고 중간중간
궁금한 기사들만 따로 메모해 두었다가 나중에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모종의 발견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에는 크고 작은 것들을 포함하여 약 500개 이상의
심령 스팟이 존재한다 합니다만, 잡지나 미디어에서 다뤄질
정도로 유명한 곳은 사실 극히 한정적입니다.
유명한 곳으로는 다마 묘지나 이코마 터널 등이 있죠.
물론 홋카이도나 오키나와에도 유명한 심령 스팟이 존재합니다만,
제작자 측면에서 봤을 때 여비를 포함하여 취재 비용을 최소화
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필연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오사카나 도쿄, 후쿠오카 등 편집부끼리 친분이 있는 도심지나
근방에 위치한 장소로 좁혀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또한 심령 스팟과 관련된 괴담 또한 방문자에 비례하기에,
접근하기 편한 심령 스팟들이 유명해지는 법이죠.
그러한 사정들도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괴담에 익숙지
않은 그 또한 과거에 발행된 잡지들을 10권 정도 읽었을 무렵,
겹치는 심령 스팟들이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또 실렸네 정도였어요.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그 근방 캠핑장에 놀러간 적이 있어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그가 말한 것은 긴키 지방의 산으로 둘러싸인 일대에
위치한 터널, 댐, 폐혀의 심령 스팟이었습니다.
그 일대는 상당히 유명한 명소이기에 저도 알고 있는 곳이었죠.
3k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심령 스팟이 3곳이나 있어,
과거 오컬트 붐이 일었을 당시 담력 시험으로 하룻밤 사이
세 곳을 모두 돌아보는 기획도 종종 있었기에, 잠시동안
추억에 잠겼을 정도입니다.
다만, 세 곳 모두 심령 스팟에 나타나기 쉬운 구조들이라,
터널 내부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유령이 나온다거나 자살 명소로 알려진 댐에선 자살한 사람들의
유령이 나온다거나, 폐허 지하실에서 여자 유령이 나온다는 등,
쉽게 말해 진부한 에피소드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여전히 담력 시험 장소로 인기가 많으나, 굳이 미디어에선
다루지 않는 한물 간 심령 스팟이라는 인상이었죠.
세대는 다르나, 그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모양이었고, 다른 유명 심령 스팟에서의 체험담과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반복되며 약간 질려해 했다고 합니다.
"다만, 몇몇 이야기를 읽다 보니 혹시 이 세 가지
심령 스팟은 동일한 요인이 얽혀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그는 제 손에 있던 인쇄물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실화! 나라현 행방불명 소녀에게 새로운 사실이?」,
「학교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의 진상」,
「묘한 댓글」, 이 세 이야기는 모두 시대가 다른 기사인데요.
다른 기사에서 봤던 지명들이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전부 낯이 익더라고요. 맞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 근방이에요. 그런데 이 세 이야기는 모두
심령 스팟이 주가 된 에피소드가 아니란 말이죠.
「학교 수련회 집단 히스테리 사건의 진상」에 이르러선,
그때 당시 그 장소는 폐허도 아니었고 심령 스팟이라
불렸는지도 알 수 없는 미묘한 장소입니다. 그런데도
하나 같이 ●●●●●라는 지명이 등장하고,
전부 「산」이라는 동일한 키워드가 등장하죠.
뭔가 의구심이 생기지 않나요?"
그 일대의 심령 스팟들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들이
너무 뻔했던 탓인지, 이 기묘한 공통점이 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합니다.
"신경이 쓰이는 건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우선 잡지들을 읽는 걸 중단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봤습니다.
우선 「묘한 댓글」에서 등장하는 토리이가 실존하는지
구글 지도를 통해 조사해 봤죠. 스트리트 뷰로 보자 정말
다 낡아빠진 토리이와 정상까지 늘어선 계단이 댐 호수
동쪽에 있는 걸 확인했어요. 그래서 저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산」은 댐과 폐허, 터널 일대를 둘러싼
산들 중에서 동쪽에 위치한 산이라 단정 지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의 산에 얽힌 비슷한
이야기가 없는지 조사해 봤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겁니다."
그리 말하며 그는 제게 몇 개의 인터넷 기사와 댓글들을
출력한 인쇄물들을 추가적으로 제공했습니다.
「●●●●●」와 「산」, 「괴담」, 「공포」,
「심령」 등 다양한 조합으로 검색하여 찾아낸 그에게
감탄을 금치 못했죠.
