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배들을 배웅하고,
내가 선배가 되던 해에 밀림이 유치원에 입학했다.
후배와의 재회다─.
나는 네 살로 성장한 밀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성숙해진 겉모습과 어른스러워 보이는 유치원 복장,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변함없는 무표정이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밀림이 무척 성장했구나 하는 감각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꼈다.
여자아이의 성장은 정말 빠르구나….
앞으로 2년간, 밀림은 유치원에서 지내게 된다.
세계에 만연한 [적]은 우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밀림에게도 세뇌 교육을 시켜나갈 것이다.
투쟁심을 빼앗는 세뇌 교육….
[적]의 목적까지는 모르지만,
[적]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밀림에게 [투쟁심을 잊지 마.]
라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5살, 밀림은 4살이다.
[투쟁심]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른다….
투쟁심이 뭔데? 개념적인? 추상적인? 곤란하다.
애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덕분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불안해진 나는 밀림을 꼭 껴안았다.
유치원 옷의 뻣뻣한 감촉, 높은 체온이 느껴졌고
보들보들한 검은 머리카락에서는 밀림의 냄새가 났다.
우리가 어른이었다면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지만,
어린아이들이기에 용서받을 수 있는 열렬한 포옹이다.
밀림은 여전히 말수가 적고, 무표정이었지만
그녀의 꼬리만은 감정 표현이 풍부했다.
그보다 옷에 꼬리용 구멍이 뚫려있다.
꼬리 구멍….
나는 요즘 구멍만 보면 손가락을 집어넣고 싶어지는 나이라,
밀림을 꼭 안으며 꼬리 구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보았다.
늘어진 꼬리의 끝부분이 만져졌다.
아마 밀림의 마마가 직접 옷에 구멍을 만들어줬을 것이다.
이 근방은 수인이 적어, 수인용 옷을 확보하기 힘들 테니까.
'렉슈우, 안 대. 꼬리 구멍, 손가락, 너으면, 안 댄댔어, 마마가.'
어? 안 된다고?
꼬리 구멍….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찌 보면 매우 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는 건, [구멍]이라는 말은 야한 단어일까?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이 가슴의 두근거림은 대체 뭐지?
밀림의 머뭇머뭇 거리는 듯한 꼬리의 움직임이 나를 더욱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파닥파닥 하고 수줍게 흔들리는 검은 털에 감싸진 꼬리,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잡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판단력이 있는 다섯 살. 꼬리를 잡으며 생각했다.
꼬리 구멍이 야하다면 꼬리도 야할지 몰라….
모르겠다, 어째서인지 두근거림이 가라앉질 않는다.
밀림은 야한 것을 구멍에서 꺼내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밀림은 야하다.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무서워졌다.
야한 건 무서워….
솔직히 밀림이 어렸을 때부터 밀림의 옷에는 꼬리용 구멍이 뚫려있었고,
지금까지 나는 밀림을 껴안을 때마다 꼬리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왔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안으면 딱 손 위치에 꼬리 구멍이 있다고.
그럼 집어넣을 수밖에 없잖아. 근데 그러면 안 됐던 건가… 어떡하지….
나는 꼬리 구멍에 손가락을 넣으며 생각했다.
어떡하면 좋지. 그보다 뭔가 말해줄 게 있었는데, 뭐였지?
'구멍, 느러난데, 그래서 안 대.'
구멍이 늘어난다. 너무 야해서 무서워졌다. 밀림이 너무 야해 무섭다.
나는 밀림을 껴안는 것을 그만두고, 그녀에게서 반보 물러났다.
그러자 밀림이 반보 다가왔다. 나는 밀림을 껴안았다. 이건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공포에 떨었다.
야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밀림은 소중한 내 후배다.
야해서 무섭지만, 밀림을 안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나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밀림을 꼭 안았다.
밀림도 내 몸에 두 팔을 감아왔다.
밀림이 야하다면 나도 야해지면 돼─.
지금은 그런 기분이다.
우리들은 유치원 신발장 앞에서 서로를 껴안았다.
이거 완전 야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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