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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백만 번 전생한 나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도 방심하지 않는다.

18화 초등 학과로의 진학, 환경의 변화

by Hellth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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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에서 쓰디쓴 무승부를 강요당하고,
예술제에선 골판지 공작에 도전하는 사이,
한 해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드디어 나도 초등 학과로 진학하게 된다.

안나가 '3학년 누나가 돼서 기다리고 있을게!'라고 말했다.
벌써 계산을 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초등 학과에서 배우는 교육의 수준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설마, [상대가 졸업했을 때, 자신의 나이]
저리도 쉽게 계산해내다니….

나는 새로운 교복을 맞춘 뒤, 란도셀을 사고,
할머니에게서 입학 선물로 많은 장난감을 받았다.

교복은 왠지 모르게 조금 거북했지만,
이건 분명 [적]이 초등 학과 학생들에게
[교복이라는 이름의 목줄을 채운 것]이기에,
답답함과 거북함을 느끼는 걸 거다.

그렇다, 나는 아직 이 세계에서
[적]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 했다.

막연하게 [투쟁심 빼앗기]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정작 그 규모와 목적조차 모르고 있다.

백만 번의 전생 중에서도 이렇게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악랄한 세계가 언제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기에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정신은 피폐해져 가고, 지쳐간다.
[적]의 노림수는 이것이겠지….

하지만 초등 학과에 입학한 나는 앞으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적]이 이쪽의 피로와 해이해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반대로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내게 이빨을 드러내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를 단련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이 세계에는 정말 적이 없고,
평화로우며 다정한 세계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좋지 않다. 벌써 [적]의 노림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이 육체에 들어간 이후부터, 긴장감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럴 때는 기합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환경이다. 환경을 바꿔야만 한다….
근성론으로 자신을 훈계하는 것은 의외로 빨리 한계를 맞게 된다.
정신이라는 것은 체력과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던 때, 안나로부터 피아노 발표회 초대를 받았다.

피아노란 아마 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악기일 것이다.
다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상자로 흑백 건반을 눌러,
상자 속 현을 튕겨 소리를 내는 악기다.

안나는 3살 때부터 주에 2번 정도 피아노 학원에 다녔고,
초등 학과로 진학한 뒤로 몇 번 발표회를 했다고 한다.

이번에 나에게 처음으로 초대장을 보내줬다는 것은
안나 나름대로 나에게 연주를 들려줘도 되겠다는
수준까지 실력을 키웠다는 소리일 것이다.

안나는 나를 전문가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상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안나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긴 금발을 반짝거리며, 푸른 눈동자로 진지하게 악보를 응시하는 모습,

새파란 드레스를 입고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무심코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참고로 잘 친 건지는 모르겠다.

8살 안나는 역시 어른이다.

옛날에는 유치원생도 어른이라 느꼈지만,
역시 8살은 차원이 다르다.

더구나 안나는 올해 9살이 된다….
그다음은 10살이다. 무려 두 자리….
두 자릿수 나이라니…, 나는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렇게 피아노 발표회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
예쁘게 차려입은 마마와 함께 꽤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마마가 제안을 해왔다.

'렉스도 뭔가 배워볼래?'

배운다!?

정말 뜻밖의 제안이었다.
역시 마마… 10살보다 훨씬 더 연상….
진짜 어른이라는 느낌이다.

나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에 고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세계를 평화롭다
믿어 버릴 정도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선택지라 생각했다.

그치만, 동급생인 쉴라도 뭔가 배우고 있는 것 같았고,
나도 해보고 싶다고.

아, 아니…, 나는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나는 주변의 애들과는 다르다.

이렇게 막연하게 무언가를 배워보자라는
생각을 가진 채, 집으로 돌아왔다.

푹 잤더니, 까먹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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