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오구라에 거주 중인 여성 프리랜서 디자이너,
A 씨의 이야기.
"저는 도쿄에서 나고 자라 지방에 대한 로망이 있었죠.
프리랜서가 된 이유도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I턴 붐(재택근무를 통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려던 기업들의 시도)이 일면서 반년 정도 근무한
대기업 광고 대리점을 그만두고 이사를 결심한다.
"방 자체는 그만두기 전부터 계속해서 인터넷으로 알아봤죠.
최근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빈집들을 리모델링하여,
새롭게 이주하는 독신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기도
하더군요. 그중에선 상당히 깔끔하게 재단장한 곳들도 많아,
그런 곳들을 매일 밤마다 찾아보며 이주 후의 생활을
상상해 보곤 했답니다. 거의 취미에 가까운 수준이었죠."
당초, A 씨의 이주지 후보는 오구라가 아닌
다른 장소였다고 한다.
"긴키에 위치한 ●●●●●이라는 지역인데,
노후화된 주택가 내부의 몇몇 빈집들을 리모델링하여,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주라고는 하나, 이웃집과 거리가 몇백 미터씩 떨어진
시골에 거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맑은 공기와
도쿄와 같은 도심지 특유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충분했던 A 씨에게 있어 그곳은 무척 이상적인
장소였다고 한다.
그 지역에 눈독을 들인 A 씨는 근방에 어떠한
임대 건물들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저 같은 경우는 항상 지역명과 함께 「리모델링」,
「임대」나 「원룸」으로 검색한 뒤, 함께 올라와 있는
사진들을 확인해 봅니다. 보통 내부와 외관, 방 배치 등
다양한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거든요. 건물 자체를
검색하기보단 우선 사진들을 보며 정보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마음에 든 곳들을 재검색하는 방식이죠."
퇴근하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A 씨는 그날도 마찬가지로,
침대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에 위치한
리모델링 건물들의 정보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날은 무슨 단어로 검색했는지 확실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평소와 같이 ●●●●●이랑
「임대」였던 것 같아요."
집의 외관이나 방 배치도, 기본 옵션 등을 확인하던 찰나,
기묘한 사진 하나가 상단에 떠있는 것을 발견한다.
"검색해서 나온 사진들은 작게 보이는 터라,
크게 보고 싶으면 해당 사진을 선택해 원본 페이지로
들어가 살펴봤죠."
그것은 어둠 속에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 있는
사진이었다고 한다.
"배경 자체가 너무 어두워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노후화된 다다미 방에 빨간색 코트 같은 옷을 입고,
부스스한 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여성이 똑바로
서 있는 섬뜩한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위에는 글자가 깨진 텍스트가 1줄 정도 쓰여 있을 뿐,
그 이외에는 링크도 일절 없었기에, 마치 그 사진만을
올리기 위한 페이지 같았다고 한다.
"밤에 꺼림칙한 걸 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검색창으로 돌아와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스크롤을 반복하며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또 같은 사진이 뜬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죠."
고민보다도 앞서 손가락이 사진을 클릭하고 있었다 한다.
"장소는 아마 동일해 보였어요, 노후화된 다다미 방.
여자도 똑같이 서 있었죠. 다만 이번에는 그 여자가
양손을 위로 치켜든 상태였습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사진 위에는 깨진 텍스트가 적혀
있었는데, 방금 전보다 길이가 조금 길어진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길이가 다르다는 건 결국 글자가 깨지기 전엔 뭔가
다른 글이 쓰여있었단 거잖아요.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본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려 했던 것 같은데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죠."
짜증이 난 A 씨는 그날 그렇게 검색을 그만뒀고,
그 이후로는 어째서인지 사진 검색을 하는 일이
적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이미 그런 일이 있었단
사실조차 까먹은 상태였으니 한 달 정도는 지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로 서류를 복사하고
있던 때였죠."
복사가 진행되는 수십 초간, 복사기에서 나오는 동일한
회의 자료들을 멍하니 지켜보던 순간 묘한 종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고 한다.
황급히 복사를 멈추고 복사된 종이들을 몇 장 넘기자,
그것을 발견했다.
"흑백 복사본이었기에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만,
그 여자가 찍힌 사진이었어요. 여자가 양손을 위로
치켜든 채 방안에 서 있는 그 사진이 인쇄되어 있더군요.
다만 용지 하나를 가득 채운 게 아니라 위쪽에 여백이 있고,
그곳에는 손글씨로 보이는 글자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발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간 패닉에 빠진 A 씨였으나,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쑤셔 넣고 그날은 어떻게든 업무를 무사히 마쳤다고 한다.
일을 끝마친 A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A 씨가 사는 맨션으로 불렀다.
"혼자 있는 것도 무섭고, 저 종이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 지도 잘 모르겠어서."
친구에게 사정을 설명한 A 씨는 친구가 구겨진 종이를
펴는 것을 조마조마하며 지켜보았고, 그곳에는 낮에
회사에서 봤던 여자가 변함없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고 한다.
다만 다시 살펴보니 여자의 배경에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는 A 씨 옆에서 친구는 그 종이를 바라보며
한동안 얼어붙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친구에게 무슨 일이냐 묻자,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 말인데, 네 친가 아니야?]
"제가 어릴 적 친가에서 사용하던 방이었어요.
그 친구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자주 친가에 놀러 왔기에,
알아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책상의 실루엣과 벽에 걸린
독특한 괘종시계, 친가에 있는 제 방이라는 말을 들은 뒤론
그렇게 밖에 보이질 않더군요."
현재 A 씨가 살고 있는 오구라의 집은 사진 검색이 아닌,
부동산 사이트에서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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