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수수께끼의 스티커」의 존재를 알고 있나?
이전부터 잡지 독자들로부터 다수의 조사 의뢰를 받은
본건에 대해 이번에 편집부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수수께끼의 스티커란?
일단 사진을 봐줬으면 한다.
10cm 사방의 정사각형의 흰색 바탕 스티커에
간략화된 검은 토리이 그림이 크게 그려져 있으며,
토리이 안쪽에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사람의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
가장 흡사한 곳은 히에이잔 엔랴쿠지의
액막이 부적으로 유명한 츠노다이지일까.
다만 츠노다이지의 뿔은 없으며,
손발이 기묘할 정도로 기다란 그 추상적인 그림은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또한 스티커의 네 모서리에는 「女」 글자가 적혀 있다,
이 불길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스티커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분포 위치
편집부의 현지 조사에 따르면 최소 도내에서
그 존재가 여럿 확인된 바 있다.
붙어 있는 곳은 전신주나 건물 벽면이 가장 많았으며,
그 이외에는 거리에 놓인 우체통의 밑면,
폐가의 창문 등 눈에 띄는 것이 목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장소들 또한 많이 있었다.
스티커는 복사된 게 아닌 것처럼 보이며, 그림은 동일한 것
같으면서도 볼펜이나 붓으로 그린 듯 세밀한 모양새나
그림의 붓터치가 달랐다.
현지 조사와 더불어 인터넷에서도 조사를 실시했다.
모 커뮤니티에서는 이 스티커에 관한 전용 게시글이
생길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조사대라 이름 붙여
일본 전역을 바탕으로 이 스티커의 분포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해당 게시글에 의하면 스티커는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전국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많이 발견되는 곳이
서일본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진단
그림에 종교적, 혹은 주술적인 의도를 느낀 편집부는
모 대학 종교학 교수에게 견해를 물었고, 이하가 바로
그 내용이다.
"최소한 제가 아는 바로는 이와 비슷한 부적은 없네요.
토리이가 그러진 이상 절이 아닌 신사에서 유래된 것
같아 보입니다만, 일반적인 부적은 그림만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신앙의 대상이 되는 신의 이름이나,
신사의 이름, 혹은 불경이 문자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 스티커의 경우엔 각 모서리에 쓰인 「女」라는
글자뿐이네요. 또 이 사람과 같은 형체 또한 비슷한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츠노다이지와 비슷해
보이나, 변화를 주었다기 보단 애초부터 다른 것을
그린 것처럼 보이네요. 아마추어가 어떤 목적을 갖고
부적 같은 걸 만들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보자의 증언
편집부는 이 스티커에 관한 정보를 아는 인물의
인터뷰에 성공했다. 다음이 그 네 명의 증언이다.
첫 번째 : O 씨 (52세, 남성, 경비원)
"제가 파견된 빌딩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대기업 본사의 건물이었습니다. 주간 근무였던
저는 동료와 함께 여러 출입구의 경비를 맡거나,
주차장을 순찰하고 있었죠."
"어느 날, 제가 소속된 경비 회사에 그 빌딩으로부터
요청 사항이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빌딩 벽면에 장난을
치고 있기에 순찰을 강화해 달라더군요. 그 장난이라는 게
바로 그 스티커였어요. 기분 나쁜 스티커가 빌딩 벽면에
붙어있었는데, 붙어 있는 위치가 전부 제각각이었습니다.
허리 위치, 그보다 상당히 아래, 손을 쭉 뻗어야 닿을만한
위치 등 굉장히 다양했죠. 그게 빌딩 벽면 온 사방팔방에
띄엄띄엄 붙어있습니다. 요청이 들어온 뒤부터는 저희도
보이는 대로 떼내었지만, 힘으로만 대충 떼면 잔여물이
남아버려 제법 신경이 쓰이더군요. 성가시기 짝이 없었죠.
빌딩 청소부도 매일같이 떼고 다녔나 봐요. 또한 피해를
입은 건 그 빌딩만이 아니라 근처 공원이나 음식점들도
동일한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다만, 뭐라 해야 하나… 제가 느낀 바로는 붙이는 게
조잡하다 해야 할까요. 스티커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스티커를 붙인다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 같았어요.
땅따먹기 같은 게임이라도 한 게 아닐까요? 스티커를
붙인 곳은 본인의 영토로 삼는 룰 같은 걸로 말이죠."
