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음울한 장소구나 싶은 인상이었죠."
A 씨의 아버지는 70세를 목전에 두고,
동년배인 어머니를 남겨둔 채 병사하고 만다.
40세인 외동아들 A 씨는 고향을 떠나 지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기에, 친정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걱정되었다고 한다.
"친가에서 홀로 지낸다니,
저였어도 외로울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맨션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렇게 홀로 친가에서 계속 살 바에는 차라리 장소를
바꿔 그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또한 맨션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웃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부동산을 통해 알아봤다는 ●●●●●에
위치한 그 맨션은 산을 깎아, 약간 높은 위치에 지어졌으며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로는 전망도 좋고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기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A 씨가 어머니와 함께 집을 구경하러 갔을 때,
든 소감은 서두와 같았다고 한다.
"일단 사람 자체가 적었습니다. 휑했죠.
맨션 자체는 넓은 부지에 몇 동이나 들어서 있는데,
20%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커튼이 달리지 않은 방들이 훨씬 많았고요."
A 씨는 전체적으로 삭막한 인상을 받은 해당 맨션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오히려 어머니는 그것을
차분한 분위기로 받아들이며 마음에 들어 한 듯 보였다.
부동산의 권유로 5호 동 3층의 한 방을 둘러본 A 씨와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됨과 동시에 A 씨는 일이
성수기에 접어들며, 이후 그 집을 찾게 된 것은 반년 정도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여전히 음울한 장소구나 싶었죠. 다만 어머니는
그곳에서 홀로 잘 지내고 계셨기에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친구분도 사귀신 것 같았고요."
다만 어머니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저랑 얘기를 나눌 때를 제외하곤 계속 멍하니 창밖만
쳐다보셨어요. 딱히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 모습이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찜찜했던 A 씨는 어머니에게 무엇을 보고 있느냐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단 한 마디뿐이었다.
"기다리고 있어."
어머니는 그 말을 끝으로,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 밤, A 씨와 어머니가 식탁에 앉아 있는데,
창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철퍽」이라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 듯한 기묘한 소리였다.
너무 큰 소리에 놀란 A 씨는 창문을 향해 급히 달려갔으나,
놀랍게도 그보다 더욱 빠르고 민첩하게 어머니가 창문을
향해 달려갔다.
창문 아래에는 사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린 인간이
피웅덩이 속에서 미세하게 몸을 경련시키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어머니 쪽을 돌아본
A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문 아래에서 벌어진 참상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싱글벙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어머니를 친척에게 맡긴 뒤, 아파트로부터
A 씨의 집으로 어머니의 짐을 옮기는 이삿짐 트럭을
배웅하던 그날, 맨션 부지 내 공원에서 한 중년의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듣자 하니 그 여성은 다른 동에 살고 있는 어머니의
지인이었다고 한다.
A 씨가 어머니께서 이사를 가게 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그동안 신세를 졌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자.
"쓸쓸해지겠지만, 차라리 그게 낫지.
저런 곳에서 계속 살아봐야 좋을 것 하나 없어…."
5호 동에서 자살 소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해마다 몇몇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으며
이미 자살 명소로도 유명하다는 듯했다.
뛰어내리는 사람들은 맨션 거주민이 아닌, 어째서인지
일부러 멀리서 「죽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한 다른 동에서는 그런 일이 없고, 유독 5호 동에서만
이러한 사건들이 자주 벌어지는 터라 맨션 부지 내
주민들도 5호 동에는 그리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런 곳에서 어머니는 살고 있던 것이다.
A 씨는 문득 생각이 나, 어머니가 넘어온 뒤로도
이런 소동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미 2명이 뛰어내렸던 모양이다.
A 씨는 그 말을 듣고 확신했다.
어머니는 누군가 뛰어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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