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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16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하여 (3)

by Hellth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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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지저분하죠…."

 모니터에 비친 오자와 군의 얼굴은,
그런 혼잣말과는 상반되게 조금 기쁜 듯이 보였습니다.

 지난번 회의 이후, 저희는 서로 수집한 정보들을
메일을 통해 교류하고 있었습니다.

 매번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보단, 어느 정도
고찰할 만한 수준의 정보들이 모인 뒤에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오자와 군의 제안에 따라 보름 뒤,
저희는 화상 회의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이런 화상 회의들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대면이 익숙하여 좀 어수선한 저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화면을 공유하며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그를
보니, 아무래도 세대 차이를 느끼고 말았습니다.

 "다소 복잡한 편이 독자분들의 흥미를 끌지 않을까요?
저도 이런 수수께끼 풀이 같은 걸 좋아하거든요."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웃으며 그리 말했습니다.

 우선 저희는 정보들부터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산을 중심으로 괴이 현상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오자와 군의
추측은 우선 틀림없어 보입니다만, 아무래도 그 종류가
하나는 아닌 듯싶었습니다.

 큰 틀로 구분하여, 「산으로 유혹하는 것」,
「붉은 여자」, 「저주받은 스티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산으로 유혹하는 것은 ●●●●●와 연관되어 있는 경우
산의 서쪽, 붉은 여자의 경우 동쪽이 많았네요.

 여기까지 공통적으로 인식한 뒤, 각각의 이야기에 관한
고찰을 시작했습니다.

 "「바이커 블로그」는 아마 오래전부터 저희가 모아 온
괴담에서 등장하는 「산으로 유혹하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묘한 댓글」과 「수상한 남자에게
뒤쫓기고 있는 독자로부터의 편지」에서 나온 신사의
특징이 일치하니까요. 여자 인형이 나오기도 하고,
여자에게 집착하는 것도 공통점이라 볼 수 있겠네요."

 그 말을 들은 저는 제가 품고 있던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신앙심을 잃은 버려진 신사에
모셔진 신이 막강한 힘을 이용해 괴이 현상을 일으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이커의 블로그」에서 인형이 채워져 있는 곳은
본전이 아닌 사당이었습니다. 물론 사당에 모셔져 있는 것
또한 신이긴 합니다만, 이 경우는 신사의 주요 신이 모셔져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죠.

 또한 사당 안에는 원래 무엇을 모셨는지, 왜 그것이

사라졌는지가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떤 이유로 사라진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없던 것인지를요.

 "그 근방의 향토 연구가나 역사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는 한 신사에 관한 추가적인 조사는 어려울 것 같네요.
심지어 본전도 아니고 사당이라, 상세한 유래가 현재까지
남아 있을 지도 의문이고요…. 인터넷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고, 지도에도 그 버려진 신사의 명칭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오자와 군의 말을 끝으로, 다음 화제로 넘어갔습니다.

 붉은 여자는 「임대 건물」,
「저주받은 동영상에 관한 인터뷰」에서 등장합니다.

 「독자가 보낸 편지」에서 등장하는 여자도 대체적으로
특징이 일치하고요. 소문이 퍼지는 가운데서 다소 내용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면 동일한 여자라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붉은 여자에 관해선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오자와 군의 말을 빌리자면 "의미 불명"이죠.
 왜 점프를 하고 있는 건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 건지,
행동 원리 자체를 모르겠네요.

 "「산으로 유혹하는 것」은 산으로 유인하는 게 목적인데 반해,
붉은 여자는 본인이 다가오는 느낌이죠. 발견되고 싶어 하는
인상이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 편집자이신 K 씨의
인터뷰가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저로서는 연락할 방도가
없었거든요. 앞으로도 풍부한 인맥을 활용해 정보를 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저주받은 동영상에 관한 인터뷰」에 나온 대학생은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 여자는
뒤쫓아 왔을까요?

 계속해서 저희들의 화제는 산의 동쪽에 위치한,
「유령 맨션」으로 넘어갔습니다.

 "「맛시로 씨」에서도 등장하는 맨션이죠. 무엇보다
30년 가까이 지난 「기다리고 있어」에선 완전히
쇠퇴해 버린 것 같습니다만, 「수상한 남자에게
뒤쫓기고 있는 독자로부터의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맨션이 지어진 지 십수 년 후에는 이미 5호 동이 자살 명소로써
유명해진 뒤인 것 같네요. 쇠퇴한 게 그것이 원인이지,
「그것도」 원인 중 하나인지는 고려해 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만."

 그의 함축적인 말투에, 어떤 의도인지 묻자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마 이미 눈치채셨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나중에
자료 더미에서 발견한 「기다리고 있어」의 미게재
원고말인데요. 게재된 원고에선 풍경 묘사가 삭제 됐지만,
5호 동 창문 너머로는 산이 보입니다. 네, 바로 그 산이요."

 그리 말하며 그는 인터넷으로 항공 지도를 켜고는
제 화면에 공유를 해주었습니다.

