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과로 진학한 장점이 있다면 초등 학과 건물은 바다 옆에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바다 냄새가 풍겨왔다.
다만, 에스컬레이터 진학 방식의 단점도 있다.
역시 동급생들의 얼굴이 바뀌질 않아 지루하다.
물론, 유치원에 비하면 다소 외부 입학생들도 늘어났지만,
역시 대다수는 에스컬레이터 식으로 입학한 학생들이고,
낯익은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한다는 것은 묘하게 쑥스러웠다.
나의 초등 학과의 목표는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주목을 받는 것은 좋지 않다.
친구들에게 주목을 받는 인재라면,
당연히 [적]에게도 주목을 받을 것이다.
[적]…….
아직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하지만 이 세계에 반드시 존재하는 위협.
내가 전생을 한 세계에는 반드시 적이 있었다.
때로는 사람, 때로는 제도, 때로는 현상, 혹은
나 자신을 [적]이라 부르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렇기에 적이 없는 세계는 없고,
반드시 어느 순간, 나를 위협해 올 것이다.
백만 번의 전생 동안 그래왔는데,
이번이라고 다를 리 있겠는가.
그리고 백만 번의 전생 속에서 배운 것은
[적을 대적하게 만드는 시점]에서 실패라는 것이다.
물론 나는 승리를 원한다.
하지만 [적과 대치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승리란, [천수를 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선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주목받지 못한다. 들키지 않는다.
그림자와 같은 일생을 보낸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는 인생이다.
그랬는데… 벌써부터 주목을 이끌게 돼버렸다.
익숙지 않은 일에 당황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우수함]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우수하다]. 즉, 공부, 혹은 운동, 혹은 그 밖의 것이.
다른 말로는 [뛰어나다]라는 소리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그야, 당연하다.
내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우함이 기본사항이었다.
기초 능력치가 평균을 넘는 일이 없었다.
노력에 따른 성과가 나온 적도 없었고,
애당초 노력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적었다.
그렇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야,
겨우 평균치 조금 아래의 성적을 받을 것이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입학 후 첫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만점을 받아버렸고, 그만 전교 1등이 되어버렸다.
무척 곤란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무언가 실수를 하려 한다.
가능하면 다음 시험에서 나쁜 점수를 받아,
[처음은 운이 좋았구나]라는 평을 받고 싶었지만,
다음 시험은 아직 멀었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곳에서 실수하려 했다.
운동, 혹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는 게 맞다는 것을 알기에 실수를 연발했다.
하지만 내가 실수할 때마다,
같은 반 친구인 쉴라가 말했다.
'렉스를 이겼다─!'
이긴 게, 아니야─!
나는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이렇게 외치고 싶지만, 참아야만 한다.
그래, 나는 톱을 노리는 게 아니야.
눈에 띄지 않고 장수하는 게 목적이잖아.
쉴라야, 훗! 역시 6살 수준이네. 이겼다고?
그래, 얼마든지 양보해 줄게.
어른에게는 어른의 여유가 있는 법.
백만 번 전생한 내 정신연령을 얕보지 마.
'렉스도 별 거 아니네!'
뭐라고─!?
6살이라고,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거냐!
5살의 힘을 보여주마!
그리고 나는 진심을 다해버렸다.
다음 시험도 전교 1등이었다.
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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