"빌딩에 붙이는 것도 괴롭힘이 목적이라기보단,
떼내어졌기에 다시 보충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또 이상한 게 그 누구도 스티커를 붙인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눈치챘을 땐 이미 붙어있습니다. 일단
저희도 일인지라 요청이 들어온 이상 보다 세심하게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심지어 빌딩 주위를 추가적으로
돌기까지 하는데도 매일같이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저는 도중에 파견지가 변경되며 여기서부턴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제가 떠난 뒤로도 빌딩에 스티커가
계속 붙여졌다고 합니다. 도저히 해결이 안 되니 빌딩
외부에 CCTV까지 추가로 설치하게 됐다더군요."
"그렇게 CCTV를 설치한 그날, 주간 근무자와
야간 근무자 모두 모니터 룸에서 새로이 설치된 것을
포함하여 빌딩 전체의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 합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다음날 동료가
야간 근무자와 교대하기 위해 출근했을 때 난리가 났대요."
"빌딩 2층 창문에 스티커가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해당 빌딩의 2층 같은 경우는 성인 셋이 목말을 태운다고 해도
닿을 수가 없어요. 그걸 이른 아침 해당 층의 청소부가
발견했다는 모양입니다. 내부에선 흰 면밖에 보이질
않았지만, 태양 빛에 비춰 그게 그 스티커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소름이 끼쳤다고 하더군요. 그 2층 창문을
비추는 CCTV는 없었기에 직접 확인할 수 없었고,
그 부근에 있는 CCTV들을 확인했으나 별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두 번째: T 씨 (48세, 남성, 신문기자)
"2003년에 일어난 「사이타마 일가 행방불명 사건」
(※편집부 주석)의 담당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건 다시 생각해 봐도 이상한 사건이었죠. 일가족
네 명이 모두 행방불명? 라며 편집부에서도 제법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경찰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좀처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취재하는 데도 애를 먹었죠.
상당한 화제가 되었으니, 어느 신문사든 필사적으로
취재를 하려 들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죠. 최근엔 별로 하지 않게 됐습니다만,
밤을 새워가며 정보를 수접 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던 중
전부터 알고 지내던 형사님이 슬쩍 정보를 흘려줬어요."
"그 사건 뭔가 이상해. 나라면 엮이지 않을 거야."
"그때는 특종거리다 싶었죠, 물론 헛짓거리였지만."
"필사적으로 애원해 받은 정보는 그 집의
기묘함이었습니다."
"일가족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 같은 정황은 이미
보도된 뒤였지만, 이상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거실에는 먹다 만 아침 식사가 그대로 방치된 식탁,
그 옆에 TV, TV를 마주 보는 형태로 소파와 작은 탁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식사를 할 때 이외에도 거기서 가볍게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뭐 자주 보이는 형태죠.
문제는 그 작은 탁자였습니다. 정사각형의 종이 뭉치
4개가 놓여있었다고 해요. 종이 뭉치는 10cm 정도의
높이였으니 장수로 따지자면 수백 장 정도? 옆에는
4개의 펜도 함께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상당한 수량의 종이 뭉치에는 하나 같이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토리이 안에
사람이 그려져 있는 것 같은 그림이요."
"정황상 온 집안사람들이 그 그림을 그렸단 건데,
자녀 중 둘째가 세 살이었거든요? 똑같은 그림을
계속해서 그릴만한 끈기도 기술력도 없어 보입니다.
애초에 무엇 때문에 그런 그림을 대량으로 그려야
했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이건 종교와 연관이 있는
사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즉시 되는대로
손을 써 조사했지만 정작 그 그림의 사진을 입수하지
못했고, 토리이 안에 사람이 그려진 그림이라는 단서에
해당하는 부적이나 종교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상부의 지시로, 억측에 불과한 이상 사건과 종교를
연관 짓는 기사를 낼 수 없었기에, 결국 중도 포기했죠."
"최근에 그 스티커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제가 그 가족들이 그린 그림을
본 적이 없어 뭐라 말할 순 없겠지만요."
※편집부 주석
2003년, 사이타마현 카와고에시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도내에서 근무하던 E 씨(38세)와 그의 아내(36세),
장녀(7세), 차녀(3세)가 하룻밤 사이 종적을 감추었다.
E 씨의 집에는 방금 전까지 식사 중이었던 것 같은
먹다 만 아침 식사가 남겨져 있었다.
근무지나 지인, 가족들에게도 일절 연락이 없었으며,
자진해서 연락을 끊을만한 동기 또한 없던 것으로 보인다.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당시 여러 미디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2008년 7월, 현재까지도 미해결.
세 번째 : F 씨 (20세, 여성, 대학생)
"제가 당시에 다닌 간사이 지방에 위치한 여고에선
한때 행운의 편지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유명하잖아요, 이 영상을 세 명 이상에게 전송하지
않으면 불행이 불어닥친다던가 하는."