 "화자의 어머니는 이 창문을 통해 매일 산을 바라보고
있던 셈입니다. 물론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람이 자살하기만을」이라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희는 그 산이 평범한 곳이 아닌 걸 알고 있잖아요.
어머님께서 기다린 게 뭔지 새로이 새로이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거죠."

 어머니가 화자에게 감을 먹이려 했던 묘사가 있는 것도
오자와 군의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에 「산으로 유혹하는 것」이 연관되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어째서 5호 동에서만 사람이
뛰어내리는지도 설명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항공 지도상 산속에 덩그러니 보이는 작은 건물,
그 버려진 신사와 맨션 단지를 직선으로 이었을 때,
가장 인접한 것이 5호 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다리고 있어」 이야기 속에서 두 사람은 창밖을
내려다보며 투신자살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뛰어내린
사람이 우연히 그곳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신사와
가장 인접한 동에서 신사와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뛰어내린
형태가 됩니다.

 산의 서쪽에선 댐으로 뛰어내리고, 동쪽에선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이유일지도 모르겠네요.

 "「저주받은 동영상에 관한 인터뷰」에서도 5호 동이
등장하죠. 언제 촬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붉은 여자도
함께 등장합니다. 붉은 여자도 산과 연관이 있을까요?"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갖고 있을 리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는지 반쯤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붉은 여자 수준으로 정보가 없는 게 저주받은 스티커네요."

 저도 오자와 군으로부터
「수수께끼의 스티커, 그 정체를 파해치다!」를 받았을 때,
읽고선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일부러 ●●●●●의 댐까지

찾아가 투신한 것, 스티커의 그림에 토리이가 그려진 것 등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거든요.

 "검은 사람의 그림이 「산으로 유혹하는 것」이라면,
각 모서리에 적힌 「女」는 나름 연결점이 있습니다만,
「了」 쪽은 도무지 모르겠네요. 읽는 법도 모르겠고,
마치다, 즉, 무언가 완료된 것을 뜻하는 걸까요…?
게다가 「행운의 편지」에서 등장한 메일 내용과
「임대 건물」에서 붉은 여자가 보내온 메시지가
비슷하기도 하고요. 뭐, 기억이 애매하다 했으니 우연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두 종류의 스티커는 제각기 다른 역할을 가진 것인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따로 파생된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저를 두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기사를 보내드리고 나름대로 조사해 봤는데요.
물론 조사라고 해봐야 주변에 있는 곳 정도지만,
제 상활 반경 내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인터넷에는 많이 있더라고요."

 실은 저도 같은 것을 조사 중이었고, 인터넷상에
저주받은 스티커가 유명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미지 검색을 이용하여, 저주받은 스티커와 동일한 것을
게재한 페이지가 없는지 조사한 결과, 얻어걸린 것들이
있었죠.

 SNS 상에서 해당 사진만을 밑도 끝도 없이 계속해서
올리는 계정이 존재하거나, 커뮤니티에 무작위로
업로드하는 등 수법은 다양했으나, 누군가가 이 스티커
사진을 퍼트리려 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발견한 사진은 역시 두 종류로, 어떤 때는 「女」,
어떤 때는 「了」였습니다.

 "몇 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니,
역시 좀 무섭네요."

 그렇게 말한 뒤, 잠시 텀을 두고 그가 말했습니다.

 "실은 저, 저주받은 스티커에 관한 기사를 읽고 비슷한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제 대학 동창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오자와 군이 말한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자와 군은 대학생 시절, 같은 학과 친구인 E 씨로부터
어떤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그림이란, 「토리이와 기묘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그려진 그림이었다고 하네요.

 E 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토호쿠에서 상경한
「척 보기에도 순박한 청년」이었다고 합니다.

 오자와 군과는 학번도 비슷했기에 자연스레 친해지며,
가끔 식사를 함께 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러다 오자와 군이 저를 알게 된 해의 가을 무렵이었습니다.

 2학년이 되고 머리도 갈색으로 염색하며, 완전히 세련된
도시 남자가 돼버린 E 씨가 점심을 먹으며 오자와 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비지니스 동아리에 가입했어. 졸업하면 창업을 해보려고."

 듣자 하니, 대학 인근의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녀 2인조가 「이 근방에 맛집 아시는 곳 있나요?」라고
물어온 것을 계기로 이야기를 나누다 동아리 가입을 권유받았고,
본인에게 상업적 재능이 있는 것을 깨달은 E 씨는 해당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E 씨를 보고 오자와 군은 금세 순박한 친구를
등 처먹으려는 놈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가입비를 명목으로 거액을 뜯길 우려가 있다던가,
다단계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며 필사적으로
E 씨를 설득했으나, 통하질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동아리가 얼마나 유익한지, 한 번만 참여해도
알 수 있다며 역으로 권유를 해오기까지 했답니다.

 더는 E 씨를 막을 수 없었던 오자와 군은 부디 그가
제대로 된 동아리에 들어갔기만을 바라며 자연스레
그와 거리를 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조차 없이, 반년 정도 뒤부터

대학에서 E 씨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하네요.

 수업에조차 거의 참석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E 씨를 다시 만나게 된 건 인근의 편의점에서였습니다.
 상당히 초췌해진 상태로, 오자와 군을 보자마자 이리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틀렸어. 완전 미친놈들이야!"

