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배우고, 운동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변함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쉴라와 아웅다웅 거리며
겨루는 사이, 순식간에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반이 달라져도, 여전히 매사 시비를 걸어오는 쉴라와
말다툼을 하며 초등 학과 3학년을 보냈다.
마침내 초등 학과 과정도 반을 넘긴 4학년이 되었고,
또다시 같은 반이 된 쉴라와 다투며,
5학년이 되는 것을 앞둔 봄방학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
'렉스 군, 중등 학과로 들어가면 많이 바빠져서,
놀러 오지 못 할거 같아.'
안나였다.
이제 안나는 다 큰 성인이나 다름없었다.
키도 많이 컸고, 가슴 또한 많이 커졌다.
금발의 푸른 눈의 미녀….
물론 우리 엄마가 더 예쁘긴 하지만,
아마 대다수의 엄마들보단 훨씬 예쁠 것이다.
우리들의 교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안나와 밀림은 아직도
정기적으로 우리 집에 놀러 오곤 한다.
나는 놀러 온 그녀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게임을 하며 놀고, 영화를 보거나, 내 돈으로 산 소중한 과자마저 나눠 주었다.
하지만 예뻐진 그녀에게서 돌아온 답은 쓰라린 이별 발언이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렇다, 중등 학과.
안나는 아름다운 어른이 됐지만, 나는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다.
변신 히어로 만화를 보지 않으며, 블랙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안나가 보기에는 나는 아직 어린 아이다.
아이에게는 아이의 세계가 있듯─
어른에게는 어른의 세계가 있다─.
안나는 중등 학과로 진학하며, 어른들의 세계로 간다.
그곳에서의 싸움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
이 세계는 어른이 아이보다 강하기에, 어른이 된 안나는
보다 더 강력한 세뇌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아마 자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분명, 이 이별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보다 강력한 세뇌를 받은 자신이, 내게 접근하면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 걸 것이다, 분명….
안나와 헤어지게 되어도, 나는 그녀를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안나…, 눈을 감고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리자,
지금까지 함께 보내온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올랐다.
슬프지만 견뎠다.
최소한 웃으며 어른이 된 그녀를 배웅하고 싶었다.
하지만 옆에서 놀고 있던 밀림이 슬프다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그녀의 복슬복슬한 검은 꼬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우고 있다.
이건 불안하거나, 무서울 때 하는 행동이다.
그렇다, 우리들은 항상 셋이서 함께 지내왔다.
안나와 나, 밀림과 나.
처음에는 나를 사이에 둔 관계였지만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며
안나와 밀림 사이에도 둘만의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밀림은 안나를 껴안았다.
안나도 그런 밀림을 껴안았다.
나도… 끼고 싶었지만, 왠지 모르게 두 사람만의
세계가 형성된 것 같았고, 안나의 가슴이 신경 쓰여
최근에는 순진하게 안나를 껴안거나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연휴에는 공부를 가르쳐주러 올게'
최종적으로 그렇게 됐다.
나도 은근슬쩍 껴서 껴안을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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