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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11화 인터넷 수집 정보 (2)

by Hellth 2024.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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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농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무서운 이야기」로부터

 이름 :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게시일 : 2010/05/17(月) 20:30:43
 ID:ZDKsJPWc0

 찝찝했던 블로그가 떠올라서 글 쓴다.
 말재주가 없으니 양해 부탁바람.

 아마 5년 정도 전의 일인데, 지금도 가끔 그 블로그
주인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 문득 떠올리곤 함.

 20살 때부터 쭉 바이크를 좋아해서, 당시 인터넷에
바이크 블로그들을 탐방하곤 했음.

 그 블로그를 어떻게  찾아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나랑 동일한 스즈키 모델을 타고 있던 사람이라 아마

그거랑 관련해서 검색하다 찾지 않았나 싶음.

 아마 FC2 블로그였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냥 흔한 아재가
취미 삼아 운영하는 블로그였고, 조회수도 낮은 데다 댓글도
거의 없는 자기만족형 블로그라는 느낌이었음.

 그래도 제법 포스팅한 글들이 많았는데 일기 대용으로

썼던 것 같음.

 다만 해당 글들의 내용이 커스텀이나 유지보수에 제법
참고가 될 만한 내용들이라, 딱히 댓글을 달지는 않았지만
자주 확인하곤 했음.

 블로그 내용은 위에 쓴 것처럼 일기나 드라이브를 다녀온
사진들과 함께 해당 장소를 소개하는 게 기본이었고,
소개라고 해도 바이크 사진이나 배경 사진, 어디 휴게소의
무슨 음식이 맛있다든가 하는 그런 별 거 없는 내용들이었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블로그가 갑작스레 이상해지기 시작함.

 평소처럼 북마크를 해둔 그 블로그에 접속했더니,
포스팅한 글들이 전부 지워진 거.

 한 사흘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포스팅했는데.

 프로필도 모든 정보가 지워진 상태였고,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뒀던 바이크 사진도 검은색 이미지로 변경됨.

 내용물만 홀라당 사라진 느낌.

 순간 내가 실수로 다른 블로그에 접속했나

확인했을 정도로 모든 글들이 사라진 상태였음.

 유일하게 남아있든 거라면 블로그명 정도.

 이것만 내 기억과 동일하더라.

 그렇게 텅 비어버린 블로그에, 원래라면 포스팅 글들이
있던 자리에 비밀글이 딱 하나가 올라와 있었음.

 제목은 「아」 딱 한 글자.

 보통 그 아재는 「×월 ×일 ×× 투어링」이나,
「타이어 유지보수에 관하여」 같은 느낌으로
제목을 썼던 터라 유독 위화감이 강하게 느껴지더라.

 또 묘한 점은 비밀글이라는 것.
 즉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다는 거임.

 나름대로 블로그의 애독자로서 만난 적도 없는 아재에게
멋대로 친근감을 품고 있던 난 그 글이 무척 신경 쓰였다.
 혹시 그 글에 모든 이유가 적혀 있진 않을까 싶기도 했고.

 블로그 어딘가에 비밀번호를 적어놓진 않았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어디에도 없더라.

 아니, 애초에 글을 다 삭제해서 찾을만한 껀덕지 자체가

없었음.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적당히 비밀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함.
 블로그의 제목이나, 그 사람이 타던 바이크의 차종,
혹은 「0000」 같은 기본적인 숫자들도 입력해 봤지만,
전부 소용없었음.

 이것도 안 되면 포기하자는 식으로
마지막 숫자를 입력했다.

 그 숫자는 블로그 아재의 생일이었는데, 어떻게 내가
아재 생일까지 기억하고 있냐면 나랑 생일이 똑같더라고.

 블로그를 보는데 프로필에 적힌 생일 날짜를 보고
인상이 강하게 남아 기억하고 있음.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정답이더라.
 소리 지르고 난리를 쳤던 게 아직도 기억 남.

 「아」가 제목이던 글의 내용은

사진만 여러 장 올라와 있었음.

 글은 일절 없고.

 처음엔 휴게소 같은 곳의 사진.

 사진 속에 그 아재가 타는 바이크가 같이 찍혀

있었으니, 아마 찍은 사람도 아재인 듯.

 해킹이라도 당했나 싶던 나는 이 시점에서,
블로그 아재가 이 글을 작성했다는 걸 깨닫게 됨.

 다음 사진은 댐처럼 보이던데. 댐이랑 호수를 배경으로
「●●●●●」 댐이라고 쓰인 간판이랑 바이크를
함께 찍은 사진이었음.

 아마 투어링 글을 쓰려고 찍지 않았나 싶다.

 다음은 산기슭에 있는 뭔가 너덜너덜 해진 토리이 사진.
 토리이의 건너편에는 산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쭉 늘어져
있었음.

 거기서부터 사진들이 좀 이상해지기 시작하는데, 아마
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몇 장 찍은 모양.

 위쪽을 찍거나, 하늘을 찍거나, 옆에 있는 숲을 찍거나,

계단을 찍거나, 딱히 뭔가를 찍으려 했다기보단 그냥

적당히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으며 계단을 오른 느낌이었음.

 그렇게 영문을 모르겠는 사진 이후 신사의 본전이라
해야 하나? 그게 찍혀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음.
 초점도 안 맞고, 너무 흔들려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지붕이 반쯤 무너진 폐혀 같은 상태의 건물이었던 것 같음.
 문은 닫혀 있어서 내부는 보이지 않았고.

 다음은 사당의 사진. 사람의 키 높이 정도 되어 보이는
문짝이 달려있고 작은 지붕이 얹혀있더라.

 이거도 카메라를 기울여 대충 찍은 듯한 묘한 구도였음.
 본전보다 크기는 상당히 작았지만, 이것도 너덜너덜한
상태였고 문은 닫혀있었음.

 그리도 다음 사진인데, 동일한 사당을 찍은 사진.
다만 이번엔 문이 열려 있었음.

 보통 사당 안에는 뭔가 모셔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건 보이지 않았고 대신 수많은 인형들로 채워져 있더라.
 바비 인형, 프랑스 인형, 일본 전통 인형, 미소녀 피규어까지
종류도 크기도 전부 제각각이고 아마 출시된 시기마저 다른
여자아이 인형이 사당 천장까지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음.

 그다음이 마지막 사진인데,
그 사당을 향해 절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남성을
등 뒤에서 촬영한 사진.

 글은 그걸로 마무리.

 내가 그 글을 다 읽고 블로그의 메인 페이지로 돌아가니,
아까까진 없던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음.

 글 제목은 「못 쓰게 돼버렸습니다」였다.
 이 글도 비밀글이었고, 비밀번호가 달라 읽지는 못했음.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나,
블로그 자체가 완전히 삭제 됐더라고.

 온전히 내 감이지만, 마지막 사진에 찍혀있던 남자는
블로그 아재였던 것 같아. 바이커 차림이었고.

 그렇다면 그걸 촬영한 사람은 대체 누구지?

 아재가 무사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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