"실제 유튜버의 방송사고부터 시작해서 괴담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괴한에 관한 정보,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들까지 나왔습니다. 게다가 모두 하나같이 「산」과
연관이 있고요."
이쯤 되니 저 또한 우연의 일치라 치부하기 어려웠던 터라,
잠시 멍하니 있었는데 그가 제게 추가적으로 두 장의
종이를 건네주었습니다.
한 장은 봉투에 담긴 편지지, 다른 한 장은 한 잡지의
인쇄물이었죠.
그렇게 제가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린 뒤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습니다.
"이전에 발행된 잡지들을 살펴보는 것과 병행해
취재 자료에도 조금씩 손을 댔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였지만, ●●●●●과 산의 연관성을
깨달은 뒤로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았죠. 이 편지에도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산」이 등장하죠?
여기서 신경이 쓰이는 점이 이 편지를 쓴 여성 말인데,
원래는 산 너머에 위치한 몇 개의 심령 스팟을 거쳐
댐 쪽으로 넘어온 거잖아요. 산을 중심으로 보자면
심령 스팟들이 있던 일대는 서쪽에 해당하죠.
산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솟아 있기에 남쪽과 북쪽은
제외하고 산 너머였으니, 즉 산의 동쪽에도 여성이
방문했던 심령 스팟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댐과 폐허, 터널 이외에도 산을 중심으로
심령 스팟들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실제로 앞서
보여드린 괴한 정보 관련 글들 중 두 개는 산의 동쪽
방면에서 벌어진 일이고, 방금 보여드린 「맛시로 씨」
또한 산의 동쪽에 위치한 현재는 유령 맨션이라 불리는
장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그가 보여준 구글 지도에는
산을 중심으로 심령 스팟들에 표식이 달려 있었고,
표식을 따라가는 그의 손가락은 원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산의 동쪽 지역에도 몇몇 심령 스팟들이
존재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모두 산기슭에 위치해 있으며, 현지에선 아까 그가
말했다시피 유령 맨션, 유령 저택 등으로 불리고 있죠.
단지 그 심령 스팟들은 서쪽의 3건과 비교하자면
지명도가 상당히 낮아, 월간 ○○○○과 같은 마이너 한
잡지에서 드물게 다뤄지는 정도였습니다.
또한 산을 경계로 하여 동쪽과 서쪽으로 현이 나뉘기에,
서쪽의 3건과 동쪽의 2건을 동일한 심령 스팟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이 5건은
산을 중심으로 하여 한 일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제 설명을 들은 뒤, 그는 납득이 갔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유령이나 귀신들은 인간이 구분지은 현과 같은 경계와
연관이 없다는 소리일까요…. 다만 방금 해주신 설명을
듣고 결심했습니다. 이번 별책에서 다룰 특집은 해당
일대의 심령 스팟들이 「산」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이전에 발행된 잡지들과
취재 자료들 속에서 관련된 이야기들을 수집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새로운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신입 편집자로서도 무척 기쁜 일이니까요."
그의 생각을 들은 전, 그가 가진 열의에 감탄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위기감 또한 느끼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본론입니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 일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집필해 주셨으면 합니다. 형식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글자수 제한도 없고요. 그 대신, 앞으로도 제가
모은 자료들을 함께 고찰해 주시거나, 지금까지 직접 다루셨던
이야기들 중에 유사한 것이 없었는지, 혹은 무언가 알고
계시는 분은 없는지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 하여
새로 알게 된 내용들을 적어 주셨으면 하네요."
제시된 개런티는 들이는 수고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지만, 그의 열의와 무엇보다도 호러
애호가로서 저의 흥미가 발해 정식으로 의뢰를 받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서류 창고를 조사해 보겠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동쪽이 서쪽에 비해 다뤄진 적 자체가
적어 보이기에 동쪽 지역에 연관된 것들은 내용과는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모두 한데 모아 보겠습니다.
현재 유일하게 동쪽 지역을 다룬 이야기인 「맛시로 씨」는
「산」과 연관이 없기도 하고요…. 어떻게든 다른 이야기도
찾아내어 연결점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남은 건 그 일대의 산과 얽힌 이야기나 산속의 신사에
관한 이야기들에 관해서도 주의 깊게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에 관한 조사를 시작하게 된 저는
가장 먼저 어떤 사람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습니다──.
'웹 소설 >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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