 해당 동아리에서의 활동은 E 씨에게 있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습니다.

 창업 경험이 있는 사회인들로부터 직접 성공 비화를
들을 수 있는 세미나나, 꿈을 이루기 위한 공부 모임 등,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학을 다니던 E 씨의 관점이
180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대학 수업이 뒷전이 되고 동아리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게 되었다 하죠.

 부원들 또한 E 씨와 비슷한 대학생들로, 본인과 비슷한
동료들과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 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사회인 간부 부원이
E 씨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특별한 파티의 초대였죠.

동아리 부원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부원만이

참석할 수 있으며, 기업 임원이기도 한 동아리 대표의

자택에서 열린다 했습니다.

 E 씨는 흔쾌히 승낙했다고 하죠.

 여기서 대표에게 얼굴을 팔아두면 장래에 창업할 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고 합니다.

 파티장인 대표의 자택에 도착하자, E 씨는 경악했습니다.

 도내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곳에 세워진 타워 맨션의
최상층,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장식된 널찍한 거실,
넓디넓은 테이블 위엔 맛있어 보이는 다양한 요리들까지.

 열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한 손에 잔을 들고 서서,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E 씨는 이런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기쁨과 흥분에 차올랐다고 합니다.

 2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작스레 방의 조명이 꺼지며
프로젝터의 빛이 희고 넓은 벽을 비추었습니다.

 그걸 보고 참가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는 모습에,
연례행사 같은 것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합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벽에 비친 것은 그 그림이었습니다.

 "와아─!" 하고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참가자들끼리 서로 앞다퉈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루키에무도지에스즈메."

 "메시타가와하아오에오이즈메미치쿠도."

 "조기츠후이에와모스모오오에."

 "아이루즈메소우즈지에미후오포레루토즈에."

 "도이─시메코요이아스피쿠소."

 "스에이미쿠루루루에오키무나시."

 "아오이에후즈모즈이세로오아부루이소."

 "치메미후즈로이테톳츠스모이테토부나루이케코미테루."

 "후에오이에푸시."

 "리츠후이토토미나오이오에루츠."

 "시코에리부츠이토테미즈."

 E 씨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당황해하는 E 씨를 외면한 채, 다른 참석자들은
오십음을 되는 대로 내뱉는 듯한 말을 하면서도,
서로 내용을 이해하는 듯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

 공포에 질린 상태임에도 용기를 내어, 근처에 있던
참가자에게 "저어…."라며 E 씨가 말을 걸었을 때였습니다.

 그때까지 시끄러울 정도로 대화를 나누던 전원이 일제히
입을 다문 채, E 씨를 빤히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프로젝터가 내는 「지잉」하는 구동음만이 울려 퍼지는
방 안, 희미한 빛에 비친 수많은 얼굴들이 오로지
E 씨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 씨를 보는 눈동자들은 모두 공허했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보였다고 합니다.

 공포에 질린 E 씨는 행사장을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스마트폰에 E 씨를 파티에 초대한 간부로부터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고 합니다.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무척 즐거운 모임이었네요.
E 군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내용에 E 씨는 순간
자신이 꿈을 꾸었나 싶었다고 합니다.

 다만, 몇 번이고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공포로 인해

현실임을 확신하고, 이후 동아리와는 연을 끊었다고 하죠.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서서히 그때의 공포도
희미해져 가던 때, 알바를 끝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E 씨는 문 앞에 흰 종이가 붙은 것을 발견합니다.
 그 종이엔 그때 본 그림이 그러져 있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몇 번을 떼내어도, 계속해서 그 그림이
문에 붙어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E 씨는 정신적으로 지친 나머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죠.

 어느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E 씨가 침대에서
뒤척이고 있는데 현관문 쪽에서 「덜컥」하고 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관 쪽을 바라보자 우편함 투입구가 열려 있었고.

 누군가 그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합니다.

 공허한 눈동자, E 씨는 파티장에서 봤던 눈을 떠올렸습니다.

 E 씨의 모습을 확인한 것인지, 그 눈동자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았다고 합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시간도, 눈이 마주친 순간,
갑자기 투입구가 닫히더니 느릿한 발소리가 집 앞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문에 그 그림이 붙어있었다네요.

 "당시 E로부터 그림의 특징을 말로 전해 들었을 뿐인지라,
저주받은 스티커라는 확증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로 보아,
동일한 것이라 생각해도 이상하진 않겠네요."

 저도 동일한 생각이었습니다.

 잠시간의 침묵 후,
오자와 군이 분위기를 바꾸자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뭐, 설령 저주가 퍼진다고 해도 저희는 영매사도,
구세주도 아니니까요. 그저 일을 위해 계속해서 정보를
모아봅시다. K 씨가 인터뷰에서 독자들의 가장 큰 욕구는
재미라고 하셨죠? 저도 동감합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진실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저와 끝까지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이상 이번 건에 엮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엮이면 엮일수록 저도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느끼고 있었거든요.

 다만 그에게 의뢰를 받은 이상,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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