"그중 하나가 그 스티커 그림과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대학생이 된 이후 거리에서 우연히 그 스티커를
보았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다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 모서리 부분에
「女」라고 적힌 부분, 제가 본건 분명 「了(마치다)」라고
쓰여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이게 무슨 뜻일까 하고
화젯거리가 됐었던 터라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행운의 편지가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달라서,
스티커랑 비슷한 사진을 보내오는데, 함께 써있는 문장이
좀 이상했어요. 오래전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
이런 내용이었을 겁니다."
[발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께 퍼트려 주신다면,
멋진 친구가 생길 거예요. 귀여운 아이랍니다.]
"기분 나쁘죠. 다들 장난삼아 서로에게 보내고는 했는데,
반에서 영감이 있다는 얘가 이건 진짜 위험하다며,
지금 당장 지우라고 해서 저도 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번째 : K 씨 (45세, 여성, 주부)
"이 스티커 때문에 제 친구가 미쳐버린 것 같습니다.
정말 조심하세요."
"R 씨와는 이웃사촌으로 온 가족이 함께 어울렸습니다.
저희 집은 아이가 있어 손이 많이 가는 터라
전업 주부로 지냈지만, R 씨네는 아이가 없다는 이유도 있어
부부가 함께 서로 열심히 일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쓰레기를 버리거나 할 때 만나면 먼저 살갑게
인사를 해온 것을 계기로 가끔 서로의 집에 방문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주말에 오랜만에 차라도 한 잔 할까 싶어 R 씨네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문득
R 씨가 최근 들어 요즘 꽂힌 게 있다고 하더군요."
"R 씨는 보험 설계사로, 방문 영업도 많았던 것 같고,
그럴 때는 대체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도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일 이동 거리도 상당했으니,
필연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지리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와중 그 스티커가
거리의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 저거 또 있네 정도였다고 합니다만,
어느새부턴가 발견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졌다고 합니다.
제법 찾기 어려운 곳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보니,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요. 약간
네 잎 클로버를 찾는 듯한 느낌으로 외근을 하게 되었다 합니다."
"남편도 "별 이상한 짓을 다하고 다니네, 정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해요."
"다음 R 씨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해서 괜찮은 거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스티커를 발견한 곳을 표시한 지도까지 들고 다니며
열변을 토하더군요. 이 구역에서는 몇 개, 다음은 이쪽.
뭐, 취미 생활에도 열심히구나 싶어 반쯤 흘려듣고
있었습니다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때부터 뭔가 좀
이상해졌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R 씨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더군요."
"주말에 뜬금없이 "●●●●●에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홀로 외출했다고 해요. 그러고는 댐에서 뛰어내렸답니다."
"장례식도 참석했습니다만, 남편 분이 너무 초췌해져선
차마 지켜보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십구 일째가 되던 날이었던 것 같아요.
근처에서 남편분과 마주쳤습니다. 장례식 이후로
처음이었기에 "진정은 좀 되셨나요?"라고 물었죠.
남편분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이래저래 마음 정리도 했고, 지금까지 손을 댈 수 없던
R 씨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합니다.
시간을 들여 유품 하나하나를 정리하는 작업은 역시
괴로웠다고 합니다."
"특히나 R 씨가 마음에 들어 해 본가에서 가져온
화장대를 본 순간, 남편분은 R 씨가 너무나도
그리워졌다고 합니다. 거울 부분이 삼 면경으로 되어
있어서 양쪽으로 접을 수 있는 화장대인데 R 씨의
사후 계속 닫혀 있던 상태였죠. 늘 그 화장대 앞에
앉아 메이크업을 하던 R 씨의 모습이 떠오른 남편분은
그 화장대 앞에 앉으면 R 씨의 기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R 씨를 부르며
거울을 열어봤다고 해요."
"그곳에는 스티커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삼 면경의 모든 면에 말이죠. 남편은 충격적인
광경에 잠시간 눈을 땔 수 없었다고 합니다. 스티커들
틈으로 살짝 비친 자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남편분은 본인이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분이 이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마치 야반도주라도 한 것처럼
모든 가구들을 그대로 놔둔 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네 명의 증언으로 알 수 있듯, 이 스티커에는 어떠한
주술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확산되는 방법 또한 모종의 힘이 작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일, 독자 여러분께서도 근방에서 이 스티커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결코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또한 세 번째 증언으로 보아, 이 스티커의 그림은
매체를 불문하고 널리 퍼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관련 내용들이 여럿 확인 된 것 또한 흥미로운
점이다.
누군가 악의를 갖고 여러 방법으로 저주를
퍼트리려 한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문의 스티커에 관하여, 편집부는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속보를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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